금요일에는 친구랑 끝나요?
준서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올해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니까, 학원 수업이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되지요. 그것도 그렇지만, 이제 영어는 필수가 되어버렸어요. TV 프로그램 제목도, 간판도, 책 속의 단어도 영어를 모르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준서는 영어 공부와 그다지 친하지 않습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래도 숙제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부분 제 눈이 세모가 되어야 겨우 책상 앞에 앉습니다. 에휴.
영어 숙제의 대부분은 단어 외우기입니다.
몸이 베베 꼬입니다. 옆에서 보면 안쓰럽지만, 꾹 참고 곁에서 응원합니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요.
그러다 보니 정말로 준서는 자기가 영어를 잘한다고 믿더라고요.
그런 응원에 힘입어서일까요?
준서는 자신만의 단어 외우기 비법을 창시했습니다!
- 금요일에 끝난 친구 fri.(금요일) + end(끝나다) = friend (친구)
- 밀은 wh을 먹는다 wh +eat(먹다) = wheat(밀)
- 사용해유~즈 Use (사용하다)
- 문제가 있으면 풀어~블럼 problem (문제)
- 아~! 풀~ 어야해 끔찍해 Awful(끔찍한)
- 알아야해?~ 노우!!~ know(알다)
- 보험 있슈? Insurance(보험)
단어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지어서 외우더라고요.
처음엔 우습기도 하고, 저렇게 억지스럽게 외우면 안되는 게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제가 저 이야기들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공부하는 방식도 조금씩 자기만의 개성을 찾아갑니다.
저는 그저 곁에서 지켜보며, 잘한다, 박수 쳐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빌어 봅니다.
'지금 힘들게 외우는 단어들이,
언젠가 준서가 세상으로 나아갈 때,
길을 열어주는 힘이 되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