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대신 사람을 택하는 이유
기술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을까.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세상. ‘효율’은 언제나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모두가 속도를 내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동안,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 걸까.
은퇴를 앞둔 캐나다인 Liaman(가명). 그는 자신을 ‘컴퓨터 문외한(computer illiterate)’이라 했다.
우리는 기술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편리함에 대해 이야기했고, Liaman은 그 편리함의 대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셀프계산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단순한 경험담이 아닌, 그가 지켜온 삶의 작은 원칙이었다.
“나는 셀프계산대를 쓰지 않아요.”
그는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 기계들 때문에 계산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20년 동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왔을 텐데, 기계 몇 대가 그들의 일을 없애버리는 거죠. 그건 옳지 않아요.”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줄이 아무리 길어도 상관없어요. 나는 기다릴 겁니다. 기계가 아니라 계산원에게 직접 가서 계산할 거예요. 나는 그 사람의 일자리를 지지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효율과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과 편리함을 기꺼이 내어주며 ‘사람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과거 주유소 직원이 직접 기름을 넣어주던 시절에도, 그는 일부러 그런 주유소만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 사람에게는 그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Liaman의 걱정은 일자리를 넘어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로봇 ‘소피아(Sophia)’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소피아라는 로봇이 인터뷰하는 영상을 봤어요. 진짜 사람처럼 말하고, 표정을 짓더군요. 그런데 그 로봇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언젠가 대학에 가고 싶다, 나만의 가족을 갖고 싶다’고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참 이상하죠. 기계는 저렇게 인간이 되려고 애쓰는데, 정작 우리 인간들은 서로를 밀어내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잖아요. 셀프계산대처럼요.”
로봇이 ‘가족’이라는 관계를 꿈꾸는 동안, 우리는 계산대에서 오가는 짧은 눈맞춤마저 기계에 넘겨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기술은 인간을 닮으려 하는데, 인간은 점점 더 기술을 닮아간다는 것. 결국 Liaman이 지키려 한 것은 한 계산원의 일자리를 넘어,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온기였다.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그 흐름 앞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미래는 단순히 더 빠른 세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사람의 자리를 고민하고 서로의 연결을 지키는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소피아 (로봇) (Sophia the Robot)
소피아는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으로, 얼굴 근육 모사 기술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짓고 대화를 수행한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받아 큰 주목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가족을 원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인간과 유사한 표현으로 논란과 관심을 동시에 일으켰다. 소피아는 첨단 기술 자체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윤리적·사회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