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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Sep 07. 2019

나는 인스타 핫플이 싫어요.

찌질이로 살아남는 법.

트렌드는 변한다.

인싸가 되려면 바삐 움직여야 한다.


핫한 해시태그가 달려있는 식당은 꼭 가서 먹고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

팔로워가 많은 sns 인플루언서가 다녀간 카페는 어딘지 모르게 힙하다. 


호텔은 정갈해야 하고, 수영장은 필수.

발리의 호텔 수영장에서, 뒤태를 자랑하여 #여행에미치다 정도는 달아줘야

진정한 이 시대의 인싸라고 할 수 있다.

핫한 곳은 이유가 있다.

연예인들, 인플루언서가 다녀간 곳들은 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 핫한 곳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미쳐버렸다..




나는 찌질이다.

나는 애초에 그런 것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익숙해지고 싶은 생각조차 해 본 적도 없다.


홍콩에 가서 야경이 끝내주는 수영장에서 분위기 잡느니,

우리 집 앞 구민생활체육관에서 수영하고, 근처 인천 앞바다나 가서 텐트나 치고 오는 게 속편 하다.

응 절대 그런 분위기 못 잡아서 그러는 거 아님.
참 평화


내가 극도로 sns 유명세를 탄 곳들, 그중에 특히 식당을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 곳을 10군데를 가면 9군데는 실패한다.


예를 들어,

정말 맛있는 한우집이 있다고 해보자.

맛을 1~10이라고 했을 때 여기는 10이다.

1인당 10만 원, 둘이 먹으면 20만 원 정도 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여기는 아는 사람들은 알고,

2~30대보단 4~50대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라고 해보자.


나 같은 2~30대의 보통의 사람들은 한 끼에 20만 원씩 쓰는 것이 편하지는 않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앵겔 지수가 훨씬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20만 원은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나는 비싼 식당을 자주다니는 대신에 옷을 잘 사질 않는다)


그럼, 한 끼에 20만 원을 내고 고기를 먹는다는 의사결정은

sns의 주 연령층인 2~30대에겐 특별한 날(기념일 같은)에 이루어진다.


그럼 식당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당연히 네이버. 식당의 리뷰수.

혹은 인스타를 통해 이루어진다.


평소에 주위에 친한 사람들, 쫌 인싸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자주 올리는 식당들,

언젠가 한 번쯤은 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곳을 가게 된다.


이제 이 식당이 1인분에 5만 원짜리 고깃집이라고 해보자.




그런 곳들은 대부분

업력이 오래된 식당은 별로 없다.

(물론 레트로한 멋으로 유명세를 탄 오래된 을지로의 식당들 몇몇 곳을 빼곤)


대부분 주인들은 젊고,

분위기는 모던하다

음악은 클럽인지, 라운지인지 모를 사운드에

사람은 미어터진다.


가면 1시간은 기본,

심하면 더 기다릴 때도 있다.


들어가면 100이면 100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음식은 10점 만점에 5점.

그림 보면 꼴깎..

그런데 인스타나 블로그 리뷰들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하다.

존맛탱이란다. 진짜?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을 고려하더라도.

식사를 한다는 행위, 식당을 선택하는 것이 비단 음식의 맛뿐이겠냐만 서도,


기본도 안 돼있는 식당이 너무 많다.

애초에 그런 곳을 존맛탱이라고 올리는 사람들은 


1. 그것보다 맛있는 동일한 종류의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없어서,

   본인에겐 그 음식이 최고의 경험이었다.


2. 잘 모르겠는데, 여하간 다 맛있다는데 맛있는 것 같다.

   왠지 맛없다고 말하면 내 입맛이 별로인 거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걸 넘어서,

사회 전반에 수동성이 매우 강하다.


심지어는 내 인생조차 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부모님은 또 세속적인 가치(돈이나 명예)에 빗대어

남들이 다 좋다는, 남들이 다 선망하는 직업을 자식이 가지길 원한다.


왜 여행을 가는데 사람들이 많이 가는 데를 가야 하고,

왜 밥을 먹는데 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데를 가야 하고,

왜 직장에서는 내가 이견이 있음에도 이를 말하지 못하고,

왜 내 인생은 항상 누군가에 빗대어 생각해야 하는가.




나는 찌질이다.

힙함이랑 거리가 애초에 멀다.


퇴근하고 괜스레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승진 이야기나 하면서 술 마시느니

집에서 영화 보고 게임이나 하는 게 속편 하다.

응 피파 챔스.

주말에 별로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 관계 때문에 결혼식 다니느니

과감하게 손절하고 내 생활을 즐긴다.


내 삶의 중심을 

승진에, 돈에, 명예에, 관계에 놓는 순간.

그 인생은 절대 채워질 수 없다.

애초에 세속적인 것은 무한하다. 무한한 것들을 채우려 하면 끝끝내 만족할 수 없다.

응 아니

다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는 

그다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란 간단하다.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를 가운데에 두는 것이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관계를 빼고, 회사를 빼고, 모든 사회적인 것들을 다 제했을 때 나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언뜻 철학적인 것 같은 이 물음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생이란 결국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미루지 않고 뭐든 해보기,

안 되는 이유보단 되는 것을 생각하기,

무언가 결정할 때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신경 쓰지 않기.


그래서 난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중에 90%는 채 한 달이 가지 않아 그만둔다.

그래도 나는 내일 또 새로운 흥미가 생김에 감사하고,

그것을 바로 할 수 있는 내가 좋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고 항상 생각한다.

나는 적어도 내가 누군지 안다. 

더 알아가고 있다. 

나는 나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반드시 직접 해보고 판단한다.

나와 다른 생각은 언제나 환영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각지 몽X 존나 맛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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