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다

by 모래

by 모래쌤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

나는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내 자리를 정리한다.

마치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멈추면 누가 타겠거니 하거나

주차장 나가려 입구에 서면 바가 올라가겠지 하는 것처럼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안에 들어오는 생각.



그러면 그뒤에

공포가

허무함이

슬픔이

외로움이

막 따라 붙는다.


당신이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뭘 물어볼 수도 의논할 수도 없다.

사람 볼 줄 모르고, 세상 겁은 많고, 물정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같다며

불안하게 바라보고 옆에서 참견하던 사람이

‘왜 뭐든 하지 말라고 반대만 하나’

사춘기 아이처럼 반항심이 들어

‘말 안듣고 할거야’ 하곤 했는데



그렇다고

어쩜 이렇게 싹 입을 씻고

한순간에 가버릴 수가 있나.


매일 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

나는 뭘 봐

당신은 예뻐서

당신은 내가 왜 좋아 대체?

내 아내잖아

한번도 바뀌지 않는 그 대답이 식상해서

내가 기대한 답과는 다르기에 실망하게 하더니.


그렇게 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니

아이들 다 크면 둘이 알콩달콩 살고 좋겠다고 떠들어대고

어디어디로 여행도 가자고 하더니.



말만 한거였어.

허풍쟁이.



행정적인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은행에 갈 때

교회갈 때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할 때

혼자서 밤에 퇴근할 때

아이들이 아플 때

부모님이 편찮으실 때

자동차 검사를 받을 때

쓰레기를 버릴 때

고기를 구울 때

청소할 때

빨래할 때

아침에 눈뜰 때

밤에 잠들 때

운전할 때

주차할 때

기름 넣을 때

커피마실 때

밥먹을 때

하늘을 볼 때

꽃을 볼 때



당신 없고

눈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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