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첫 기일을 보내고..

by 모래쌤

"그래도 첫 기일이고, 뭐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예배라도 드리고 같이 거기도 가고 그러자."

"남들은 그날이 특별한 한 날인지 몰라도 우리는 매일이 그날이어서... 뭐 특별히랄 것도 없고. 마음만 더 안좋을텐데..엄마... 괜찮겠어요?"


그렇다.

사실 D DAY부터 오늘까지 365일이 훌쩍 넘어가는데... 매일매일이 우리에게는 이별한 그 날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고, 어떤 땐 더 깊이 그 날로 들어가기도 해서... 특별히 뭘 한다는 것도 사실 생각을 못하고

다만. 하루하루 그 날짜가 다가올수록 알수 없는 불안감에 모두가 휩싸였었다. 서로 말은 안하지만 애들도 긴장하고.. 뭔가 또 무슨 일이 어디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머리로 다 이해가 안되는 그런 것들이 세상에는 있다.


우리 내일 청도 갔다 오려고.


갑자기 서울 형님께서 카톡을 하셨다.


마음으로는 네. 잘 다녀가세요...했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날도 춥고 거기 너무 높아서 눈오면 길도 안좋은데.. 날 좋은 때나 오시죠.했는데.


다들 가기로 했다고.







복잡해졌다.

결혼으로 가족이 된 그들은 만나면 속없이 좋지만 헤어지고 나면 어딘가 찜찜함을 남기는 존재.

한없이 너그럽게 나를 대하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때때로 안좋은 소리도 들렸었기에...


언니를 8년전 보냈을 때

형부와 조카를 보며 불쌍해서 마음이 아팠었다.

언니를 그리워하고, 아쉬운 지난날이 죄스러워 아파하다가 그 미안한 마음에 형부와 조카를 만나고나면 잘 살아주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너무 잘 살고 있는 거 아니야 싶은 마음도 스쳐 내가 너무 못된건가. 아니 이 이중적인 마음은 뭐지 했었다.


내 아픈 속을 다 보여줄 수 없다면

너무 잘 살고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소리는 피하고 싶어

카톡 왕래마저 최대한 자제해 왔는데...


주저리주저리 신세타령만 할 수도 없고.

내가 잘 건사하지 못해 소중한 자신들의 형제를 잃어버리게 한 죄인이 된 기분이라 나서기도 힘들었다.


첫 기일이라니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한 상 차려내 식사를 하고 그래야 하는건가.

나는 딱 죽을 것 같은 심정인데 이런 치레를 해야하는건가.


하지만 나는

눈물 샘 조절도 어차피 어려울 것이라 수업을 몽땅 빼고

그분들을 만났다.





한 상 차릴 수는 없어 식당 안좋아하는 이들을 끌고 식당으로 갔다.


유난히 남편과 많이 닮은 시동생이 옆에 앉았는데, 그만 남편과 너무 똑같은 그의 손이 보여, 나는 먹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게 또 그렇게 주책을 부렸다.


다들 저렇게 멀쩡하게 웃기도 하고 먹기도 하는데...

무너진다. 참아야 하는데...


변명을 구구하게 늘어놓긴 싫지만 새로 오픈한 내 일터도 보여주고, 너무 잘 살고 있는 듯 보일까 걱정되는 이사한 집도 보여줬다.





언니. 너무 잘했어요. 집이 너무 전망도 좋고, 밝고, 따뜻하다.

먼저 집은 보일러 때도 오빠가 맨날 춥다고 그랬잖아요.


남편과 너무 다정했고, 항상 기도제목을 나누며 지내던 막내 시누이의 말이다.

이런...


그래서 나는 이 집이 하나도 안편하다고.

작은 방과 화장실만 왔다갔다 한다고.

애들이 갑작스런 상황에서 불안감이 심해져 안정을 찾기위해 어쩔 수 없이 온거지. 지금도 엄청 부담스럽고 죄스럽다고.


구차하다.

변명쟁이가 된 기분

이런 저런 내 상황을 설명하고, 그동안의 고통을 나누었는데...

나는 왜 저분들 앞에서는 이렇게 더더 작아지기만 할까.



다음 날이 주일이라 자기 직분 지키려 부지런히 자리를 일어나는 그들을 보내기가 아쉬워 슬펐다.

여전히 외로워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 무서워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내 안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그이는 꿈에 자주 오더니 요 며칠은 감감하다.

무심해.



나는 버둥거리며 악악거리고 울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살기 위해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해 치우느라 정신없었는데...

끔찍한 일년

어쨌든 죽지않고 남들이 볼 땐 멀쩡하게 잘 살아낸 내가 참 징그럽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려니 싶어 이게 책이라면 그만 덮고 싶고, 이게 TV 라면 그만 끄고 싶다.

재미도 없고, 보기도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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