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9시

의미를 찾고 싶다.

by 모래쌤

나한테는 주말이 없다.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 학교 다닐 때는 토요일에 학교엘 갔었고, 대학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언제까지였더라... 토요일에 근무했었다. 오후 2시 나 4시 정도 퇴근했었던 것 같다.


2002년 서울 월드컵. 그 유명한 4강 신화를 이뤄내던 그 해에 나는 결혼했었고, 월드컵 경기를 뱃속의 큰아이와 함께 봤었다. 2003년 초 아이를 출산하고 직장을 그만둘 수 없어 친정에 맡겼다. 6살이 되도록 그래서 큰애는 주말에만 만났었는데, 토요일 근무 마치고 가던 시절에는 오후에 토요일 휴무가 시작되고 나서는 아침 7시면 나는 아이를 데리러 출발했다. 내가 구로구 온수동 살 때라 엄마네 집까지 가려면 보통 1시간은 걸렸고, 주말에 차 막힐 때 잘못하면 2시간도 걸렸다. 수유리 집을 팔고 경기도 양주로 이사를 하신 지 좀 되었고, 외곽순환도로, 내부순환로를 거쳐 가야 하기에 길 막히기 전에 떠나려고 일찍 나서곤 했었다.


남편은 가장 바쁜 날이 토요일과 일요일인 사람이니 결국 아이를 데려오고 다시 다려다 주는 일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토요일 아침 그렇게 달려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가 된다. 엄마 아버지와도 시간을 조금 보내고, 마트라도 한 군데 들러 오면 그렇게 된다. 일요일은 하루종일 바쁜 날. 아침부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모든 교회 활동이 끝나고 나면 아이를 태워 다시 그 길을 가곤 했다. 졸음운전도 참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희한하게 앞 뒤에서 불빛을 번쩍이거나, 클락션으로 나를 깨우는 차들이 있어서 살았다.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 크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아주 어릴 때는 차 안에서도 분유를 줘야 하는 경우가 있어 보조석에 카시트를 장착하고 아들을 태웠었는데, 한 손으로 분유 제작하고 흔들고 먹이고 다 했었다. 대단한 건지 무모한 건지. 나의 토요일 아침은 그때도 그렇게 숨 가쁜 아침들이었다.


큰 애가 5살이 되었을 때 둘째가 태어났고 그때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엄마 아버지도 가까이 이사를 오시게 해서 두 아이를 양육하며 새로운 일을 시작했었다. 새로운 일은 독서지도.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의 토요일 9시는 수업 시간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 시간에 꼭 수업하려는 아이들이 생겼고, 19년째 수업하면서 단 한 번도 그 시간에 수업이 비어본 적이 없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그 시간에 수업한 친구들이 한 번도 학교 생활에서도 입시에서도 잘못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 시간에 수업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던 어느 날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서 생각이 꼬리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찾은 비결은 아마도 아이들의 성실함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토요일 아침 9시에 수업을 매주 빠지지 않고 온 그 친구들의 성실함이 그들의 인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작년 한우리 교사를 마무리할 즈음 나는 정말 지쳐있었고, 토요일 아침 수업하던 중3 친구들이 작년 2월 졸업을 한 후 더 이상 그 시간에 수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달간 그 시간을 이용해 독서모임을 다녔다. 하지만 새롭게 내 교습소를 오픈하고 나니 그 시간 수업을 요청하는 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고, 또다시 토요일 9시 수업을 재개했다.


오늘도 나는 8시 반에 문을 열고 히터를 틀고, 책상을 닦고 바닥을 쓸고 교실정돈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이 친구들이 초등3학년에서 이제 4학년으로 올라가는 꼬맹이들이라 볼 때마다 마음 한편에 짠한 마음이 있는데 오늘도 이 추운 날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은 누구나 누리고 싶은 토요일 아침을 포기하고 이렇게 왔구나 하여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9시라도 좋으니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한 어머님의 부탁을 거절 못해 수업을 하기로 했고, 감사하게도 두 친구가 더 합류하게 되어 한 반을 만든 것이었다. 이번에야말로 토요일 아침 시간을 내 시간으로 써보고자 했던 호기롭던 내 의지는 바로 꺾였다. 두 친구가 더 합류하게 된 것은 내가 마음을 정한 다음이고 그 어머님께서 내가 어려움 겪을 때 많은 힘이 되어 주셨기에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어머님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내미 녀석이 늘 재미없어요. 책 읽기 싫어요를 남발한다. 평소에는 무시하기도 했을 그런 소리에 오늘은 나도 모르게 온몸이 반응한다.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끝에 아이들이 다들 오기 싫은데 엄마가 억지로 보내서 왔다고 하는 이야길 하는 걸 들었다. 이 아이들은 수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한다. 하마터면 창피하게도 아이들 앞에서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머리가 띵...

KakaoTalk_20250118_110018691_01.jpg 내가 좋아하는 책장에 아빠가 그려주신 그림을 올려 두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갑자기 헷갈린다. 내 토요일 아침 9시 나도 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독서모임도 다 포기하고 만든 수업시간이고, 아이들이 굉장히 성실하고 재미있게 수업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떤 팀에서 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애썼던 시간인데 재미도 없고, 오기도 싫다고. 도움은 된다고 생각하냐니 한 십 초 후에 도움은 되는 것 같아요. 한다.


그렇다면 내가 이 아이들과 어머님들의 소중한 토요일 아침 9시를 빼앗은 나쁜 학원 선생님이 된 것인가. 결국 이 아이들에게는 나는 몹쓸 사람이 된 것. 나 역시 내 소중한 토요일 아침 9시를 지키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던져버린 것이 아닌가. 후회가 몰려온다.


언제 나에게 단 한 번이라도 여유 있는 주말이라는 게 있었나. 월화수목금월월인것처럼 여태 살아온 것 아닌가. 나를 바쁘게 몰아대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많아 자꾸 일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그래 누굴 원망하겠는가. 다 내가 만들어낸 일들이다.


그나저나 이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KakaoTalk_20250118_110018691.jpg 아빠가 그려주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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