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모래쌤

제목이 워낙 유명해서

젊은 시절 내가 읽었는 줄 알고만 있었던 책인데...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너무 강해.

극단적이야.

토마시라는 인간은 내가 제일 혐오하는 인간형이고

아니다. 사비나가 훨씬 더 싫어.


토마시는 남자니까

남자에게 별로 희망을 걸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역시나 이 남자

세상에 널리고 널렸던 그 그 그 그들 중의 하나.


그런데 사비나는 뭐지?


영화도 12세 관람가 영화가 딱 좋은 내가 요즘 이걸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데

그만 접을까 싶기도 했어.

뭐 그리 엄청난 철학적 질문을 나에게 던져 주려나 몰라도

내가 왜 이 글을 읽고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저들의 그 감정 하나하나는 자세히 설명 안 해도 알긴 알겠는 거야.

내가 그만큼 늙었다는 이야기인가...


책 중반으로 향하는 중인데...


사비나와 사비나를 사랑하는 프란츠에 대해

토마시를 사랑하는 사비나에 대해

토마시를 사랑하는 테레자에 대해

테레자를 사랑하는 토마시에 대해

작가가 이들이 왜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하는지

그들의 내력을 막 설명하면서 '이해를 좀 해 줘요' 하는 것 같아.



그리고 책 중반도 안 갔는데 테레자와 토마시가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와.

도대체 뒤에 어떤 이야기 있는지 책 덮어버리고 싶은 시점에

못 덮게 하네.




아휴. 몰라.

여보 나는...

힘들고 어렵고 이상한 부모 만났다고 자기 인생

그렇게 사냐 하는 생각 많이 했었는데

우리 부모님도 당신 알다시피 일반적이지 않으시잖아.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저들처럼 그렇게

어쩔 줄을 모르고 그렇게 살아온 것 같기도 해.



사비나는 배신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자신을 망가뜨려 버리고 싶은 마음.

그러다 그러고 있는 배신한 자신을 또 배신하고

그러더라고.


이해가 되는 건 왜일까.

나도 뭐 그래왔나 싶기도 해.



당신 만나 참 좋았어.

당신은 언제나 내가 옆으로 가든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그냥 거기 있어 주었는데...


내가 막 흥분을 하며 뭔가 일을 저질러도.

시작하기 전엔 잔소리 막 퍼붓다가도

막상 시작하면 그냥 응원을 해 줬고.


내가 슬럼프에 빠져 있으면

위로해 줬었는데...


나는 이리 쿵 저리 쿵 평생 그리 헤매면서만 사는 인생인가 봐.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


아침이면 둘째 등교시키고

솔이 밥주고 똥 치워주고

청소기 돌리고

여기저기 내 손길을 기다리는 곳곳에 손을 뻗어.



수업준비도 해야하니 거의 집안에서도 뛰는 기분.

금새 11시가 넘어.

그러면 점심을 먹어야 해.

밤 열시나 되야 수업이 끝나니까

그 때까지 버티려면 밥 없인 어려워.



반찬 하나 꺼내놓고 밥을 먹지.

라면을 하나 끓여서 국물이랑 먹던가.

그러고 나면 얼른 학원에 나와야 해.

오면 전날 밤 불빛따라 들어온 날파리들이

즐비하게 죽어있는 현장을 봐야하고.

바닥청소, 걸레질...



다 하고 나면 또 의자에 앉아 5분간 눈을 감아.

안그럼 충전이 안돼

움직여지질 않더라고.



요즘은 바닥에 물까지 자꾸 올라오다보니.

일이 더 많아.


생각할 틈이 없이 바쁘게 돌아가니

그나마 이정도 살아있는것이겠지만

그냥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



며칠 전 당신 처제한테 쉬고 싶다고 했더니.

한달 쉬래

아파서 쉰다고 하고 그냥 한달 쉬래


걘 뭐든 한 문장으로 결정해 줘.

신기해.


그러니 내가 걔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

이 땅에 말 섞을 유일한 형제가 뭐든 한마디로 딱 잘라 이야기하는

그런 멋진 동생 하나라니.



여보.

진짜 여러 생각 말고 그냥 쉬어버릴까?


앞뒤없이 그런 생각도 한번씩 하다가

아이들이라도 보니 산다 싶어 그냥 참다가.

그러고 있어.



책이나 읽어야지.

오로지 내가 살길은 그거 밖에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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