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주말에 내가 읽고 수업준비한 책들이야.
주말이래 봐야
토요일 1시간
주일 5시간 정도?
마지막 책은 결국 못 읽었어. 독서모임 책이었는데 포기.
다 감당할 힘이 없네.
방학이 끝나면 좀 나아지려냐 했더니
아들 서울 가고 나니 더 시간이 없더라고.
"OO아 빨래만 좀 건조기에 넣어줘."
"OO아 엄마가 청소기 못 돌리고 나간다 미안 그것만 좀 부탁해."
"OO아 오늘 그거 온대"
" 이것 좀 보내줘. 이것만 좀 버려줘. 여기 전화 좀 해줘."
이렇게 도움을 요청할 아들이 없으니 말이야.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있었음 뭐가 걱정이야.
인생사 왜 이렇게도 처리할 일들이 많은 거야.
매일 해도 하나도 티 안나는 집안일이라는 것은 안 하면 바로 티가 나고.
올해부터는 아들 서울도 가고
조금이라도 아껴봐야 한다 싶어
당신 보내고 정말 요리하고 싶지 않았는데
찌게라도 하나 끓여서 대충 먹고 점심 값이라도 좀 줄여보자 했더니
그것도 시간을 뺏기는 것만 같아 괴롭다.
결국 3월이 되고 나니 더 바빠.
냥이들은 혼자 잘 있다고는 해도
솔이 녀석 혼자 두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미안스러워서
최대한 집에서 모든 걸 준비하고 수업 임박해서 학원엘 나가다 보니
가서는 거기 청소하고 프린트물 준비하고 1시 반부터 아이들이 막 들어 오기 시작하면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돼.
모든 수업을 마치면 거의 9시 10시 되니까
집에 오면 밤이잖아.
그럼 또 이것저것 내 손이 필요한 곳이 막 보이니까 왔다 갔다 하다
자리에 앉아 책 펴면 11시는 되거든.
그럼 잠이 와.
그래도 읽어.
진짜 잠이 팍 들 때까지.
이제 자볼까 하고 누우면 이런저런 걱정거리와 더불어
당신에게 가다 보면 그날 밤은 잠을 잘 못 자게 되고 그럼 다음날 어떻게 되겠어?
나도 예전 같지 않아서 나이 드니 잠을 몇 시간이라도 제대로 못 자면
그다음 날은 너무 힘들더라고.
주말이 되면 그래서 또 마음이 초조해.
토요일 저녁에 어느 정도 읽어놔야 해.
주일 오후부터 앉아서 다 못 읽은 책 읽고 저녁까지 두꺼운 책들 교안을 두 개는 만들어놔야
주중에 저학년 교안, NIE자료 등을 만들 수 있더라고.
토요일저녁에는 아이들 저녁 시간에 만나서 그동안 못한 일상을 나눠.
서로서로 위로하는 시간.
주일에는 엄마 아버지를 만나. 요새는 매주 뵙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 시간도 확보해야 해.
진짜 난감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더...
누가
"시간이 없어요."
라고 하면
나는 그게 다 핑계로만 들리던 사람이잖아.
시간은 쪼개면 나온다.
당신의 마음이 문제지.
안 하고 싶은 거잖아.
뭐 이런 식으로 생각했지.
독서모임도 다 포기해야겠어.
시간이 없어서 아무래도 참석이 당분간 어렵겠어요.
이말이 진짜 핑계치고 참 궁색하다고 생각했는데
뼈져린 체험의 시간들을 보내는 중.
선택과 집중
지금은 하나만 해야 해.
다 할 수가 없어.
지금도 하루에 5시간 정도밖에 안 자는데.
평일이고 주말이고.
예전처럼 더 줄이진 못하겠거든.
절대적 시간부족.
그게 지금 내 현실.
콜레스테롤 약이 똑 떨어졌어.
지난 주중에 갔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바빠서 그랬지.
나 혼자 동동거리는 걸 누가 아나.
8월까지 잘 버티면 9월부터는 조금 수월해질 것 같긴 한데 여보.
나 그때까지 해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