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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가증스럽다.

하나도 안 힘들어 보이는 건 다 이유가 있다.

by 모래쌤

내가 작년에 브랜드 독서지도사를 벗어던지고

개인 논술 교습소를 오픈한 곳에

알고 보니 큰 애 친구이자

우리 교회 주일학교 교인들이었던 형제의 어머니가 3층에서 수학 교습소를 하고 계셨다.


전에는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그래도 참 친하게 지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멀어지더라.



몇 년 전

동네 카페에서 어떤 분과 마주 앉아 계신 걸

잠시 뵈었었는데

얼굴이 너무 안되셨어서 못 알아볼 뻔했던 기억이...


글 뒤로는 연락도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그분이 같은 건물 3층에 계실 줄은 몰랐다 정말.

(알고 보니 그때 그 집도 어려움이 있었더라고.)




이곳에 온 뒤로

오며 가며 마주치기를 몇 번 한 것 같다.

어디서 본 사람 같기도 하다 하면서 지나쳤었는데...

맞았다.



보통 우리 나이또래는 몇 년 지나고 봐도

헤어스타일이며 뭐 달라지는 게 별로 없어서

보통은

"어머 어쩜 하나도 안 변하셨다~~~"

고 하는 게 인사인데.


이 분은 어찌 된 일인지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보겠더라고.

뭐가 변한 거지?

인상이 변했나? 헤어스타일이?

그리고 아는 체를 안 하고 지나치니까

잘못 봤나 했지...


아무튼....




내 사정을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저렇게 알면서도 모른 척하나

내 딴에는 별 생각을 다했다.


믿을 사람 하나 없고,

친구인 줄 알고 보면 아니고,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어서 더더구나

슬펐다.



그런데

며칠 전 그분이 교실에 갑자기 들어오더니

이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이걸 못 구해서 구할 때까지 보고도 모른 척했다고.



천 원짜리가 주욱 연결되어 이는 돌돌 말린 전지모양의 돈 그림이었다.

"이 거 걸어놓으면 부자 된대요.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라고 하시면서.





내 사정은 모르더라고.

당연히 알 줄 알고 이야기 꺼냈다가 도로 넣을 수도 없어

주저리주저리 이야길 하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또 며칠 후 이번엔 직접 만드셨다는 딸기잼을 들고 오셨다.

sticker sticker


맞다. 저분 원래 저런 분이었는데...

알뜰살뜰 사시고, 뭔가 만들어 나누시고

예전에도

그렇게 바쁘게 공부방 하시면서도 살림까지 잘해서 놀랍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일한답시고 살림은 안 했는데...









나는 참 가증스럽다.

남편의 빈자리를 견디지 못해 살던 집도 내팽개치고,

교습소도 훌쩍 버렸는데....

남편이 처음 실려갔던 병원은 근처에도 가기 싫어서 피하면서...



가만 보니 남편이 운동하던 그곳을 매일 지나다니고 있고...

처음 이곳에 와서 살았던 동네 꿈에 부풀어

고생도 고생이 아니라고 여겼던 그 때 그 모습들이 어른거리는

그 곳 코앞에서 교습소를 하고 있다.

뭐든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하는 인간.




/



어떻게든 버텨 보겠다고 그렇게 독서모임을 나가더니....

이제는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고 은둔을 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진짜....



지금의 나도 나고, 그때의 나도 나인 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까.

못하지 못해.


지금의 나는 남편이 그립고, 혼자라는 것을 견딜 수가 없고

나 때문에 교회를 망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고

아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까지 버텨야 할 텐데 걱정이라 더더욱

남편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의 나는 잘 견디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막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래놓고는 악몽을 꾸고 그랬었는데...




다들...


그 사람 왜 그래?

이 말했다 저 말했다,

이랬다 저랬다,

하여간 사람이 좀 별로야 그럴 것 같다.


아닐 수도...

실은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나 혼자 김칫국물 마시는 걸 수도...



엊그제 꿈에 남편을 봤다.

무표정한 얼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뭐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는 것 같았는데...


여보

오늘 한 번 다시 이야기 좀 해줘 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