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비가 너무 많이 와.
우르릉 쾅쾅이라는 천둥 번개 소리도 이제 달라져야 하나
무슨 천둥 소리가 저런지.
폭탄이 터지면 저런 소리가 날 것 같은...
건물이 뭔가에 땅 맞고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
그 소리가 머리와 심장 깊은 곳까지 꽝 하고 울리는 바람에
거의 무표정한 상태로 수업하는 중2 남 들 얼굴에 다 사람같은 표정이 생기더라니까.
나는 혼자 교실에 있어.
7시에 오는 친구가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고
8시반에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비가 세차게 쭉쭉 내리 꽂혀서 건물 앞뒤로 여기저기를 치는 소리와 번쩍 거리는 번개
꽈꽈꽝 쿠루르르 쿠구구궁 천둥소리가 공포스럽다.
좀 전에 안전 안내 문자가 왔어.
이 동네 몇 군데는 정전이 되었나봐.
엘리베이터도 타지 말라고 그러더라고.
우리동네는 그 목록에 없었으니... 괜찮겠지?
내가 퇴근해서 갈 무렵엔 좀 비구름이 멀리 가면 좋겠다.
당신이 없으니 이럴 때도 혼자 있어야 하잖아.
나 겁 엄청 많은 거 알면서...
사실 무섭거든 지금.
왜 나는 이 나이에도 천둥이 무섭지?
바보가 따로없다 정말...
수업을 취소하고 집으로 달려 가고 싶었는데
이 비를 뚫고 오겠다네...
하필 오늘 차도 안타고 와서 이 빗속을 걸어가야 하는데
남천을 돌다리로 건널 수 없어서 큰길로 좀 돌아가야 할 듯해.
게다가 교실 바닥이 또 이 비에 새는건 아닌 지 걱정이야
아직은 괜찮은데...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엄청 올라오거든
그것도 걱정이네.
무섭고도 외로운 저녁이다 여보.
지금 여기 어떻다고 말할 사람이 없으니 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