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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by 모래쌤

아름답다는 건 어떤 걸까?

아름다운 것을 떠 올리니 굵은 붓이 한번 휘~익 지나간 듯한 구름이 깔린 파란 하늘이 그려진다.

하늘하늘한 코스모스 핀 시골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봤던 기억도 나고,

달빛이 환하던 밤 너른 배밭의 하얀 배꽃들의 잔치에 숨 막혔던 경험도 생각이 난다.

보도블록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오는 작은 풀들과 그 풀에서 올라온 더 작은 꽃들은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봐야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지만 자세히 보기만 하면

틀림없이 아름답다.






자연이 아름답기에 모두들 그렇게 "자연~스럽게!"를 외치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아름답다는 건 자연스러움을 말하는 것 같다.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미소는 아름답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는 그 미소를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꾸며진 미소가 나를 향해 지어질 때는 긴장하게 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내 속에서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은 긴장감.

'자연 미인'이라는 말은 괜한 것이 아니다.

외모와 내면이 잘 어우러지는 너무 꾸미지 않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은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젊다고 더 유리하거나 나이가 좀 들었다고 불리해지는 건 아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움이 아름다움의 포인트다.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 아름답다고 느낀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도 그런 것이다.

각자 자기 종족의 안녕을 위해 자기가 맡은 바 최선을 다해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산다.

다만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경우도 기준은 동일하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최선'에 '희생'이 포함될 때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욕심도 부리고, 생색내기도 좋아하는 인간은 자연계의 생물들보다 더 노력해야

아름다워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아름다운 것은 글이다. 글은 생물일까 무생물일까?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썼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은 생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우리나라 작가들의 글을 좋아하는데, 훌륭한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

수려한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을 볼 때

아름답다고 느낀다.

비단 훌륭한 작가님들의 글만 아름다운 건 아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쓴 글들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아름다운 글들이 수없이 많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므로 자연스럽게 자신을 반영한 글을 쓴다.

그러니 아름다울 수밖에.

내가 오늘도 글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수려하지 않으나

내면이 잘 드러난 자연스러운 글이 아름답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다.

아름답다는 건 순리대로 사는 것. 욕심부리지 않는 것.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는 것. 꾸밈없는 솔직한 나를 표현하는 글을 써 나가는 것.

그러다 어느 날 때가 되면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생을 마감하는 것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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