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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하지 않을 일

by 모래쌤


새로운 질문에 답하며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오늘의 질문은 더욱 새롭다.

발상의 전환이 좋은 것 같아 글을 쓰려고 앉으니 기분이 좋다.

나만의 하지 않을 일이라... '절대 이건 싫어' 하는 식으로 투덜대기를 잘 하는 나는

투덜이 스머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 쓸 의욕이 올라온다.

그런데 시작하려다 보니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내가 하지 않을 일로 결정했던 첫 번째는 '결혼' 이었다.

32년까지 혼자 살았을 때 나는 진짜 혼자 살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운명(?)이 나를 이끌어 결혼을 하게 되었고 정신 차리고 보니

두 아들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폼 안 난다.

독신 주의자처럼 굴고 남자들을 싸잡아 비판하던 내가

어느 날 쓰윽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








두 번째 내가 하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일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 우리 집에 살다간 똘이, 순이

두 치와와 강아지와의 만남과 이별이 나로 하여금 이런 결심을 하게 했다.

똘이는 교통사고로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는데

내가 대문을 열어놓고 급히 뛰어나가는 걸 따라나오다 난 사고라

더욱 끔찍했다.

그날 동생은 잠깐 정신줄을 놨었고

온 가족이 충격으로 한 달이 되도록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똘이의 빈자리는 일 년쯤 후였나 순이가 왔을 때에서야 조금 채워졌던 것 같다.

순이는 장수하고 자연사했는데 어린 순이는 늘 뛰어다니는 아이였고

늙은 순이는 대화를 나누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사랑하는 이가 태어나 자라고 늙어죽는 걸 보는 건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다시는 그런 일 만들지 않겠다 결심했었다.

내가 늙어 누가 봐도 그들보다 오래 살겠나 싶을 때 정도 되면

한번 고민해 보든지 하자고.

그래서 아이들이 아무리 강아지 고양이 타령을 해도 눈 하나 꿈쩍 안 했었는데.

작년에 아빠를 갑자기 잃고 난 후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니 그만

금 간 둑 무너지듯 투두둑 경계가 무너져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고

일 년도 안 되어 나는 완전한 집사가 되었다.

우리 냥 남을 위해 뭘 해드려야 할지 표현을 별로 안 하시고

거리 두기를 즐기시니 눈치로 딱딱 알아채야 해서 어렵지만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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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내가 하지 않을 일은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건 언니를 먼저 보낸 후 얻은 깨달음이었는데 돈보다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절대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에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다 그만 늘 거기 그대로 기다려 줄 줄 알고 내 계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남편이라는 존재를 잃고 당황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책방을 열고 독서 모임이나 슬슬하면서

글을 써 출간 작가가 되겠다고

교습소만 줄창 운영하는 건 그만 하겠다고 그렇게 떠들더니

교습소 일에만 매진하며 1년을 보냈으니...



내 말은 하등 신뢰할 것이 없다.








글을 쓰다 보니 대체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겠어.'라든지, '이건 진짜 꼭 해야지.'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절대'라는 말이 위험한 것 같다.

'나는 절대 ...'라고 말하는 순간 실패를 기억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나에게 스스로 실망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나만의 하지 않을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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