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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바지줄이기도 못하는 ......

by 모래쌤

여름 바지를 사놓고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세탁소를 못갔다. 그러고 보니 안사도 여름 날 걸. 올 여름 바지 없어 벗고 다녀야하는것처럼 걱정하고 바지를 산 게 후회되기도 ......



중고 옷이라면 나한테 맞는 기장도 더러있더라만은 대부분 새로 산 바지는 기장을 손보지 않으면 안된다. 두꺼운겨울바지는 정장 스타일이 아니라면 대충 걷어 입기라도 할테지만 얄프레하고 하늘거리는 천으로 만든 여름용 바지들은 반드시 수선을 거쳐야 한다.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마트 아울렛 백화정 등등 직접 가서 만져보고 입어보고 사는걸 싫어한다. 직원분들의 과한 관심도 감당이 안되거니와 그분들 앞에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중년이되고 몸이 불어나니 부끄러움은 한층 더 심해졌다. 거울 앞에서 정면으로 나를 보기도 힘든데 누군가 모르는 사람과 함께 그걸 봐야하니 죽을 맛이다. 그러다보니 대충보고 잘 어울린다는 격려에 힘입어 잘못된 구매를 몇 차례 했었고 이제는 오프라인 쇼핑은 안한다. 온라인 쇼핑도 자꾸 하니 늘어서 거의 나한테 잘 맞는걸로 잘 고른다. 하지만 수선이 문제다. 수선을 하러 나가야 하니 난감하다.




수선조차 직접 맡기고 찾아보질 않아서 세탁소를 찾아 맡겨보려했더니 거긴 세탁만 한단다. 대체 어디다 수선을 맡겨야하나. 기장 접어 사이즈 재야하는데 천이 얇아 누가 잡아줘야하는데. 하다 며칠. 세탁소 가야하는데 하다 며칠. 안된다하니 어딜가야하나 찾다 며칠. 일은 바쁘고 이러다 내년에나 입겠군 했는데 아들들 옷사고 거기서 수선도 해왔던 기억이 났다. 오늘 드디어 그 미루고 미루던 일을 해치우러 왔다. 하필 수선실이 남성복 매장 옆이다. 한번씩 남편 스타일을 싹 바꿔줘보려 한벌씩 샀던 기억이 났다. 남편한테 입혀보고싶은 옷들이 삭삭 눈에 스쳐서 얼른 피했건만 떠오르는 추억에 가슴이 아픈건 막을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 하고픈 어린아이같은 눈물이 올라와 나는 매장을 다니며 눈물을 말렸다. 아직 오픈하고 얼마안되어 사람들이 별로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언제 적응이 될까?

혼자 뭐든지 척척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사실은 땡깡부리고싶다 그 이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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