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가 폭풍처럼 밀려올 때

by 모래쌤


엎어진 물이다.

돌이킬 방법이 없다.

후회막급.



연습하고 준비한 일이어도 마치고 나면 후회가 남는 법인데.

이런 감정은 도움 될 일이 없다.


보통 밤 잠을 설치게 하거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둥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건강에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말로 마음을 다독이곤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잖아.

그래. 내 인생도 뭐 알 수 없는 거 아냐.

버텨보자.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이렇게도 말한다.

고진감래.

'너 고생은 이제 끝났어. 앞으론 잘될 일만 남았다니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에 보니 이런 말이 있다.

"재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거기에 운이 따라주면

그때 어쩌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뭔가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되면 참 운이 좋은 것이고.


내가 현재 살고 있지 않은 대안의 삶을 생각하며 그 선택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공감된다. 이만큼 네가 노력했으니 잘 될 거야라든가,

그만큼 힘든 일 겪었는데 이제는 잘 될 거라는 것은 '참'이 아니다.


인생은 그렇게 맥락 있게 연결되는 소설이 아니다.




그날 성난 폭풍처럼 몰려와 모든 걸 한순간에 쓸어가 버렸다.


그때 왜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그 며칠을 못 버티고

가망 없다는 의사의 말에 모든 걸 포기하고 그렇게 냉큼 숨줄을 떼 버렸어야 했나.


아니 평소에 왜 조금 더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을까? 왜 사랑의 표현을 조금 더

받아주지 못했을까? 왜 늘 나는 그가 그저 내 일부이므로 별로 신경 안 써도 되는

내 모든 일을 돕는 자로만 생각한 것일까.


후회막급한 순간은 나에게 예고 없이 찾아왔고,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나는 후회하고 또 했다.

그러니 자신을 원망하게 되고, 인생을 비관하게 되고, 세상이 싫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밥 먹고 잠자고 일하고 울고 웃고

나는 살아있다.

하지만 내가 밟는 땅은 날마다 푹푹 꺼지는 늪 같고, 내가 보는 풍경은 짙은 회색일 때가 많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은 나는 그러나 살아야겠다는 본능으로

책을 보고 또 보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래서 나는 새옹지마도 마음에 와닿지 않고,

고진감래 같은 건 듣기도 싫다.


오늘 하고 싶은 걸 하고,

오늘 나누고 싶은 걸 나누고,

오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일은 내게 확정된 시간이 아니므로..



후회가 몰려온다면

후회하라.


하지만 너무 오래 하지는 말길.

오늘 하루 마음을 다해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일은 더한 후회가 몰려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을 마음을 다해 산다면 내일도 더 나은 아침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올 때도 계획하지 않고 왔고, 갈 때도 언젠지 모른다.

다만 여기 있는 내가 신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인간답게 살아야지.

마침내 이 땅에서 나에게 어떤 것이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하루하루 살다 보면

그날에 가볍게 훨훨 날아가겠지. 본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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