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다 보면 유난히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계성 지능이나, ADHD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도있고,
특별한 진단이 없어도 이해력이 현저히 낮아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여기까지도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따로 있다. 책이라는 것을 손에 잡아보지 않은 채 중학생이 되어버린 경우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이런 아이들이 뒤늦게 읽기의 기초부터 다시 쌓아 나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문해력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 수학 학원에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공부하면서 독서를 병행하다 보면 서로 영향을 주어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나이에 맞지 않는 책이라도 붙잡고 어떻게든 읽어보겠다고 마음먹는 아이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러니 문해력을 제때 길러 놓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옛말처럼 훨씬 더 큰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초등 1학년 학부모 상담을 할 때 꼭 이런 말씀을 드린다. 아이가 또래보다 읽기가 많이 어렵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만나게 해달라고. 반대로 자기 수준의 책을 즐겁게 읽고 있다면 자유롭게 더 많은 책을 읽도록 해서 독서가 숙제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다.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면 가능한 한 이른 시기부터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과정이 반복되지 않으면 아이는 읽기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멀어질수록 다시 돌아오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걸음이라도 읽기 쪽으로 발을 내딛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저 책을 많이 읽히면 되는 것일까?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부모들은 이것저것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아이들에게 들이밀고 빨간펜 선생이 되기를 자청한다. 그러나 문제집을 많이 푼다고 해서 문해력이 저절로 자라지는 않는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도구 중 하나가 문제집이므로 이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집을 이용한다면 문제집의 지문을 어떻게 읽는지가 중요하다.
문제의 답을 맞히기 위해 지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문단을 나누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요약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쉬운 책부터 시작해서 하는 일이다. 수준에 맞는 책을 꾸준히 읽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접하며, 읽으면서 생각하고 읽고 난 후 쓰는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읽기가 완성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어떤 책이든 완성까지 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문해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꾸준히 읽고, 문장 속 어휘를 이해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쑥 자라있는 문해력에 스스로도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