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습소의 신학기 일상
초등학교 앞에 오랜만에 나갔다.
신학기가 되면 홍보물을 잔뜩 들고나가서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신학기 홍보를 하느라 선생님들과 나가곤 했었다.
때로는 혼자서도 열심히 나가기도 했었고.
가기 전에는 귀찮고 부끄럽고 핑계를 대고 안 나가고 싶지만
막상 나갔다 오면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활력을 얻곤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안 한 지 오래다.
그런데 오늘 진짜 오랜만에 초등학교 앞에 나가게 되었다.
매주 목요일 초등 1학년 친구 수업을 하기로 했는데
우리 교습소와 학교는 정문에서부터 1분 거리.
엎어지면 코 닿을 데다.
하지만 아직 길이 낯선 초등1학년들은
병아리 떼를 몰고 나오듯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이끌고
정문 앞까지 나와 학부모님이나 학원 선생님들께 인계한다.
아이들은 할머니 손을 잡기도 하고 아빠를 만나기도 하며
태권도 사범님의 구령에 맞춰 줄지어 걸어간다.
걔 중에서도 엄마를 만난 아이들이 최고로 신나 보인다.
엄마라는 존재는 참.
당분간 목요일마다 학교 앞에서 1학년 꼬맹이를 만나
함께 학원까지 올 예정이다.
아이 손을 잡았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작고 여리구나.
내 아이를 키울 때는 몰랐는데
왜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면 미소 짓는지 알겠다.
왜 고사리 손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왜 뽀얀 얼굴을 그리 탐스러워하는지 알겠다.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사랑스럽다.
초1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다음 수업할 초2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한 친구가 오더니
선생님! 얘들 몇 학년이에요?
한다.
1학년 동생들이야. 했더니
아~ 하는 표정에 의기양양이라고 쓰여있다.
그때 마침 1학년 한 친구가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뜸 아까 질문했던 2학년 아이가
"제가 데리고 갔다 올게요!" 한다
여기가 오래된 건물이라 화장실이 안에 있질 않고
옛날 집 뒤편 같은 곳으로
좀 걸어서 나가야 하기에
처음 온 친구들은 낯설어하는데
본인은 그래도 1년을 다녔으니 잘 안다는 표시다.
"아니야, 선생님이 데리고 갈게."
한사코 자기가 한다며 따라와 셋이 화장실을 갔다.
한 데를 지나야 하는데, 하필 오늘 보슬비가 내린다.
"아~ 비 온다." 1학년 친구가 걸음을 멈추었다.
2학년 친구가 시범을 보인답시고 행동을 한다.
"그럴 땐 이렇게 하면 되지." 하면서 대뜸 뛰어간다.
참 오랜만에 나도 꾸밈없이 아이들과 함께 웃었다.
수업을 하지 않았으면 누리지 못했을 소소한 행복!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