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erek Guy of Die Workwear
난 MTM 수트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상호 합의 하에 이루어진 품질에 대한 타협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옷을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면서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글의 번역을 끝낸 지금도 MTM 수트 오더를 시도해 볼 생각은 들지 않는다.
비스포크 애호가인 내 입장을 차치하고서도,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이 시스템이 사르토에게도 결코 탐탁스러운 것일 리 없다는 것이 내 소견이다. 긍지 높은 사르토라면 안목과 솜씨의 최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옷에 하우스의 라벨을 허락하는 일이 반갑지 않을 테다.
그러나 MTM(엠티엠)의 부족함이 가시화되는 건 어디까지나 그것을 비스포크와 견주었을 때의 이야기다. 모든 남성이 자기 스타일을 찾는 여정을 어딘가에서 시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한국에서도 고품질 기성복과 비슷한 가격대에서 수준급 MTM 수트를 주문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 라벨이 부착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접착식으로 양산된 기성 수트들(어마어마한 마크업이 추가된 가격으로 판매되던)이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었던 2000년대의 상황과 비교한다면 남성복 시장이 이루어낸 변신은 놀라운 것이다. 국내 애호가들의 안목 역시 매우 날카로워졌다. 그들을 겨냥한 MTM 테일러링의 품질 역시 수준급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뛰어난 접근성을 앞세운 MTM 수트가 많은 이들에게 맞춤 테일러링의 매력을 설득시켜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POSTED ON FEBRUARY 17, 2021
By Derek Guy of Die Work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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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ieworkwear.com/2021/02/17/the-future-is-made-to-measure/
종종 낭만화되는 의류 생산에 관한 이야기에서 옷이 제작되는 과정은 보통 세 가지 급으로 나눠진다. 급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제품의 품질 역시 사치품의 피라미드를 한 계단씩 오르게 되는 것이다.
최하급에는 기성복이 자리한다. 가게의 선반에 걸려있는 옷들이다. 입어볼 수도, 탐낼 수도, 때론 구매할 수도 있는 옷들이다. 그 위로는 메이드-투-메져(엠티엠/MTM)가 있다. 블록(기본) 패턴을 고객의 사이즈에 맞춰 수정한 후 쿵쾅대는 커다란 기계 -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 가 맞춤 제작된 옷들을 쏟아내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비스포크가 있다. 바로 이 공예의 최고봉이다. 우리의 상상 속 비스포크는 베일에 가려진 새빌로의 목재 패널 방에서 소모사, 플란넬, 트위드들이 높이 쌓여 있는 낡디 낡은 테이블 위,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테일러들이 구현하는 마술이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비스포크는 “꿈”과 같은 것이다.
실제 사정이 어떻든 간에 이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테일러링에 처음 발을 들인 남자들은 종종 그들 지갑 사정이 허락하는 최고의 높이까지 곧장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류 생산 시스템은 훨씬 더 복잡하다. 모든 단계마다 좋은 예시와 나쁜 예시들이 존재한다. 고품질의 기성복, 형편없는 비스포크, 그리고 그 사이로 모든 종류의 옷이 있다. 피라미드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기 보단, 각각의 시스템들이 겹쳐져 있는 형상을 하고 있고, 그것은 (같은 범주 안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옷이 어떻게 제작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19세기 초반, 즉 산업혁명, 모더니즘의 도래, 미국 내전과 기성복 업계의 발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던 시기로 돌아가 당시의 사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남성이 비스포크 의복을 입던 시기가 있었다. 미국 내전 이전까지 남성의 절대다수는 형편이 된다면 테일러가, 그렇지 못하다면 집안의 여성이 그들의 옷을 맞춤 제작하고 있었다. 기성복 역시 존재했지만, 그것은 단지 선원, 광부, 노예들을 위해 조잡하게 재봉된 워크웨어뿐이었다. 의미 있는 규모의 기성 수트 생산의 시작은 1849년 브룩스 브라더스 기성 수트의 등장과 함께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트의 품질 역시 비스포크 수트에 견줄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 시기 기성복 업계가 맞닥뜨리고 있던 어려움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끓어오르고 있던 북부와 남부 주들 사이 갈등이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전쟁으로 터져 나왔을 때, 미국 정부는 합중국의 병사들이 입을 옷을 제공해야 한다는 과제를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됐다. 1861년, 미국 병참 부서는 브룩스 브라더스에게 3만 6천 벌의 군복 제작 계약을 일임했다. 한 벌의 군복은 오버코트, 재킷, 바지(함께 입을 용도)로 구성돼 있었다. 가격은 19.50달러로 책정됐고, 이는 이 계약의 규모가 오늘날의 가치로 1억 7천만 달러에 육박함을 의미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브룩스 브라더스가 제작한 군복은 몸에 맞지 않는 데다가, 재봉도 형편없었으며, 주머니, 버튼, 버튼 홀이 누락된 상태로 연합군 진영에 도착하고 있었다. 협상 초기, 정부는 ‘군용 원단’으로 제작된 군복을 요구했으나, 결국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동급 원단”에 만족하기로 협의했다. 양모 부족 현상에 직면하게 된 브룩스 브라더스는 결국 부식해 가는 누더기, 톱밥, 접착제를 섞어 만든 자체 제작 모직물을 생산해서 사용했다. 이렇게 제작된 군복은 혹독한 날씨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누더기가 된 채로 바람 속에서 흩날려졌고, “쏟아지는 빗방울 아래서 원료인 먼지들로” 용해돼 버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군복이 다른 색상으로 도착한 것이었다. 이는 연합군 병사들이 아군을 적군으로 착각하여 서로를 향해 총을 쏘아대는 참사로 이어졌다.
1960년대 브룩스 브라더스는 미국의 직장인들을 위한 점잖고 품위 있는 의류 회사였지만, 그 100년 전, 그들은 내전의 부당 이득자로서 신문 일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군복은 곧장 신문, 잡지, 노래들의 비웃음을 사게 됐다. 전장으로 행군하는 연합군 장교들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찢어지고, 터지고,
하루면 썩어버리는 싸구려.
구멍이 뚫린, 단추도 없는 코트,
반은 푸른색 반은 회색;
너무 크고, 너무 작은 코트들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코트.
값싸고 부끄러운 누더기로 만든
재킷, 오버코트, 바지들
비렁뱅이 옷으로 무장한
용감한 장정들의 연대
뜯어진 솔기, 찢어진 재킷
철저히 해져버린 바지.
누가 실수를 한 것인가? 누가 횡령을 한 것인가?
망할 놈의 이름을 공표하자!
수치스러운 그의 몸에
이 거적데기 수트를 걸쳐주자.
1879년부터 평생 동안 옥스퍼드 잉글리시 사전의 주 편집자를 맡았던 사전 편집자 제임스 뮤레이는 브룩스 브라더스를 위시한 전쟁 물자 업자들에게 미국 내에서 ‘싸구려’(shoddy)라는 단어가 사용되게 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하퍼스 위클리의 기자 중 한 명은 이 단어가 “두들겨지고, 말려서, 접착제를 발라서 원단의 형태와 윤택을 연출하도록 다듬어진 찌꺼기와 쓰레기들의 끔찍한 혼합물”을 의미한다고 묘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shoddy는 싸구려와 불결함을 의미하게 됐다. 연합군 참전 군인이었던 헨리 모포드의 1863년 출판된 소설 The Days of Shoddy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단어를 “애국심의 불쌍한 몰골- 실체가 결여된 그림자”의 동의어로 사용했다.
물론 브룩스 브라더스의 운영 방침에 싸구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결함이 전부 그들의 탓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기성복 업계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맞는 규격화된 사이즈의 옷을 만드는 방법을 여전히 탐색하고 있었다. 규모와 품질 관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들은 약속된 기한 내에 엄청난 양의 제품을 보급하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수직물을 기성 제품으로 대체하게 된 건 수십 년 후에나 가능하게 된 변화였다. 결과적으로 마이클 제이킴이 그의 책 Ready-Made Democracy에서 언급한 것처럼 노동의 개편, 생산 과정의 합리화, 균일가 시스템은 의류 업계와 민주적 자본주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오늘의 기성복 업계는 미국 내전 당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19세기 초 테일러가 맡았던 역할은 다양한 직종으로의 분할 과정을 거쳤고- 디자이너, 패턴 메이커, 페이퍼 재단사, 등등-, 파편화되고 세계화된 일련의 공급 과정은 의류 염색만을 전문으로 하는 염색 업체, 실만을 생산하는 방직업체, 심지/캔버스와 지퍼만을 생산하는 트림 제조사 등, 틈새 업계가 제작 공정의 미세한 과정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을 가능케 만들었다. 1950년대 탄생한 접착제 역시 테일러링을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면서 업계를 새롭게 변모시켰다. 의류 업계가 오늘까지 이루어낸 발전은 놀라운 것이다. 자라(Zara)는 단 15일 만에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매장에 제품을 배치시킬 수 있고, 매년 무려 1600개의 지점에 3만 벌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성복은 더 이상 값싸고 형편없는 옷을 의미하지 않는다. 100 Hands와 G. Inglese에서 우리는 비스포크 제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수작업으로 제작된 정밀하게 바느질된 셔츠를 발견할 수 있다.
기성복과 비스포크 의복 사이 존재하는 차이는 패턴 제작 방식에서 기원한다. 기성복은 비교적 넓은 범위의 치수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그것은 종종 하나의 범주 안에 존재하는 여러 체형들의 평균을 의미한다. 반면 비스포크는 한 사람에게 맞춘 한 벌의 옷을 의미한다(때론 성공적으로, 때론 그렇지 못하게). 이 두 세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 메이드-투-메져, 엠티엠이다. 한 때 양쪽의 단점만을 모아놓은 선택지로서 외면당했던 엠티엠 수트는–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시 옷걸이에 걸어둘 수 없으면서도 테일러가 맞춤 제작한 옷의 정확성이 결여된 옷- 현재 매우 빠른 속도로, 흥미로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메이드-투-메져 의복에게 있어서 한계로 작용했던 것은 바로 블록 패턴의 사용이었다. 업체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체형과 “하우스 스타일” - 슬림한 모던 실루엣, 소프트한 콘티넨털 스타일, 각진 파워 수트 스타일, 전통 미국식 스타일 등등 –을 바탕으로 규격 패턴을 제작했다. 만약 고객의 체형이 이 기본 패턴이 허용하는 수치 바깥이라면 시스템은 오작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메이드-투-메져의 역설적인 현실이었다. 표면적으로 그것은 특이 체형의 남성들을 위한 것이어야 했지만 수익 창출을 위해서 엠티엠 업체들은 종종 평균-사이즈의 남성들에게 그들의 서비스를 맞춰왔던 것이다.
반면 지난 몇 년간 기술자들과 테일러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합쳐왔다. 이러한 노력은 훗날 처음부터 패턴을 그려낼 수 있는 기계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전통적인 패턴 드래프트 시스템은 고객의 비율을 바탕으로 한 계산에 의지해 왔다. 반면 새로운 알고리즘적 if/then 시스템에선, 명시된 조건에 따라 기계가 마치 테일러처럼 패턴을 그려내게 된다. Hickey Freeman의 테크니컬 디자인 부회장인 제프리 디덕(Jeffery Diduch)은 Tailored 라는 새로운 회사와 함께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만약 가슴과 허리 사이 차이가 7인치 이하인 경우 특정한 계산들을 적용하고, 차이가 7인치가 넘는 경우 다른 계산들을 적용하게 되는 겁니다. 모두 조건에 부합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작용되는 거죠. 이것은 맞춤 패턴을 처음부터 새로 그려내는 일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이 업체는 현재 특이 체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 한쪽으로 기운 체형, 보디빌더, 그 외 몸에 맞는 기성복을 찾기 어려운 특이 체형들. 이 시스템은 여전히 신생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초기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업계의 공예 쪽에서도 또 다른 발전이 진행 중에 있다. 몇 년 전, 브리오(Brio)의 창업자 조지 왕과 함께 카페에 앉았을 때, 그는 내게 브리오의 비스포크 트렁크 쇼 파트너 중 하나인 사르토리아 달쿠오레와(Sartoria Dalcuore) 함께 새로 설립한 메이드-투-메져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시스템에서는 채촌을 맡은 테일러(a fitter)가 샘플 옷을 고객에게 입혀주고, 기본 패턴에서 어떤 수정이 필요한가를 기록하게 된다. 이 기록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달쿠오레 공방에 전달되고, 그곳에서 옷 제작이 전부 완성되고, 그 후 브리오로 다시 배송된다. 그다음 차례인 미팅에서 고객은 마지막 가봉을 보게 된다. 만약 작은 수정들이 필요하다면 – 허리를 살짝 조여주던가, 소매의 수정 등 – 브리오의 인-하우스 테일러가 그것을 맡는다.
우리는 종종 비스포크의 묘미가 테일러가 고객의 패턴을 처음부터 제작한 후, 세 번의 피팅 과정을 거치면서 옷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반면 메이드-투-메져는 테크니션이 기본 패턴을 바탕으로 해서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그것을 수정해 나아가는 방식, 일반적으로 오직 한 번의 피팅만을 거치는 방식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해주지 못한다. 현재 새빌로에서도 블록 패턴(기본 패턴)과 같은 (수작업을 통한 수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노동력-절감을 위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하우스들은 다수 발견되고 있다. 앤더슨 앤 쉐퍼드Anderson & Sheppard 에서도 테일러들은 베이스티드 피팅(basted fitting- 시침질로 구성된 가봉복으로 보는 가봉)을 생략하고 포워드 피팅(forward fitting- 테일러가 재봉을 상당 부분 완성한 가봉복으로 보는 가봉)으로 곧장 넘어가고 있다. (총 두 번의 피팅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만약 엠티엠 업체가 우선 고객에게 샘플을 시착하게 하고, 손으로 패턴을 수정한다면, 비스포크와 엠티엠 사이의 경계는 흐릿해져 버린다. 만약 이런 엠티엠 시스템이 작은 비스포크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나는 그것을 “benchmade to measure”라고 부른다. 이럴 경우 (비스포크에 비교해) 생략된 과정은 오직 아주 약간의 차이를 위해 행해지는 한 번의 추가적인 가봉 뿐이기 때문이다.
조지는 말한다,
“전 이런 시스템을 비스포크보다 선호합니다.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 줄 현지 테일러가 존재한다는 조건하에서요. 만약 마지막으로 수트를 점검해줄 현지 테일러가 없다면, 고객은 블록/기본 패턴에서부터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를 테일러에게 전달하는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특정 테일러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이 필요한 일이죠.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는 비교적 저렴합니다. 일반적으로 30% 혹은 그 이상의 차이가 나죠. 동시에 비스포크가 주는 느낌과 모양새의 90%를 제공합니다. 가성비는 보장된 셈이죠. 물론 모든 요소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서 이야기지만요. 업계의 제품들 사이에는 품질의 편차가 존재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훌륭한 재단사보다 훌륭한 패턴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수많은 재능 있는 영국 테일러들이 보기 흉한 재킷들을 재단하고 있죠. 기본 패턴이 처음부터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본 패턴이 알맞게 만들어졌다면, 대다수 고객의 경우 비스포크까지 선택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전 곧장 완성까지 진행된(가봉 없이) 옷들을 가지고 있고, 네다섯 번의 피팅을 거친 몇몇 옷들보다 오히려 더 잘 맞습니다.
네시빌의 테일러링 샵 헤리(Herrie) 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 헤리 손과 카일 콤린은 비스포크 서비스의 대안으로 이와 비슷한 엠티엠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비스포크 프로그램의 경우 헤리가 모든 옷을 내시빌에서 재단하고, 잘라낸 원단이 이탈리아로 보내진 후, 그곳에서 재봉된다. 이 시스템은 완성된 옷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가봉 사이사이 옷들이 이탈리아와 네시빌을 왕복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반면 엠티엠의 경우 고객이 먼저 네시빌에서 샘플 옷을 시착해보고, 헤리가 그것을 바탕으로 수정돼야 할 내용을 기록한다. 비스포크 재단사인 그녀는 자세하고 기술적인 사항을 패턴 위 선들 위에 기록할 수 있다. 그 후 제작 과정은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지고, 네시빌에서 최종 피팅이 이루어진다. 이 시스템(MTM)은 비스포크보다 적은 가봉을 요구하기에, 헤리는 투 피스 기계 제작(machine-made) 수트를 1900달러에 소개할 수 있다(원단 가격은 제외한 금액). 이는 핸드메이드, 투 피스 비스포크 수트보다 천 달러가 저렴한 가격이다. 카일은 MTM 수트는 판매 마진이 매우 미세하기에,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은 오로지 손님이 두 번째 오더를 넣을 때에만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어려운 부분은 손님의 기대를 적당한 선으로 유지하는 일입니다.” 그는 말한다. “비스포크의 경우 고객과 테일러 모두 가봉 과정에서 옷이 어떤 모양새로 만들어져 가고 있는가를 확인해볼 수 있죠. 놀랄 일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엠티엠의 경우 옷이 곧장 완성으로 직행합니다. 샘플 옷을 시착해보았다고 해도 완성된 옷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이 힘들 수 있죠. 따라서 만약에 도착한 후에 완벽하게 맞는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경우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고객의 만족을 원합니다. 따라서 때때로 다수의 수정을 추가하게 되고, 결국 손해를 보게 되죠. 우리는 이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호주의 업체 Trunk Tailors의 창립자인 잭 리앙의 경우 더 공격적으로 책정된 가격을 앞세운 엠티엠 서비스를 제공한다. 풀-핸드-메이드 수트의 기본가가 단 1200달러인 것이다.. 스포츠 코트는 800달러에서부터 시작한다 (인터뷰 중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에게 두 번이나 확인을 부탁했다. 그는 내게 “그게 이곳 시장가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옷은 이탈리아가 아닌 홍콩에서 제작된다. 그렇다고 해도 퀄리티의 수준은 놀라운 것이다 – 체스트 패딩, 칼라와 소매 달기, 버튼홀, 모서리 스티치 등이 모두 손으로 완성된다. 추가 가봉 서비스 역시 250달러에 제공된다.
“우린 상당히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옷을 제공하고 있기에, 고객들의 입장에서 각종 스타일을 시도해보는 일이 수월합니다.” 그는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도 저는 핸드 워크가 아닌 완성된 옷의 느낌과 핏을 통해 제품의 우수함을 설명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핸드메이드 버튼홀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만약 버튼홀이 입체적으로 보인다는 점을 45분 동안 설명한다면, 손님들은 그들의 돈이, 그들이 신경 쓰지도 않는 디테일에 전부 들어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완성된 옷의 느낌과 핏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입니다. 높게(작게) 암홀을 재단할 경우 고객들은 이런 재킷이 얼마나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공하는지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밑위를 더 높게 재단하면 재킷 버튼을 잠갔을 때 재킷과 바지 사이 시각적 여백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죠. 싱글 플리츠가 제공하는 편안함 또한 자리에 앉았을 때 느끼게 되죠. 이러한 제품은 그들이 경험해본 기성 수트보다 더 훌륭하게 느껴져야 합니다. 그들로 하여금 다시 돌아오게 하는 올바른 방법이죠.”
트렁크 테일러가 판매하는 옷들 중 다수에는 모던한 이탈리안 스타일이 가미돼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옷은 클래식 감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는 그들이 새로운 세대의 남성들을, 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착용될 수 있는 실루엣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선(이 점은 그들의 시장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에서 클래식 맞춤 테일러링으로 인도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리앙은 어려운 점은 손님들의 기대치와 소비되는 시간의 관리라고 말한다. “손님들과 솔직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때때로는 우리가 공장이 아닌 공방에서 옷을 제작한다는 것을 알고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리베라노 수트의 사진을 제게 건네주고선 그것을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죠. 이러한 주문을 상대로는 상당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첫째로 이와 같은 ‘복사’는 회사의 품격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두 번째로는 옷을 완성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수의 요소들이 요구됩니다. 실루엣을 그저 복사-붙여 넣기 하는 식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셋째로, 만약 그런 주문을 받아들여서 약속을 하게 되면, 손님들은 언제나 사진을 기준으로 옷을 평가할 겁니다. 그것은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완성품이 아름답게 제작될 경우에도 말이죠.
인터뷰한 모든 이들은 비스포크에는 어떤 특별함이, 넘볼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점에 동의한다(적어도 잘 만들어졌을 경우에는). 헤리는 손재봉 된 솔기에는 “생기”와 “역동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반면 기계 재봉된 솔기는 종종 평면적으로 보인다. 비스포크 수트는 일반적으로 더 넉넉한 시접을 추가한 채로 재봉되고, 이는 옷의 수명을 통틀어 수선을 더 손쉽게 해 준다. 조지는 “재킷이 몸에 어떻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회자됩니다. 하지만 몸과 떨어져 있는 재킷의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야기된 바가 거의 없죠. 몸과 전혀 접촉하지 않는 부분들을 말하는 겁니다”라고 주장한다
“이 부분들이야말로 가장 섹시한 곳입니다.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곳이죠. 부풀어 오른 가슴, 확장된 어깨, 펼쳐져 나오는 스커트/쿼터(재킷 하단)를 말하는 겁니다. 이 부분들이야말로 테일러가 비스포크 수트 피팅을 하면서 생각하는 부분들이죠. 엠티엠에서는 이러한 부분은 고정돼 있습니다. 테일러는 핏의 문제점들을 수정할 수 있을 뿐이죠. 일종의 문제-해결의 역할을 맡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복 생산의 미래는 엠티엠에 있을지 모른다. 특히 엠티엠 업체들이 기성복 업체들이 그들의 초기 문제점들을 해결했듯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말이다. 만약 기술의 발전이 패턴을 처음부터 그려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해낼 수 있다면, 엠티엠 테일러링은 더 정확해질 것이다. 특히 특이 체형의 경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만약 작은 비스포크 공방들이 일종의 “benchmade-to-measur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들은 손님들에게 비스포크의 느낌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엠티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과거에 어떤 식으로 정당화했건 간에, 엠티엠은 판데믹 세계에서 유일하게 테일러링이 전진할 수 있는 길일지 모릅니다” 조지는 말한다. “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테일러들은 손님들을 쉽게 만나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엠티엠 서비스를 확립해야만 하죠,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사라지고 말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판데믹 이전부터 시장은 엠티엠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대부분의 옷들이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더 큰 장애물은 아예 테일러링을 입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복식의 유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