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ael Anton
The Suit (by Nicholas Antongiavanni/Michael Anton)에서 발췌.
모든 드레스 셔츠는 칼라와 커프의 형태를 막론하고 모두 같은 핏을 추구해야만 한다. 모든 셔츠는 목에 딱 맞는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딱 맞게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셔츠의 버튼을 잠근 채로 편안하게 머리를 돌릴 수 있어야 하고, 칼라에 단단하게 타이를 고정시켜도 목졸림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만약 셔츠의 칼라가 어딘가에서 벌어진다거나 목에서부터 떨어진다면 칼라 사이즈가 너무 큰 것이다. 반면 버튼을 풀거나 타이를 느슨하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 칼라 사이즈가 너무 작은 것이다. 잘 맞는 칼라의 경우 타이를 맨 채로 그것을 하루 종일 입고 있어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셔츠의 커프 버튼을 풀었을 때 소매의 기장은 손의 1/3을 덮는 부분까지 내려와야 한다. 반면 버튼을 잠갔을 때는 손목과 손의 경계선까지만 내려와야 하고, 여분의 기장은 커프 위에 자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팔을 펴고 굽힐 때에도 셔츠가 전완을 타고 올라오지 않을 수 있을 테고, 항상 재킷 소매 아래로 셔츠가 보일 수 있다.
...
셔츠의 몸통은 허리에서 좁아져야 하며, 엉덩이를 전부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길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셔츠는 바지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될 테다. 셔츠는 여유 있게 혹은 슬림하게 재단될 수 있는데, 미국 내에서 슬림한 셔츠는 유럽산 디자이너 메이커 혹은 비스포크 메이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을 뿐이다. 기성 셔츠의 경우 그 사이즈가 오직 칼라와 슬리브 사이즈에 따라서 구분되기에, 같은 목과 손목 사이즈를 공유하는 과체중에서부터 마른 남성까지의 모든 남성이 입을 수 있도록 재단돼야 한다. 그것은 오직 텐트처럼 드넓은 셔츠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미국인들은 여유 있는 핏의 셔츠를 선호한다. 이는 미국인들이 과체중이기 때문에, 혹은 뚱뚱해지지 않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난 그것이 그들에게 비스포크 셔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남성들은 몸에 잘 맞는 셔츠를 선호한다. 로마와 밀라노의 남성들은 글러브처럼 딱 맞는 셔츠를 입는다. 반면 영국인들은 비교적 조금 더 여유 있는 핏의 셔츠를 더 좋아한다. 나폴리 남성들은 어깨는 딱 맞지만 소매와 몸통에는 여유가 있는 셔츠를 입는다. 국가를 막론하고 댄디들은 모두 여분의 옷감이 허리 쪽에 뭉치지 않을 정도로 슬림하면서도 앉았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 있는 셔츠를 고집한다.
셔츠의 품질을 판단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옷감이 얼마나 고급인가의 여부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가의 여부가 그것이다. 과거에는 모든 비스포크 셔츠 메이커들이 셔츠를 대부분 손으로 바느질했지만, 오늘날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오직 나폴레탄 셔츠메이커들과 몇몇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셔츠메이커들 뿐이다. 이러한 소수 셔츠 장인들은 손 바느질된 셔츠의 암홀, 요크(등과 어깨가 만나는 부분), 칼라 밴드 솔개가 거듭된 사용과 함께 셔츠로 하여금 착용자의 몸에 순응하며 자리를 잡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더욱 잘 맞고, 더욱 편안한 셔츠로 거듭나게 해 준다고 주장한다.
나폴레탄 셔츠의 어깨에는 손바느질이 연출하는 셔링이 추가되고 매우 미세한 플릿(턱)들이 잡혀 있다. 이것이 제공하는 핏의 여유는 착용감과 움직임에 있어서 편안함을 제공한다. 이에 반해 핸드메이드 버튼홀은 머신 메이드 버튼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지만 순수한 장식용 요소다. 물론 가격 역시 훨씬 더 비싸다.
모든 런던, 뉴욕의 셔츠 메이커들, 심지어 로마와 밀라노의 몇몇 셔츠 메이커들 역시 그들의 셔츠를 기계로 재봉한다. 최고급 셔츠 메이커들은 오로지 싱글-니들 구성의 셔츠만을 고집한다. 그것은 각각의 솔개가 같은 바늘로 두 번 꿰매진 (같은 줄을 따라) 셔츠를 가리킨다. 그것은 먼저 바깥쪽에서 바느질된 후, 다시 한번 안쪽에서 바느질된다 - 이것은 매우 세밀한 일렬의 바느질을 의미한다. 이렇게 재봉된 솔개는 마치 유리처럼 매끈하며, 드럼만큼이나 타이트하다. 반면 솔개에 두 줄의 바느질이 들어가는 더블 니들 구조는 더 빠르고 쉽게 완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싱글 니들보다 내구성이 떨어지고, 두 줄 사이 자리하게 되는 옷감에 세탁 후 주름이 잡히기에 보기 흉해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솔개가 적은 쪽이 많은 쪽보다 더 보기 좋아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잘 만들어진 셔츠는 훌륭한 바느질 외에도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댄디들은 버튼이 채워졌을 때 셔츠의 칼라가 타이 매듭 위에서 거꾸로 세운 V 모양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윈저 공작과 나폴리의 남성들과 같이 큰 타이 매듭을 선호하는 이들은 칼라 사이에 아주 작은 공간이 자리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들은 이 작은 공간이 타이로 하여금 칼라 사이에 더 잘 안착하게 해 주고, 칼라의 포인트들이 뜨지 않게 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칼라의 각도가 좁은 셔츠일수록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버튼 다운 칼라는 칼라 사이로 1cm 정도의 타이를 위한 공간이 추가된 편이 보기 좋다. 칼라 스타일을 막론하고 타이 매듭 위로 칼라 밴드가 1mm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룰이다. Wall Street Week의 호스트 제프 콜빈은 다른 모든 면에서 멋진 착장을 보여주는 남자지만, 그의 칼라는 늘 V자를 완성하지 못한 채로 타이 위로 칼라 밴드를 노출시키고 만다.
그 외에도, 칼라는 옆면에서부터 목을 감싸는 뒷면까지 타이를 완벽하게 덮어주어야 한다. 그 어떤 솔개도 그 밑으로 노출돼서는 안 된다. 어떤 이들은 하나가 아닌 두 장의 옷감으로 만들어진 요크가 잘 만들어진 셔츠의 표식과도 같음을 주장한다.
그들의 말은 옳다. 중간에서 갈라진 요크는 한 장의 요크보다 더 어렵고 더 오래 걸리는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두 장-구성의 유일한 용도는 왼쪽과 오른쪽 어깨의 각도 차이를 잡아주는 것뿐이기에 기성 셔츠에 있어서 이러한 스플릿 요크 사양은 체크와 스트라이프의 끝을 맞추는 것 외에 -이것은 모든 비스포크 셔츠 메이커들이 필수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다. 굉장히 멋져 보이기 때문이다 - 그 어떠한 기능도 수행하지 못한다. 고급 셔츠의 메이커들은 양쪽의 어깨에 각각 작은 플릿을 삽입한다. 이러한 플릿은 드레이프 컷 재킷의 견갑골 위 여분의 옷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비스포크 셔츠 메이커들은 이러한 여유 볼륨을 플릿 없이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셔츠가 손으로 다려지지 않는 이상 이러한 요크의 솔개는 깔끔하지 못하게 보일 것이다.
슬림한 몸통의 이탈리안, 또는 프랑스 셔츠들에는 종종 이러한 플릿과 여유 볼륨이 생략된다. 반면 미국 셔츠에는 못생기고 불필요한 박스 모양의 플릿들이 추가된다 (윗 사진의 Box Pleat) - 척추를 사이에 두고 약 2.5cm 간격을 둔 두 개의 플릿이 위치해야 하며, 또한 커프와 슬리브가 만나는 지점에도 두세 개의 작은 플릿이 자리해야 한다. 값싼 셔츠의 경우 여분의 옷감이 커프 속으로 아무렇게나 밀려들어가기 마련이다.
손목 부근의 슬리브 건틀렛은 작은 버튼과 수평 형태의 버튼홀을 이용해서 닫을 수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야 한다. (커프의 버튼홀의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또한 모든 잘 만들어진 셔츠의 버튼은 진주층 버튼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버튼들이 플라스틱 버튼보다 시각과 촉각적 효과에 있어서 더 훌륭하기 때문이다. - 진주조개 껍데기로 만들어진 이러한 버튼들은 그 외에도 더 좋은 내구성을 보여준다. 스트라이프나 체크 원단으로 만들어진 셔츠의 경우 건틀렛, 슬리브가 요크와 만나는 부분, 포켓에서 정확한 패턴 매칭을 보여줘야 한다(댄디들은 가슴 포켓이 생략된 셔츠를 선호하지만 말이다).
이제 옷감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모든 고급 셔츠가 코튼 소재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모든 옷에서와 마찬가지로 화학 소재는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특히 셔츠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셔츠가 우리 피부에 맞닿아 있는 옷이기 때문이다. 화학 소재 셔츠는 값싸 보일 뿐 아니라 우리 피부를 긁어대고 트러블을 일으킨다. 반면 코튼은 피부를 감싸 안는다. 최고급 코튼은 이집트와 캐리비안에서 나오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직조된다. 과거에는 미국의 남동부 조지아 근해의 섬들에서도 고급 코튼이 생산됐지만, 오늘날 Sea Island는 서인도 제도의 코튼 재배인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이름이 됐다.
갱스터들과 시크교 신자들이 선호하는 실크는 너무 덥고, 세탁하기 어려우며, 특유의 야한 광택을 띠는, 피해야만 하는 소재다. 게다가 오늘날의 최고급 코튼은 실크보다 훌륭한 광택과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리넨은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는 여름용 셔츠 소재가 돼줄 수 있다. 그러나 재단되기 전에 수축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면 리넨 셔츠는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 드라이-클린 돼야 하고, 리넨을 올바르게 수축시킬 줄 아는 셔츠메이커는 소수에 불고하다. 리넨 셔츠가 지나치게 빳빳하고 거칠다고 느끼는 남성들도 있다. 게다가 리넨 셔츠는 너무나 쉽게 주름이 지는 나머지 그에 비하면 일반 코튼도 20 온스 트위드와 같이 느껴진다. 반면 리넨-코튼 혼방 옷감은 리넨의 장점에 코튼의 편리함을 더한 좋은 셔츠감이 돼준다.
수트 원단과 마찬가지로 셔츠 원단의 품질 역시 천차만별이다. 실이 얇을수록 원단에 포함되는 실의 숫자는 올라간다. 실의 숫자가 높을수록 원단은 부드럽게 느껴질 것이고, 더 광이 날 것이다. 이러한 원단은 더 비싸기 마련이다. 번수는 저가 백화점 가게에서 발견되는 일반 30수에서부터 조금 더 나은 기성 셔츠를 판매하는 가게들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80수, 희귀하고 어마어마하게 비싼 200수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수트 원단과 마찬가지로 번수는 품질을 말해주는 많은 기준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섬유를 늘어뜨리거나 부러뜨리지 않는 느린 직조기에서 짜인 140수 원단은 하이 스피드 직조기에서 뽑아져 나온 170수 원단보다 더 훌륭한 원단일 수 있다. 모든 최고급 셔츠 원단은 2X2 구조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