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ael Anton
The Suit (by Nicholas Antongiavanni/Michael Anton)에서 발췌.
보편적으로는 옷감이 매끈할수록 셔츠는 포멀한 종류로 분류된다. 매끄럽고 단단하게 짜인 브로드클로스 - 소재 특유의 자연스러운 광택이 그 색상과 패턴을 더욱 멋지게 연출하는 원단이다 - 는 가장 포멀한 선택지에 속한다. 그보다 조금 덜 포멀한 선택은 엔드-온-엔드(end-on-end) 셔츠다. 비교적 밝은 색상과 어두운 색상이 서로 번갈아가며 짜여진 - 이 위브의 체크는 너무나 미세한 나머지 멀리서는 솔리드 셔츠처럼 보이고, 가까이에서는 질감이 느껴지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도 아니다- 셔츠를 구성한다.
대각선 직조의 트윌 위브는 브로드 클로스보다 무겁고 더 밀도가 높기에, 추운 날씨용의 셔츠로 더 적합하다. 포플린은 트윌처럼 보이지만 더 밀도가 높고 더 단단한 브로드 클로스를 가리킨다. 씨실이 날실보다 더 두꺼운 구조가 그 특징이다.
옥스퍼드는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원단이다. 주로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레귤러, 핀포인트, 로열(옥스퍼드)이 그것이다. 레귤러와 핀포인트는 미세한 버즈-아이 패턴이고, 둘 사이에는 패턴의 크기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다만 두 종류의 옥스퍼드 셔츠 모두 버튼 다운 칼라 외에는 그 어떤 칼라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주 미세한 체크가 들어간 핀 포인트 옥스퍼드의 경우 점잖은 스프레드 칼라와는 예외적으로 어울릴 수도 있을 테다) 미세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짜여진 고급스러운 원단인 로열 옥스퍼드는 버튼 다운, 스프레드, 그 외 (포멀함에 있어서)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칼라에 잘 어울리는 예외적인 셔츠감이다. 옥스퍼드는 두꺼운 원단이기에 훌륭한 겨울용 셔츠의 소재가 돼주지만, 여름용 셔츠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두꺼운 선택이다.
보일(voile)과 바티스트(batiste)– 남부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셔츠 원단 -는 얇고 통풍이 잘 되는 직조가 그 특징이며 매우 훌륭한 여름 셔츠 원단이다. 다만 그들의 투명함은 남성의 가슴의 체모를 전부 노출시키고 만다. 몇몇 셔츠 메이커들은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두 겹의 원단을 사용하지만 더블-보일 셔츠는 싱글 버전보다 더 덥기 마련이고, 셔츠 밑에 언더-셔츠를 입는 일 역시 그것이 아무리 얇다고 하더라도 보일 셔츠의 이점(얇고, 통풍이 잘 된다는)을 소멸시켜 버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하가 남성이 갖춰야 하는 필수적인 셔츠-직조/위브들이다. 그 외에도 몇몇 유용한 직조들이 있다. 수트와 잘 어울리는 셀프-헤링본 또는 트위드와 좋은 매칭을 보여주는 Brushed-cotton, 혹은 “flannelette”이 있다. 저명한 비스포크 셔츠 메이킹 하우스의 스와치 북에 자주 등장하는 비싼 원단 자카드직(jacquards)- 표면 위로 스트라이프, 점(dot) 무늬, 그 외 직조 패턴이 나타나는 원단 –은 둘 혹은 그 이상의 색상이 사용될 때에만 멋져 보일 수 있고, 그런 경우에도 아주 드물게만 가능한 일이다. 화이트-온-화이트 White-on-White 버전은 고리대금업자와 라운지 가수들의 전유품으로 남겨두도록 하자.
색상과 패턴은 셔츠감의 두 기둥과도 같지만, 모든 남성들은 몇 장의 화이트 솔리드 셔츠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솔리드 셔츠가 남성의 셔츠 워드로브의 기초라면, 솔리드 화이트 셔츠는 그 초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색상 중 가장 포멀한 색상이고 – 브로드 클로스 화이트 셔츠라면 그것은 존재하는 셔츠 중 가장 포멀한 셔츠에 해당된다 –, 소모사/우스티드 수트에서부터 트위드까지 모든 종류의 옷과 잘 어울리며, 미드나잇 색상에서 크림색 까지 모든 종류의 넥타이를 위한 적합한 선택인 동시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알맞은 선택이다. 화이트 셔츠는 그 어떤 경우에도 타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댄디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만약 군중 속으로 숨어야 할 필요가 생긴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화이트 셔츠의 또 다른 장점은 그것이 반짝이는 댄디스러운 타이에게 있어서 완벽한 배경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또한 화려한 패턴의 재킷과 복잡한 타이 사이에서 중립적인 영역의 역할 역시도 훌륭하게 수행해준다. 특히 둘의 색상이 확연하게 다를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댄디들은 항상 색상이 있는 셔츠를 선호해 왔다. 따라서 그들은 여러 가지 색상의 솔리드 셔츠를 갖추고 있다. 가장 유용한 색상은 푸른색이다. 블루 셔츠는 핑크 혹은 노란색 셔츠만큼 화려하지 않고 반면 흰색만큼 정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루 셔츠는 밝은 피부색에 온기가 돌게 해주고, 어두운 피부색에 냉기를 준다. 가장 범용성이 좋은 선택이기도 하다. 모든 색상의 재킷과 타이와도 좋은 매칭을 보여주는 것이 블루 셔츠다.
핑크 셔츠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외면받는 색상이다. 그들이 핑크색이 상징하는 여성성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디들은 핑크 셔츠가 매우 폭넓은 색상의 수트의 좋은 짝이 돼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그레이 수트를 지겨운 은행원 수트에서 스타일의 정점으로 변모시켜준다- 또한 그것은 폭넓은 종류의 타이, 특히 여름철의 과감하고 컬러풀한 타이들과 좋은 매칭을 보여준다.
그 외 유용한 색상으로는 노란색이 있다. 프레피의 대표적 색상이다. 옥스퍼드 버튼 다운 셔츠에 가장 잘 어울리고, 브라운 색상과 트위드의 좋은 짝이 돼준다. 그 외 1930년대의 멋진 남성들이 가장 선호했던 옅은 그레이 색상, 흰색보다 생기가 도는 (흰색 셔츠의 대체자) 크림색, 드물고 댄디스러운 라벤더 색상, 그보다도 더 드문 회록색 (sage green)이 있다. 만약 솔리드 셔츠를 입는 일에 대해 룰을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셔츠의 색상이 재킷과 타이의 색상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그중 어느 것과도 불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솔리드 셔츠에 있어서는 위에서 언급된 색상만이 허락되며, 그중에서도 오직 부드럽고 점잖은 것들만이 선택돼야 한다.
또한 셔츠의 색상은 함께 착용되는 재킷의 색상보다 밝아야만 한다. 유일한 예외는 탠(Tan), 크림, 혹은 라이트 그레이 수트와 프렌치 블루 셔츠를 입는 경우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색상의 셔츠를 착용하는 남성들은 종종 지나치게 어두운 명도의 버전을 선택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무엇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백화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괴상한 갱스터의 셔츠처럼 보이는 candy-apple re, eletric blue, forest green, Inca gold, 등등의 색상의 솔리드 셔츠를 구매해서는 안 된다. 디자이너들과 세일즈 직원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이런 셔츠는 드레스 셔츠가 아닌 캐주얼 착장을 위한 셔츠다. 후자의 경우에도 오직 카지노의 크랩 테이블에서만 착용이 국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성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저질스런 실수는 검은색 셔츠를 타이와 함께 착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은 남성들이 이러한 차림을 고집할 뿐 아니라 밝은 색 재킷에 화이트 타이를 매치시킴으로써 문제를 더욱 극심하게 만드는 것을 목격한다. Nathan Detroit역할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라면, 이는 복식의 지옥으로 향하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혐오가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기 전에 패턴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도록 하자. 여기에서 선택지는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빨간색, 초록색, 복숭아색, 보라색 등 솔리드로는 허락될 수 없는 색상들이 패턴으로는 멋지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는 가장 보편적인 패턴이다. 조심스러운 남자들도 가끔 그것을 시도하곤 한다.
스트라이프 셔츠들은 배경 색상과 스트라이프의 색상, 굵기, 다양함, 그들 사이의 간격에 따라 구분된다. 가장 보편적인 배경 색상은 흰색이다. 반대로 색상이 들어간 배경과 흰색 스트라이프의 조합은 댄디스럽고, 스트라이프에도 (흰색 외) 색상이 들어간 셔츠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스트라이프의 굵기는 대담한 벵갈 스트라이프에서부터 미세한 헤어라인까지 다양하다. 스트라이프의 유형과 종류는 사실상 무한하다. 쉐도우, 앤티크, 더블, 트리플, 포-바 (four-bar), 그 외에도 이름조차 없는 스트라이프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모두 다루는 일은 지나치게 지루한 일일 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스트라이프의 색상이 더 화려하고 그 패턴이 복잡할수록 그 셔츠는 더 댄디스러워지며, 재킷과 타이와 매칭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가장 댄디스러운 스트라이프로는 수평 스트라이프(horizontal stripe)가 있다. 클래식했던 시대의 남성들이 선호하던 패턴이 영화 월스트리트(1987)에 의해 부활한 것이다. 이 수평 스트라이프 셔츠의 화려함은 대부분의 남성들의 가슴에 두려움을 심기에 충분하다. 특히 동료들에게서 "(고든)게코 흉내"를 낸다는 조롱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투자 은행가들은 이러한 셔츠를 더더욱 두려워한다. 그 종류와 사이즈를 막론하고 스트라이프 셔츠는 스트라이프가 두껍고 그 사이가 멀수록 덜 포멀해진다. 그 어떤 남성도 스트라이프 사이 1cm 이상의 간격을 보여주는 가진 셔츠를 입고서 멋져 보일 수는 없다.
스트라이프보다 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체크 셔츠는 그 크기와 패턴의 화려함에 의해 구별된다. 가장 큰 종류의 체크는 캐주얼 착장에만 활용될 수 있다. 드레스 셔츠에 있어서는 오직 세 가지 종류의 체크만이 일반적으로 인준받고 있다: 미니 윈도 페인- 체크를 구성하는 스트라이프의 색상이 오직 하나인 -, 태터솔 - 오직 두 가지 색상의 스트라이프만이 허용된다 -, 깅엄 체크 - 값싼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식탁보 같아 보이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세련된-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매우 많은 수의 체크의 종류가 있다. - 더 화려하고, 더 복잡하며, 더 생동감 있는 체크들이 존재한다. 그중 많은 수는 비스포크 셔츠 메이커들에게만 판매되는, 한 직조사에서만 생산되는 유니크한 체크들이다. 따라서 몇몇 비스포크 셔츠 메이커들은 가게의 모퉁이들마다 이러한 희귀한 셔츠감들을 필째로 높이 쌓아두고 있다. 이러한 원단들은 수십 년 전에 생산된 것으로 다시는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것들이다. 이러한 원단들의 존재는 어째서 우아한 남성들이 - 기성 셔츠가 완벽하게 잘 맞는 남성들의 경우에도 - 비스포크 셔츠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60 minutes의 남자 출연진은 - Nordstrom의 세일즈맨처럼 옷을 입는 스티브 크로프트를 제외한- 셔츠가 남성의 워드로브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이크 월레스는 늘 멋지지만 블루 버튼 다운 셔츠를 고집하기에 단정해 보이지는 않는다. 블루 셔츠는 그가 자주 착용하는 탠 색상의 수트와 어두운 색의 타이와 잘 어울리지만, 그는 찰리 로즈에게서 큰 타이 매듭을 작은 셔츠 칼라와 매치시키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하며 에드 브레들리와 몰리 세이퍼에게 다양한 스타일의 셔츠의 활용이 남자를 훨씬 스타일리시해 보이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에드 브레들리의 셔츠는 완벽한 핏을 보여주고 대부분 맵시 있다. 그는 모든 색상과 모든 명도의 솔리드 셔츠를 멋지게 입어낸다(때때로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색상의 셔츠를 입고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는 스트라이프를 사랑하고 그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분명 그는 오늘날 네트워크 텔레비전 뉴스에 출연하는 모든 남성들 중 가장 우아한 남성이다. 나머지 남성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비용을 옷에 지불하면서도 모두 지루한 차림을 고수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남성 중 셔츠를 가장 멋지게 입는 남자는 몰리 세이퍼다. 그는 체크 셔츠를 사랑하고 오직 희귀하고 보기 힘든 종류만을 착용하며, 이는 그의 명성을 증명한다. 그는 체크 셔츠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우리는 그가 평범한 솔리드나 스트라이프 셔츠를 착용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오늘날 미국에서 체크 셔츠 착용의 전통을 지켜내고 있는 유일한 남성이다(유럽에서는 미국과 달리 체크 셔츠의 인기가 아직 몰락하지 않았다. 특히 영국의 남성들에게 체크 셔츠는 종교와 다름없다) 그러나 그의 예시는 아직 폭넓은 추종자들을 탄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를 탓하기보다는 이미 전술한 바 있는 망가져버린 미국인들의 취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으로 하여금 데이지 부캐넌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올 만큼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패턴 셔츠를 갖추도록 하자. 어디에서건 탁월한 감각과 스타일을 갖춘 남자로서 호평을 받게 될 것이다. 너무 많은 남성들이 화이트와 블루 셔츠의 포로가 된 채 그 외의 셔츠들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블루 혹은 그레이 수트만을 고집하기에, 언제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체크 혹은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는 남성은 이런 남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시킬 수 있다. 동일한 수트 두 벌을 몇 주일 내내 입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