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 Feb 26. 2021

코로나 시대 랜선 여행 - 음악으로 기록한 아이슬란드

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 1 편 #레이캬비크

[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 #1 오감만족 아이슬란드 여행기 레이캬비크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이후 아이슬란드 책이 많이 나왔다. 여행 가이드보다 나만의 특색있는 결과 감을 살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로망의 여행지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곳,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땅, 지구와 우주의 경계라 불리는 '아이슬란드'. 4년간 아이슬란드를 무려 네 번이나 여행하면서 담백하게 기록하려 애쓴 아이슬란드 여행기 [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에 끌려 청춘의 열정으로 덜컥 혼자 떠난 아이슬란드 첫 여행. 이후 어머니 환갑잔치 대신 모자(母子) 여행을 기획,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렌터카 여행을 감행했다. 그렇게 두 번의 아이슬란드 여정에서 만난 현지 친구들과의 의리로 세 번째 아이슬란드를 다녀왔다. 그리고 출판 후 책과 함께 떠났다.

'아이슬란드를 네 번씩이나 갔던 이유, 아니 그곳의 매력이 도대체 뭘까?' 회사 생활하며 차곡차곡 모은 적금을 털어 아이슬란드 여행에 좀 더 몰입한 이유가 있었다.


 화산과 빙하 그리고 오로라 등 비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자연과 자신이 대면하는 시간은 아이슬란드가 주는 선물이다.그리고 그 궤적을 음악과 함께한다면 기억과 경험은 생경하게 살아날 것이다.
일생에 꼭 한번은 아이슬란드를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열정적으로 삶을 꾸려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이슬란드로 떠날 수 있다.

                                                                                                             

실제 아이슬란드 여행길에서 함께한 음악들,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생경한 음악들을 시그니처 뮤직 Signature Music 으로 소개한다. 음악과 아이슬란드에서의 추억과 생각이 담긴 사진을 함께 즐기시길 바라며, 월터의 상상뿐 아니라 여러분의 상상도 현실이 되기를.

이제 오감을 다해 아이슬란드를 느껴볼 시간. 시작.


                                                                                                             

1 연기의 항구에 예술이 흐르네
강식당 이수근 은지원도 떠나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870여년경 바이킹이 터를 잡은 후, 아이슬란드의 총인구 32만 명 중 1/3이 레이캬비크에 살고 있다. 레이캬비크는 '증기가 있는 항구'라는 뜻으로, 도시 중심부에서 올라오는 온천 증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굴뚝이나 공장이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는 후문.

집, 교회, 가게, 사람들의 걷는 모양, 심지어 공기까지도 예술적인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로 떠나보자.



아이슬란드의 국민 밴드 시구르 로스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출신으로 이른바 ‘희망어( Vonlenska )’를 노래하는 밴드다. 희망어란 음악 형식에 맞게 음절들을 배열한 노랫말로, 상상 속 요정들이 노래하는 것 같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음악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앨범 < Takk >에 수록된 곡, ‘Hoppipolla’, ‘Se lest’, ‘Sæglopur’, ‘Milano’, ‘Gong’, ‘Andvari’ 등에서 리더 욘시가 희망어로 노래할 때, 멤버들의 기타, 베이스, 드럼 소리는 오로라처럼 황홀하게 활개친다. 특히 이 앨범은 레이캬비크의 알록달록한 색감, 파도를 파고드는 거친 바람, 자연을 닮은 건축물과 함께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상상과 실재


대학 시절, 아이슬란드 밴드 시구르 로스의 음악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이마(Heima , 2007)>를 본 적이 있다. 레이캬비크의 클람브라툰 Klambratún 공원에서 푸른 하늘에 빨간 연을 날리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이 시구르 로스의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이슬란드에 대해 잘 몰랐던 내게 레이캬비크가 곧 아이슬란드였고, 내 머릿속에 아이슬란드는 푸른 하늘의 빨간색 연과 시구르 로스의 공연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남아 있었다.
 
레이캬비크로 들어가는 길엔 로터리가 많아 바짝 긴장하고 운전해야 한다. 좀 달릴라 치면 타운이나 사거리에 어김없이 로터리가 나와 질주본능을 잠시 눌러준다. 낯선 곳에 왔으니 겸손하게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적응하라는 신호 같다.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보니 시내 공원에 도착, 초록 풀밭과 동네를 거니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이방인에게도 안도감을 준다.







총천연색 도시,
레이캬비크


시청, 콘서트홀, 미술관, 박물관, 공원, 호수 등을 연이어 지나 시내에 한가운데 있는 호텔을 찾았다. 주차를 하고 차 밖으로 나오니 흑백 대비가 분명한 부티크 호텔이 눈에 들어왔고, 언덕배기에는 레이캬비크의 상징, 할그림스키르캬 Hallgrímskirkja 가 날개를 활짝 핀 새의 자태로 우뚝 솟아 있다. 얼핏 봐도 시내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보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지개 빛깔의 건물들을 둘러보며 시구르 로스의 앨범 <Takk >을 들으니, 이 모든 색을 입은 노래가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 내가 선 그 자리를 풍부하게 만든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는 예술적이다. 집, 교회, 가게, 사람들의 걷는 모양, 심지어 공기까지도.





 주황색 바탕의 팬시한 카페 바바루 Café Babalú 에 들러 향긋한 진저라테와 부드러운 크레페로 쌓인 피로를 잠시 달랜다. 긴장 속에 먼 여정을 시작해서인지 여행 초반부터 피로감이 시작되었는데, 역시 달달한 맛은진리다.

피로가 좀 걷히자 물 빠진 초록 빛깔의 맞은편 건물, ‘12 Tónar ’라 써 있는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어라, 레이캬비크의 유명한 레코드 가게인데! 이곳은 시구르 로스가 소규모 공연을 했던 장소이고, 몇 해 전 가수 이효리-이상순 커플이 신혼여행을 와서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애써 찾아가려던 곳이 이렇게 발견되니 놀랍고도 반갑다.





카페 바바루 Café Babalú







12 Tónar는 실제 음반을 판매하는 것 말고도 아이슬란드 뮤지션을 해외에 소개하는 레이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도 제법 있지만 실제로 음반을 사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레코드 가게는 주인장 추천 음반들을 골라 한쪽에서 들을 수 있게 모아놓았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또 계산대 부근의 쇼케이스에는 아티스트들이 기증한 데모 음반과 그들의 사인이 있다.
 
앨범은 한국에 비해 비싸다. 대략 한 장에 2,700~3,100 ISK(아이슬란드 크로나)로 한국 돈 약 24,000~28,000원 정도다. 이 레코드점은 심지어 공항보다도 좀 더 비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이슬란드 사람들도 CD는 거의 사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나 MP3로 음악을 접한다고 한다. CD를 사는 사람은 나 같은 관광객들뿐이라고. 속도와는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도시라고 해서 ‘효율’과 ‘편리’를 추구하지 말란 법은 없을 터.










12 Tónar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유명한 레코드점으로, 현지인과 관광객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게다. 이름값을 하느라 다른 가게에 비해 다소 비싸다. 가게 안쪽에 음악을 감상하고 각종 기념품들을 만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 #1 오감만족 아이슬란드 여행기 레이캬비크 : 네이버 포스트                                                                                                              

예술적 도시,
레이캬비크



레이캬비크는 미술, 건축, 디자인, 패션 등 예술로도 유명하며 도시 규모에 비해 갤러리나 뮤지엄이 많은 편이다. 수많은 작품들을 전시한 아이슬란드 국립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Iceland 과 레이캬비크 아트 뮤지엄 Reykjavik Art Museum 외에도 시내를 걷다 보면 작은 갤러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취락 전시관 Settlement Exhibition , 생식기 박물관 Phallological Museum 등 희귀 아이템도 있다.
 
별 생각 없이 레이캬비크 아트 뮤지엄에 들어갔다. 철재로 내부를 마감한 이 뮤지엄에는 전시시설, 아카이브, 서점 등이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아이슬란드 현지 작가들의 설치미술, 조각, 그림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보이는 것들도 함께 전시해놨다. 시내에서 보던 총천연색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회화 작품, 자연 그대로를 옮긴 조형예술품, UFO를 닮은 각종 설치물들이 보인다. 레이캬비크 시내 여행의 감흥을 간직한 채 들러보는 레이캬비크 뮤지엄들은 감흥의 연장 차원에서 충분히 돌아볼 만했다.

레이캬비크 아트 뮤지엄 Reykjavik Art Museum
총 4층으로 이루어진 아트 뮤지엄으로 아이슬란드의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형물 등 다양한 예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문 작가들의 기획전뿐 아니라 대학교의 졸업 전시회 장소로도 쓰인다.
* 개관시간: 평일 및 주말 10:00 ~ 17:00 (단, 수요일은 10:00 ~ 20:00)



해가 지니 어김없이 출출해진다. 레이캬비크에 오면 이 트럭 핫도그는 꼭 먹어야 한다는데, 내겐 양파의 식감이나 길다란 소시지가 특이한 것 외에는 그냥 일반 핫도그 같았다.우리에겐 그저 평범했던 핫도그가 <꽃보다 청춘> 네 배우에게는 홀릭의 대상이었으니 시식평에 정답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레이캬비크에 들렀다면 이 가성비 좋은 음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저자 이진섭

7년 차 직장인.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하는 게 일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끼고 모은 적금으로 매년 음악을 중심으로 한 테마 여행을 다녔다. 3년 동안 아이슬란드를 3번 여행했으며, 또다시 아이슬란드로 떠날 생각이다.

네이버 캐스트에 ‘팝의 역사’를 연재했고, 벅스뮤직에는 ‘브릿팝로드’, ‘프렌치로드’ 등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서의 음악 여행기를 기고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가 하면 2013년 독일 이니셔티브 뮤직의 오피셜 포토그래퍼로 활약했으며, 바르셀로나 럭셔리 라운지인 ‘보카 그란데’에서 DJ로 데뷔하기도 했다.
여전히 직장은 잘 다니고 있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작가의 이전글 다프트 펑크 Daft punk 해체- 나의 흔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