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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Mar 10. 2021

[#플레이리스트 #그냥 3편] 청춘

청춘은 쉽지 않다.

*하단의 음악(플레이리스트)과 함께 감상하시면 좋습니다.


- 목 차 -

1장 만남

2장 헤어짐

3장 청춘

4장 어른

......


청춘, 쉽지 않다.  


만물이 푸르른 봄철.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온 생명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사랑이 피어나는 인생의 개화기.

10대후반에서 20대에 걸친 파릇파릇한 젊음의 시기. 우리는 이를 ‘청춘’이라 한다.  


생명력과 함께 이들이 꿈꾸고, 소망하는 것들이 함께 이뤄지면 참 좋으련만, 지금을 사는 대부분의 청춘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의 삶은 슬프고, 회의적이며, 마음이 무겁기까지 하다. 매일이 쉽지 않다.

‘산울림’이 노래한 ‘청춘’처럼 말이다.

찬란한 태양을 만끽하고, 아름다운 글과 음악과 미술로 영혼의 씨앗을 뿌리고, 낭만적인 시간과 열매를 맛보는 것이 눈 앞에 닥친 학자금 대출, 집세, 먹고 사는 걱정, 좀 더 나아가 취업, 결혼 등에 우선하지 않는다. 지금의 청춘들에게 하루하루는 버거운 회의적 순간의 연속이다.


물론 모든 청춘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청춘들은 자신의 낭만과 미래에 투자하고, 명품과 예술을 통해 감각을 익히고, 기회에 대한 간절함보다 익숙함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쌓는다. 이들은 부유와 여유를 즐기고, 잘 가꿔진 몸과 마음으로 사회에서 마음 껏 기량을 펼친다. 이들은 일상에 주눅들지 않는 여유와 자신감으로 많은 기회에 노출되어있고, 성공의 확률도 높으며, 실패에도 큰 리스크를 받지 않는다.


청춘도 파레토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청춘’ 조차 ‘파레토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의 본질은 대부분 ‘돈’과 ‘시간’으로 귀결된다.


아이슬란드 친구 오니(28세)는 프라하 필름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그는 젊은 시절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고, 영화 이야기만하던 꿈 많던 청춘이었다. 그는  더 이상 영화로 밥 벌이를 할 수 없기에, 나라에서 학자금을 지원 받아 암스테르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데이터 회사에 취직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밀린 학자금 대출과 매달 내야하는 집세 때매 기회가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한다고 한다. 지구 저편에 있는 나라나 우리나라나 오니같은 청춘들은 빡세게 일한다.


런던에서 경영을 공부했고, 뉴욕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진영’은 힘들지만 여유도 있다. 런던과 뉴욕 한복판에 살았던 그는 그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당시 밥이 맛이 없고, 패션을 일로 하기에 버거워 한국으로 들어와 박사과정을 ‘준비’ 한다. 살 집과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태어나서부터 해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건 했으니까. '준비'를 통해 진영은 기회를 본다.


‘준비’를 위한 ‘준비’

인생 상대주의 법칙에 따라 ‘오니’와 ‘진영’의 삶의 버거움을 측정하기는 어려우나, 분명 이 둘의 ‘청춘’과 ‘준비’는  ‘결’과 ‘무게’가 많이 다르다.

처음부터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오니’같은 청춘들은 ‘준비’를 위한 ‘준비’에 에너지를 쏟는다. 취업을 위한 준비, 그 준비를 위해 ‘어학’, ‘자격증’ 등을 준비해야하고, 그 준비를 위해 돈을 벌고, 시간과 능력을 만드는 준비를 해야한다. 이들의 ‘준비’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이 막연하고,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두려움의 지속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은 ‘시작’을 강요당하고, ‘어른의 길’로 내던져진다.

'진영'과 '오니'는 청춘의 출발선도 다르고, 질료의 양도 다르며, 여유의 폭과 생각의 깊이가 다르다. '다름'은 남에 대한 존중의 한 표현이지만, 이 둘의 '다름'은 쉽게 바뀌지 않는 처지와 환경의 낙인 혹은 이력서다.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 '청춘'의 무게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열정을 가지세요.’,‘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아프니까 청춘입니다.’ 그것도 ‘청춘’의 특권이라고, 어느 정도 수긍할 수 도 있는 말이지만, 지금의 청춘들에게 열정, 꿈, 희생되어진 고통은 그들이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 세상 그 누구도 아프길 원하지 않는다. 그 누가 사회의 출발선 상에서 학자금의 빚으로, 인생의 빛을 가로막고 싶겠는가?  아마도 그들이 풍족하지 못 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밤새 퍼마시고, 춤추고, 망각의 모르핀을 주사하는 것은 당장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고통을 잊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청춘에게 열린 '천국'

성수동 김밥천국 의찬이도, 망원동 고시원 재현이도, 미아리 편의점 주형이도 기도한다. 돈을 더 많이 벌게 해달라고. 쿠팡 하역장 알바보다 몸이 덜 피곤하고 시급이 많은  꿀알바를 얻게해달라고. 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터전은 믿음의 ‘천국’이 아닌, '알바천국'이다. 천국 역시 현실과 다르지 않다. 배달, 편의점, 패스트푸드, 과외, 중노동, 대리운전 등 시급과 강도의 구분이 마치 계급처럼 서열이 매겨져있다.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 이게 청춘이 체감하는 알바천국이다.


'변하지 않은 것'

택시기사, 카페 알바, 대리운전, 과외, 시체닦이 등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돈을 벌기 위해 향했던 15년 전 나의 청춘과 지금 청춘들의 삶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며,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 세상의 한 켠은 천적을 만났을 때, 고개를 땅으로 떨궈 버리는 ‘낙타’처럼 가장 힘든 상황을 무시하고 외면한 채 그대로 정지해있는지 모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일까?

그냥, 열심히 살라고 하기엔, 견뎌내야하는 현실의 무게들이 만만치 않다. 


플레이리스트 그냥_03 청춘. 쉽지 않은 청춘들에게 작은 에너지와 용기와 위로를

산울림 -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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