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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Soo Kim Oct 22. 2023

#10. 말해 뭐 해?! 소금 사막

여덟 번째 정거장, 볼리비아 우유니(Salar de Uyuni)


세계인의 로망, 볼리비아의 작은 도시 우유니



태양의 섬에서 라파스La Paz, 라파스에서 우유니Uyuni까지, 만 하루를 버스와 길 위에서 보냈다.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듯 근육이 욱신하고 말초 신경으로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간 듯 맥을 못 추고 있었다. 게다가 새벽 6시에 도착한 버스는 황량한 우유니에 우리를 내려놓았고, 옷깃을 여며도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을 막을 길이 없었다.



따뜻한 물 한 잔이 간절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새벽의 우유니는 아직 잠들어 있었고, 여행 안내서에 소개된 유명 숙소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행자들로 이미 만원이었다. 무턱대고 앉아 기다릴 수 없어 다시 적당한 숙소를 찾아 나섰다. 호텔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볼리비아의 호텔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열악한건 사실이다. '더운물 샤워만 할 수 있으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라고 되뇌며 둘러본 호텔 중 한 곳에 짐을 풀었다. 역시 간절하면 못할 일이 없다.



약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한 덕에 짧지만 눈도 붙이고,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니 몸과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마을 분위기 파악도 할 겸 슬렁슬렁 걸으며 식당, 여행사, 시장 등을 둘러보며 이곳에서 지낼 시간들을 상상해 봤다. 우유니의 목적은 단 하나, 소금사막 투어인 만큼 오직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을 작정을 한다.

 

우유니 사막 투어 여행사


워낙 작은 마을이라 조금 걷다 보면 여행자들끼리도 얼굴을 익히고 가볍게 인사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여행자를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사에 대한 정보를 마구 쏟아낸다. 그들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투어 여행사, 가이드, 일정 등을 정리하고 가격 흥정에 나선다.


우유니 사막 투어에서 좋은 여행사는 디테일에 있어 남다르다. 일단 일생에 단 한번뿐인 경험을 위해 멋진 사진을 남겨줄 수 있어야 한다. 거울처럼 빛나는 사막에서 돋보일 수 있는 포즈를 알려줘야 하고, 색감이 뛰어난 소품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잘 담아낼 수 있는 포토그래퍼 역할도 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유명 여행사에는 아이돌급의 인기를 몰고 다니는 가이드가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스타 가이드를 양산하고, 그들과 함께 투어를 하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며칠 전부터 예약에 돌입해야 한다.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


투어는 데이 투어(썬라이즈/선셋/스타라이징), 1박 2일, 2박 3일 투어 등 각양각색의 투어가 있는데 일정은 대부분의 여행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에 조금씩 차이가 있흥정의 기술이 여행의 질을 높인다.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2박 3일 투어로 여유 있게 둘러볼 있고, 일정이 빡빡한 여행자는 썬라이즈, 선셋 투어를 하루에 진행하기도 한다. 단,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만 도전할 것!

우유니는 고도가 높아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건강에 자신 있다 해도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 남미를 두루 둘러볼 계획이라면 페루(쿠스코 3,399m) -볼리비아(우유니 3,660)-칠레(아타카마 사막 1,500m) 순으로 둘러보는 것이 고위도에 적응하기 좋다. 


★ 필수 준비물

경량 파카 등 두꺼운 옷(무지 춥다, 특히 밤에는), 선글라스(무지 눈부시다), 원색 계열의 옷, 자외선 차단제 그리고 고산병 약



                                                                                     

하늘이 된 소금 연못



옛날 옛날 볼리비아에는 두 개의 하늘이 있었대요

해가 뜨면 서로를 비춰주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죠.

어제는 구름 이야기, 오늘은 비 이야기, 그리고 내일은 태양 이야기

하지만 태양 이야기가 시작되면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해요.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두 하늘이 언젠가 꼭 만난다는 사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웃으며 헤어질 수 있습니다.



비가 좀 오면 어떤가요?

찬란한 여름을 준비 중인걸요. 

이제 곧 사막은 연못이 될 거예요.

메마른 사막에 숨을 불어넣고

사람들을 불러 모을 거예요.

어쩌면 비는 기적일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요.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당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요.

당신에게 스며드는 법을 배웁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무도 행복합니다.



조금 인위적이어도 괜찮아요.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마음은 온전히 진심인걸요.



세상에 이보다 초현실적인 풍경이 또 있을까요.

연못을 걷다 보니 하늘에 가닿았네요.

조금 더 걸으면 당신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떠나가는 것이 여행자의 일인걸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신을 만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만난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우유니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과 썬라이즈 투어, 선셋 투어를 진행했고, 칠레 아타카마 사막으로 넘어가는 1박 2일의 투어를 선택했다. 나이와 성별, 직업 등 어떤 것도 상관없이 서로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 생각하고 소금사막에서의 시간을 욕심냈지만 내 몸은 마음을 따라갈 수 없었다. 사막에서의 마지막 시간, 수만 개의 별이 나를 향해 쏟아지고 은하수의 물결이 춤을 추던 그 밤, 나는 두통과 복통으로 투어 차량에서 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약해진 틈을 고산병 증상은 잘도 파고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있는 여행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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