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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모지민 Jun 08. 2023

'시 적'

이천이십삼년유월육일


'시 적'인 모임이 시작되던 날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오늘 누군가를 만나러 왔다. 바로 이 사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드랙퀸이자 영화 모어로 유명한 모지민이다

열무 비빔밥을 먹고 있는 모지민 씨


모: 정원아 나 어제 열 시간 잤거든. 나 그래서 지금 되게 신나

쩡: 열무김치에 계란까지?

모지민: 응 두 개나 넣었어. 시적으로 사치롭게

쩡: Nice! 단백질! 형은 많이 먹고 시적으로 살 좀 쩌

모: 난 시적으로 말라비틀어졌어. 살은 노 땡큐야!

쩡: 형은 시적으로 살다 죽어

모: 어

쩡: 먹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먹어 보라는 말도 안 하는 모지민 씨. 그는 시적으로 인색하다.


모: 친구가 장조림을 해줬어. 시적으로 맛이 난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나는 그 시적인 맛이 궁금했지만 시적으로 꾹 참았다.


모: 오늘 너랑 놀려고 밥 먹는 거야. 나 원래 아침밥 안 먹는데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으로 밥을 꾸역꾸역 먹는 모지민 씨 어지간히 시적이다


모: 정원아 먹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테이블에 밤을 쏟았다. 밤이 데굴데굴 굴러 시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하염없이 어화둥둥 시적이다


쩡: 이거 어떻게 먹어?

모: 이마니 저마니 고마니 하게 그리고 시적이게 알아서 잘!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대관절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그는 시적으로 친절하지 못하다.


모: 맛이 슴슴하니 시적으로 맛있다. 이렇게 꾸역꾸역 먹고살아야 한다니 삶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그저 시적이기만 하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한 명은 밤을 한 명은 밥을 먹고 있다. 각자 시적으로 먹는 중이다


쩡: 형 똥도 쌀거지?

모: 당연하지. 그것도 시적으로

쩡: 찍어도 돼?

모: 당연하지. 시적으로 찍어줘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모지민 씨의 시적인 배설은 비방송용이라 찍지 않았다. 시적인 결정이었다.


모: 정원아 근데 오늘 너 이쁘다?

쩡: 썬크림 발랐어

모: 너 그 썬크림 역겨워!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앞뒤가 다른 모지민 씨 시적이다


모: 정원아! 이 주걱으로 맞아 볼래?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간신히 밥알이 붙어 있는 주걱을 들고 시적으로 나를 위협한다. 폭력을 좋아하는 모지민 씨. 그때 모모가 등장했다. 모어의 사랑 모모는 모어만큼이나 사랑스럽고 시적이다.

밥을 다 때려 넣은 모지민 씨는 옷장에서 시적인 옷을 꺼내 입었다


모지민: 시적이죠?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인걸 시적으로 좋아하는 모지민 씨


모지민: 정원아 나 지금 기분이 되게 시적이야. 나 지금 되게 시적인 옷을 입었거든

사이보그쩡: 형 시적임 하염없다. 일단 알겠고 그만하고 나가자


엘리베이터


모: 오늘은 좀 시적으로 걷자

쩡: 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모지민 씨의 모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쩡: 형 우리 시적으로 걷기로 한 거 아니야?

모: 덥다. 일단 타!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모라는 사정없이 더럽다. 모지민 씨는 모라를 사고 한 번도 세차를 안 했기 때문이다.

모지민 씨는 시적으로 게으르다. 시적인 운전을 시작한 모지민 씨. 도로 진입에 주춤하는 모지민 씨는 아직 초보 운전자이다. 목적지 설명도 없이 어디론가 시적으로 가고 있다. 모라가 우리 대신 시적으로 고생이다.


모: 저는 지금 매우 시적인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쩡: yes, you're driving is 펌(perm)!!!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잠시 시적으로 뜸을 들이는 모지민 씨. 무슨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


모: poem? 펌은 파마 아닌가요. 미쳐부러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우린 시적으로 깔깔깔


모: 내려

쩡: 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으로 주차를 마친 모지민 씨. 그런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시적으로 궁금하다


쩡: 여기는 모지? 민?

모: 정원아, 그 유머 시적이지 않아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말 한마디 없이 어디론가 하염없이 가고 있는 모지민 씨. 그의 발검음은 시적으로 가볍고 날쌔다. 이럴 거면 차를 왜 타고 왔는지 모르겠다.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하라는 저 시적인 태도! 참 시적으로 모지민스럽다. 걷다 보니 또 다른 유명인의 차가 서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허경영! 저런 시적으로 허황된 사람을 보다니 오늘의 시적인 만남이 시적으로 도드라지는 순간이었다.


모: 정원아, 여기 나뭇잎이 시적으로 푸르다

쩡: 형 그런데 이쪽으로 가는 거 맞아?

모: 아니

쩡: 근데 왜 이렇게 가?

모: 시적으로 갈려고

쩡: 아! 형, 나는 산을 많이 보라고 했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모지민 씨는 자기 말만 시적으로 끝내고 대답이 없다. 나는 시적인 걱정이 들었다.


쩡: 형, 나 납치하려고 온 거 아냐?

모: 너 정유정 사건 알지?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그녀는 최근 핫한 살인자다. 나는 순간 시적으로 섬뜩했다.

그때 모지민 씨의 옷이 나뭇가지에 걸렸다


모: 정원아, 옷이 너무 시적으로 걸렸다.

쩡: 갈 수 있어? 조심히 가. 그 시적인 옷 입고 넘어지면 완전 시적이겠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인 지름길을 택한 모지민 씨를 시적으로 밀어 버릴까 생각했다.

이윽고 우린 시적인 냇가에 도착했다.

무언가 생각에 빠진 모지민 씨. 아무 말이 없다. 시적인 침묵이다


석현천 계곡 그리고 시적인 물살


모: 정원아 우리 수영할래?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역시 시적이다


쩡: 보여줘. you first!

모: 진짜해?

쩡: 벌써? 너무 급한 거 아니야? 컴다운! 브라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내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다시 시적인 침묵을 지키는 모지민 씨


쩡: 저기요. 모지민 씨?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내 시적인 부름에 화들짝 놀란 모지민 씨


모: 네? 저 오늘 시적이지 않아요?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나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시적으로 살고 싶다 못해 시가 되고 싶은 것일까. 모지민 씨는 대체 "시 시" 하다


쩡: 모지민 씨. 오늘 계속해서 시적이다라고 지껄이시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 시적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 감개무량하네요. 오늘 사이보그쩡과 아침댓바람부터 장흥 석현천 계곡에서

쩡: 네

모: 함께 춤을 출수 있고

쩡: 네

모: 함께 걸을 수 있고 함께 말할 수 있고

쩡: 네

모: 지금 이렇게 시적으로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싶고

쩡: 네

모: 그리하여 지난 웃기고 슬픈 시간은 온데간데없이 마냥 시적이기만 해요

쩡: 밀어도 돼요?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으로 미쳐가는 모지민 씨를 밀어서 넘어트릴 생각이다. 참으로 시적인 발상이다


모: 저는요 2023년도부터는 비범하게 살기로 했거든요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안 물어봤다. 모어는 항상 뜬금없이 시적이다


모: 그래서 지난 엄살 부렸던 과거는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쩡: 네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요

모: 네, 그래서 저는 요즈음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는 춘천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뚫고 고속도로에서 그것도 밤길에 혼자서 하염없이 시적으로 그렇게 저렇게 시적 주체적 운전하는 삶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의 삶이 너무 시적이죠?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남들 다 하는 운전 그게 뭐라고 저리 장황하게 시적으로 늘어놓은 모지민 씨. 시적으로 어지간하다. 그러다 계곡에 앉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적인 사색에 잠긴 모지민 씨


쩡: 여기 사시는 분인가 봐요

모: 아마 그럴 거예요

쩡: 네

모: 시적인 하루를 보내려고 시적인 곳에 왔어요

쩡: 시를 좋아하시나 봐요

모: 시를 사랑하죠

쩡: 그럼 시 한 편 읊어 주세요


모지민의 시낭송 한 대목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 년 전에 죽은 시체"


쩡: 시적인 시낭송 잘 들었습니다. 오늘 날씨 또한 매우 시적이네요

모: 아마 그럴 거예요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모지민 씨에게 가늘고 긴 나뭇가지를 건넨다


쩡: 이 나뭇가지를 보면서 시적으로 표현해 주세요.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나의 질문 적재적소 시적이다!

한참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모지민 씨. 그는 모어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드랙퀸이다.


모: 정원아 널 위해 땄어. 먹어. 맛있겠지?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노상 방뇨를 마친 모지민 씨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말했다. 손을 씻기나 한 것일까. 의심이 많은 내가 먹지 않자 자기 입을 벌려 시적으로 털어 넣는다. 그것은 빨간 열매였다. 산딸기 같기도 한 것이 시적으로 맛있어 보였지만 곱게 자란 나는 끝끝내 먹지 않았다. 시적인 고집이다.


쩡: 진짜로 먹었어?

모: 당연하지. 시적으로 시고 달다

쩡: 엔간!

모: 너 주려고 땄는데 왜 안 처먹어 개새끼야. 씨발 새끼 뭐야 이 개새끼야!!!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난 욕을 쳐 먹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권율장군묘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으로 웅장한 묘지에 도착했다. 장군묘를 보자마자 시적으로 입이 쩍 벌어졌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의 시적인 문화재인가 보다.


쩡: 형 저기서 굴러서 내려오면 완전 시적이겠다

모: 당연하지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진짜로 굴러 떨어지는 모지민 씨. 오늘 하루 여전히 시적이다.


쩡: 형 오늘 무슨 노래로 하지?

모: 신세하!

쩡: 그게 누구야?

모: 묻지 말고 틀기나 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으로 친절하지 못한 모지민 씨. 유튜브에서 신세하의 음악이 흐른다. 묘지에선 조선의 신스팝마저 시적이다


모: 정원아, 나 구른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데굴데굴 푸르뎅뎅 살아있는 묘 잔디를 몸뚱이로 짓밟으며 굴러 떨어지는 모지민 씨. 안 되겠다 싶어 시범을 보여 주기로 시적인 결심을 했다.


쩡: 형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형 내가 댄서로서 보여줄게.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인 시범을 보이는 사이보그쩡 나 자신. 대체 이게 뭐라고 시적은 웃음만 나왔다.


쩡: 여러분! 구르는 거 어렵지 않아요. 그냥 본인을 믿고 구르세요. 길은 이어져있고 만들어져 있거든요. 여기 내리막길 있죠. 그냥 시적으로 굴러 떨어지기만 하면 됩니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솔선수범 사이보그쩡 시적이다. 나는 구르면서 시적인 영감을 받았다. 세상에는 하찮은 일이 없음을 묘지의 잔디를 깎아내고 이 근돼 몸으로 구르고 구르면서 결국 시적으로 깨달았다


모: 하염없이 시적으로 깔깔깔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구르는 사이보그쩡이를 보고 시적이게 자지러지는 모어 모지민 씨. 그러다 급 지친 모어는 안색이 시적으로 차갑게 변했다


쩡: 형 왜 그래?

모: 나 힘들어. 그만할래

쩡: 형 지금 그거 시적이지 못한 결단이야

모: 난 못해

쩡: 여기까지 왔는데 영상은 찍어야지. 나 혼자 하라고? 형 그거 시적인 배신이야

모: 못해 나는. 할 만큼 했어. 너 해. 내가 찍어 줄게

쩡: 그래서 누가 구르래?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모지민 씨와 의견 충돌 대립. 이런 다툼은 예술가들에게 노상 있는 일이라 나는 흥분하지 않았다. 이 또한 시적인 일임이 분명하다.


모: 나는 간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다시 굴러 떨어지는 모지민 씨. 고집불통 시적이다. 나는 그런 모지민 씨를 그저 그러려니 시적으로 바라본다. 하긴 하루이틀 있는 일도 아니다


모: 차 가지거 올 테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 시적으로 덥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미안했는지 시적으로 친절해진 발상이다. 반면 나는 모든 게 시적으로 귀찮아졌다. 유유히 시적으로 사리지는 모지민 씨.


사이보그쩡 홀로 영상 촬영


사이보그쩡 멘트: 네 여러분 저는 오늘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 시적으로 찾아온 사이보그쩡입니다. 오늘은요 시적 허영이 허락된 하루!

다시 말해 시적인 허영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예술 그리고 모지민 씨가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을 선보이며 서로 영감을 얻고 교류하며 황금 같은 주말을 보내는 시간을 시적으로 가져 보았습니다.

각자의 심상을 시적으로 표현해 보았는데요 오늘의 영상이 시적으로 매우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형이 차를 끌고 오면 시원한 커피 시원한 차를 시적으로 주문해서 시적으로 마실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따 다시 시적으로 만납시다.

 

모: 정원아, 타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인 모어의 모라가 오고 있다.


쩡: 형 백미러는 열어야지

모: 네가 네 손으로 열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백미러를 접고 운전하는 모지민 씨. 어지간히 시적이었다. (계기판에 켜져 있는 엔진 경고등) 시적인 엔진 경고등도 빠져서는 안 된다


쩡: 형 운전 살살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초보인 모지민 씨의 운전이 불안해서 시적으로 모라의 손잡이를 잡았다. 오늘 하루 끝까지 시적이다


모: 야 내려! 난 밟을 거야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송추 새로이 카페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우린 시적인 음료를 주문하고 마셨다. 결제는 시적인 내 카드로 했다.


모: 정원아 줄게 있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갑자기 가방에서 꺼낸 건 팬티였다.


쩡: 이걸 입으라고?

모: 당연하지

쩡: 새 거야?

모: 아니

쩡: 형이 입던 걸 입으라고?

모: 빨았어 깨끗해. 이거 나름 해외 직구야

쩡: 어디?

모: 알리 익스프레스!!! 중국산이야. 시적이지?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전에 모지민 씨가 입으라고 준 바지 위에 입었다. 이건 분명 시적 팬티다!

카페 사장님이 보고 웃으셨다. 상관없다. 어차피 우린 시적이니까. 시는 그저 시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니까. 오늘의 이 시적인 하루도 나도 모지민 씨도 모든 것이 다 시적으로 그렇게 저렇게,,,


모: 정원아. 나 갑자기 시적으로 갖고 싶은 게 생겼어

쩡: 뭔데?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이건 결코 시적이지 않은 진행! 그건 모지민 씨의 시적인 욕심이었다


모: 여기 진열된 Tea 잔이 너무 시적으로 보여서 갖고 싶어 졌어

쩡: 알았어. 사줄게.

모: 그렇게. 쉽게?

쩡: 어

모: 사랑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말은 시적으로 참 쉽다. 저 입을 시적으로 찢어 주고 싶었지만 시적으로 인내했다.

그리고 나는 시적인 허영을 부렸다. 여기저기 긁혀 대는 내 카드가 시적으로 가여워졌다.


쩡: 형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모: 만포면옥 어때?

쩡: 좋아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비로소 시적인 평양냉면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근처 송추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모지민 씨와 나는 띠동갑이다. 우의 운명은 시적이다.


만포면옥


쩡: 여기서 먹어 본 적 있어?

모: 당연하지. 시적으로 시원하고 맛있었어


쩡: 오늘 재밌는 영상 찍으셨는데 소감 한 말씀 시적으로 부탁해요

모: 네 감개무량해요. 살아 있어서 이렇게 시적으로 날이 좋은 날 사이보그쩡과 석현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쩡: 네

모: 권율장군묘에서 시적으로 구르고

쩡: 네

모: 새로이 카페에서 시적인 냉수로 목을 축이고

쩡: 네

모: 사이보그쩡에게서 시적인 찻잔을 선물 받고

쩡: 형 밀어도 돼?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대기번호 90번 기다림 끝에 우리의 순번이 왔다. 기다림은 힘들지만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선 시적인 인내가 필요하다.

메뉴판을 보고 녹두지짐, 비냉, 물냉, 만두를 시켰다. 시적인 조합이이다


하염없이 시적인 하루의 마지막 순간까지 녹화되고 있는 카메라에 대고


쩡: 여러분 이게 바로 녹두지짐입니다

모: 이렇게 해야지. 음식에 손바닥을 갖다 대줘야지

쩡: 보여줘 봐

모: 아니, 그니까, 손을 어떻게 되지? 뭔가 시적으로 잘 안된다. 모르겠고 시적으로 먹기나 하자.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어디서 본건 있는데 할 줄은 모르는 허당 모지민 씨. 당최 밑도 끝도 없이 시적이다. 이래서 내가 모지민 씨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유 또한 시적이다.


쩡: 형 잘라?

모: 냉면은 자르는 게 아니야!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냉면은 자르는 게 아니라니 시적이었다.

한입에 냉면을 시적으로 흡입하는 모지민 씨. 입이 터질 지경인데도 끝까지 그 길고 굵은 면줄 기를 흡입했다. 시적으로 독해 보였다. 실제로 모지민 씨 그는 전라도 무안 세발낙지를 먹고 자랐다고 한다.


모: 나 시적으로 먹지?

쩡: 냉면을 시적으로 먹을 수 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잘라버려서 불가능해.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가능도 불가능도 시적이면 되는 것! 하지만 잘려 나간 면줄 기를 보며 막판에 포기! 이것은 시적인 포기였다. 여기까지 시적으로 잘 왔는데 결국 면 하나 때문에 사단이구나.

나의 실패를 시적으로 인정하며 마저 맛을 시적으로 음미했다.


모: 나 오늘 최선을 다해서 시적으로 놀았고 이거 다 먹다가는 시적으로 배 터져 디지겠다. 남은 건 시적으로 싸갈래

쩡: 남은 걸 싸간다고?

모: 당연하지

쩡: 형 나는 시적인 I라서 이런 거 말 못 해. 이런 건 항상 여자 친구 몫이야

모: 어서 개구라야? 네가 무슨 I야. 너 그거 전혀 시적이지 않아

쩡: 진짜야. 믿어줘

모: 못 믿어! 단언컨대 넌 E야!

쩡: 말을 말자. 누구는 I고 누구는 E라고? 형 너무 시적으로 억지스럽다. 나 진짜 I야

모: 염병 말고 싸 달라고 해. 벨 눌러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남은 녹두 전도 포장해 가는 모지민 씨. 과연 언제까지 시적일까 그의 시적인 행보가 궁금하기만 하다.


모: 나 지금 시적으로 코 푸는 거 맞지? 먹고 마시고 풀고 시적으로 시원하다.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시적이다! 를 하루 종일 목청 터지도록 그리고 내 귀가 마르고 닳도록 외친 모지민 씨! 그는 대한민국의 드랙퀸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의 주인공이다.


쩡: 형 코 푸는 거 굉장히 시적이었어

모: 당연하지


사이보그쩡 내레이션: 모지민 씨와의 시적인 하루가 시적으로 끝이 났다


쩡: like a 펌(perm) poem!!!


'시 적'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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