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어 모지민 Mar 28. 2024

사이보그쩡

2013년 봄 사이보그쩡을 만났다

나는 당시 화려한 백수였다

2012년 뮤지컬 라카지 이후 오른쪽 회전근 파열과 목 디스크로 2년간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뮤지컬과 쇼를 접고 열심히 손가락을 빨던 시기

예나 지금이나 who am!? 를 외치며 미래가 없는 나날을 꾸역꾸역 보내는 중이었다

그때 내게 다가온 두 가지 일이 있었으니

하나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올라가는 뮤지컬 안무

다른 하나는 중국에서 연습과 공연이 올라가는 공연의 배우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전자를 마다하고 중국행을 선택했다

그 일은 내 인생에서 아직도 미스터리다

두 공연의 시기가 겹치긴 했지만 충분히 조율이 가능한 일이었다

뮤지컬 배우에서 안무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걸 뿌리치다니

서울에서 이름 있는 극장에서 안무가로 있지 못하고 이름도 무엇도 없는 중국 공연의 배우라니

진정 내가 선택한 일에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인생

순간의 멍청한 선택은 영원히 그 멍청함을 자각하고 살라며 벌을 준다

들국화의 노래에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이유가 있겠죠"

나는 아직 그 이치를 알지 못한다

이유가 있긴 뭐가 있어 그저 못난 선택이었을 뿐 시부랄!


쩡과 내가 처음 만난 곳은 한양대학교 이 교수실

공연 출연자들과 스텝들의 상견례가 있는 날

노랑머리에 눈매가 매서운 누가 봐도 요즘의 힙스러운 아이였다

이 교수님의 공연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잠시 쉬는 시간

단지 내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눈길이 간 그에게 보광동 집에서 싸간 고구마를 내 고운 두 손으로 건넸다

설마 이걸 먹을까?

저렇게 힙스러운 애가 이런 토종 음식을 먹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를 때였으니

"저기요 고구마 드실래요?"

화들짝 놀라 보이는 힙스러운 쩡은 아! (저한테 왜 이러세요) 고맙습니다

우린 그렇게 쉽게 별 탈 없이 고구마를 나눠 먹었다


그 후 쩡과 나는 서울과 파주를 오가며 연습을 했다

제목은 카르마! 서커스와 춤이 결합된 넌버벌 이름하여 아트서커스!

파주 정두홍 감독님이 운영하는 액션스쿨에서 연습을 마치고 월남쌈 재료를 사 보광동 집으로 와서 술을 마셨다

쩡이에게 그럭저럭 사는 나의 모습을 처음 공개하는 날이었다

쩡은 집 문턱을 밟자 이 인간 "제법 시시한 곳에서 사는구먼" 이란 눈치였다

쩡은 덥다며 샤워를 하고 이케아 암체어에 걸터앉아 힙스러움을 과시했다

넉넉한 민소매 사이로 가슴 근육이 야릿하게 보였다

그 모습이 힙스러웠다

나는 결코 그런 쩡을 탐하지 않았다


비가 추척추적 추적 60분처럼 내리는 날

홍대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안주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지짐이

이런저런 대화를 비처럼 음악처럼 나누던 중 쩡은 난데없이 담배를 피우다 직원한테 걸려 제재를 당했다

어째 얌전히 잘 마신다 했더니만 역시나 뼛속까지 힙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끝내 발산했다

나는 그런 쩡이 역겨워 침을 뱉었고 아랑곳하지 않는 쩡은 이게 바로 힙합이라고 했다

손가락을 꼬며 This is hiphop!!!  그 소리 귀가 닳도록 들었다

나는 이런 불의를 보면 참을 수가 없다. 최악이었다

언제나 돌발 행동하는 짓을 멈추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넌덜머리가 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쩡과는 술자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때 험한 꼴을 일찍 해치운 셈이다

대체 인간은 어쩌자고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는 걸까?


쩡은 늘 강한 척 사나운 척 하지만 속은 여리여리한 아이였다

하루는 유년 시절의 상처를 털어놨다

난 겪어 보지 못한 그 상처가 얼마나 클까 라는 생각에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인지 쩡은 강한척할 때마다 꼭꼭 숨겨 놓은 여리함이 도드라졌다

근육질로 잘 다져진 몸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고 어쩌면 그 상처들을 가리기 위한 성난 몸뚱이!

보이는 모습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그래서 반대로 행동하는 청개구리 쩡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린 각자의 아픔을 갖고 살고 있고 잘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쩡이 진국이란 걸 깨달았다


한 달 후 공연을 위해 중국 최남단에 있는 준위로 날아갔다

직항이 없어서 한국에서 족히 20 시간은 걸린 거 같다

한국에서 중국 두 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20시간이 걸리다니 중국은 미지의 대륙인 것일까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쩡은 몰골이 허름했다.

코털도 힙스럽게 삐져나와 있었다.

먼저 출국해 현지에서 중국 공연자들과 연습에 들어간 쩡은 내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힙합이라고 세상 쿨한 척은 다 하더니만 짜식 외로웠나 보다

우린 대륙에서 반가운 랑데부를 하고 그곳에서 나름 세련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 큰 식당은 텅텅 비어 있었고 한쪽에서 혼자 밥을 먹는 덩치 큰 외국인이 있었다

미국에서 온 농구 코치라는데 우린 샬라 샬라 영어로 썰을 풀었다

한국에선 아무도 모를 쭌이라는 중국 남쪽 지방에서

한국의 개 말라 끼순이와 철없는 힙합보이 사이보그쩡 그리고 미국에서 온 키 2미터에 가까운 꺽다리 양키

대체 이 셋은 무슨 조화란말인가

낯선 곳에서의 그 생경한 그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그의 안부가 문득 궁금하다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중국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매일 아침 먹었던 만둣국

당시 10위안. 한화로는 천 원 정도의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는 건 현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다

야들야들한 만두피 그 안에서 톡톡 씹히는 고기와 국물은 쩡이처럼 진국이었다

하루는 다른 한국 출연자의 그릇에서 바퀴벌레 출몰로 그 후론 아쉽게도 발을 끊었다

연습 전후로 식당에 들러 국한그릇 후루룩 먹는 게 기쁨이었는데 몹쓸 중국 바퀴벌레가  그걸 막아버렸다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그곳 준위에는 기예단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하면 동춘서커스단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건 다 수준이 기대 이하였고 가장 신기했던 건 ariel dance였는데

남자 무용수 위에 여성 무용수가 발레 토슈즈를 신고 올라가 춤을  추며 발란스를 잡는 것인데 볼 때마다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모든 것이 낡고 느린 곳. 그 무엇도 빨리 돌아가는 현대 세상에서 그곳은 시간이 멈춘 곳 같았다

이천십삼 년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가 그곳에 와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쩡과 나는 밤마다 숙소에서 끼를 떨었다

음식이 잘 맞는 건 아니었지만 잘 처먹어서 그런지 장 활동이 왕성한 나는 하루에 네다섯 번씩 똥을 쌌다.

똥 하니까 마침 생각나는 과일이 있다

세계 삼대 과일 중 하나인 두리안의 맛은 최고였지만 냄새만큼은 똥이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두리안을 생각하니 침이 고인다

그 껍질에서 나던 똥내음도 다 아름다운 추억이었구나

하루는 술을 마시던 중 오래된 숙소에 천년 묵은 바퀴벌레의 출몰로 나는 기겁을 아니 기절을 했다

쩡은 이게 뭐 대수냐며 그 힙스러운 맨 손으로 천년 묵은 바퀴벌레를 때려잡았다

쩡은 한국에서나 대륙에서나 힙스러운 상남자였다

남자는 자고로 바퀴벌레쯤은 맨손으로 때려잡을 줄 알아야 한다

쩡의 팔뚝이 그렇게나 늠름해 보인건 그날 그 밤이 처음이었다

그런 쩡은 힙스러움을 포기하지 못하고 운동화를 무려 일곱 켤레를 챙겨 왔다

하루에 한 켤레씩! 쩡이는 신발에 진심이었다

이 중국 촌구석에서 멋이라니 엔간하다 싶었다


준위에서 마지막 날 한식당이 있는 시장으로 갔다

한식당은 이름만 한식당일 뿐 김치찌개는 이맛도 내 맛도 아니었다

보름간의 짧은 중국 생활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우린 아쉬움을 달래고 추억을 남기기로 했다

선곡은 내가 좋아하는 한영애의 말도 안 돼 곡으로 촬영 시작

아무 옷 가게에 들아가서 말이 안 통하니 무턱대고 들이 대기 촬영을 강행했다

우리들의 난데없는 행동으로 성난 옷가게 점원


아니 저것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젊음의 패기였던 것일까

그 영상은 쩡과 나의 유튜브에 나란히 올려져 있고 조회수는 천 회가 넘는다

그게 내 인 생 첫 번째 유튜브

영상의 내 모습은 여전한 개말라에 지금 보다는 앳된 모습이다

지금처럼 유튜브가 성한 시절이 아니었으니 역시나 앞서간 일

한국에 돌아와서 중국이 생각날 때마다 영상을 봤다

그때 담지 않았더라면 그때 쩡이와 그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의 쩡이와 나는 어떻게 됐을까

그나저나 쩡은 촬영과 편집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난 매번 쩡의 결과물을 볼 때마다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어 당장 영상 일을 시작하라고 부추긴다

그 무엇도 버릴 게 없는 중국에서의 소중한 추억의 여러 페이지

문득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 넌 천재야

쩡: 나 이런 사람이야


귀국날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안나는 모여 배우가 우릴 마중 나왔다

서강대 동해 횟집에 데려가 살아 있는 방어를 때려잡고 수제비를 떠서 끓인 탕으로 환대해 주었다

통통한 방어 살즙과 알싸한 매운탕 국물이 노곤함을 달래 주었다

 

몇 년 후 쩡이는 내가 일하는 이태원 클럽 트랜스에 놀러 왔다

그날 선곡은 madonna - die another day

쩡은 팁을 주려고 무대에 난입 후 끼를 참지 못하고 춤을 추었다

드래그퀸 끼순이와 팝핀 댄스의 향연

클럽은 순식간에 힙한 팝핀 댄서의 출몰로 열광의 도가니탕이 되었다

같이 온 경모라는 친구는 완전 내 취향이라서 일하다 말고 잠시 그에게 한눈을 팔기도 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부남이 되었단다

우리는 종종 이태원 클럽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새벽 텅빈 거리를 배회하며 젊음! 그것은 용기! 를 외쳐대고 성실하게 그 시간을 함께 보냈다


쩡과 나는 잠시 이별을 했다

쩡과 나 사이에는 한 여성이 있었는데 내가 쩡을 좋아한다나 어쩐다나

그 아이는 나와 지와 쩡의 관계가 삼각관계라고 삼류 시나리오를 쓰고 그 안에 나를 코미디언으로 출연시켰다

나는 인간으로서 쩡을 좋아하는 것이지 단 한 번도 쩡을 남자로 생각한 적이 없다

나를 언니라고 했었는데 내가 왜 네 언니니?

자긴 쩡이와의 관계 때문에 나를 잃고 싶지 않는다나 어쩐다나

지긋지긋해서 쩡이를 보지 않기로 했고 속절없는 시간이 몇 년간 흘렀다


2020년 4월 우린 영화를 함께 찍었다

내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

설치미술가 빠키의 해방촌 옥탑이 있는 작업실. 선곡은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였다

쩡은 내가 하는 일이니 매번 무보수로 일을 도왔다

쩡이 사는 광진구에 연습실을 빌려 안무를 맞춰 보고 쩡이 집에 가서 현 여친과 함께 밥을 먹었다

쩡과의 꼴라보 장면은 영화 모어 초반부 이랑의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이 흘러나올 때 나온다

쩡이는 의리 파다

나는 고마워서 우리의 추억이 서린 이태원에서 보광동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고깃집에서 고기를 사주었다

나는 없어서 못 먹는 게 고기이고 쩡이는 육식동물이라 고기를 좋아한다


2022년 3월 모지민 X 모지웅 불광동 신사옥 개관 오프닝 공연에 와서 끼를 떨어 주었다

이 또한 축하의 의미로서 한걸음에 달려와 주는 성의를 보였다

쩡이는 개 의리 파다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굿바이를 열창했고 쩡이가 옆에서 신들린 듯이 팝핀을 추었다

쩡이는 춤 출때 그 누구보다 춤에 진심이다

이때 했던 공연은 유튜브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공연 중 하나이다

그러고 보면 쩡이와 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제법 많구나


용서해 줘 날 이젠
꿈결 같던 시간이 영원할 듯했지만
이제 남은 건 항상 따뜻한 너와 나의 깊은 마음만... (서태지와 아이들 굿바이 중에서)


우린 다시 이별했다

쩡이는 매번 무보수로 나를 도왔는데 고마움도 모르는 나의 역겨움에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한 쩡이 무참히 날 버렸다

그렇게 저렇게 시간은 오고 가고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익숙한 랑데부

우린 서로 너무 필요로 하는 존재라 절대 헤어지지 못해!

2023년 7월 이탈리아 공연을 가는데 잘하고 오라며 피 같은 10만 원을 기부해 주었다

이런 게 사랑인가. 사랑은 돈과 비례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장흥에 놀러 올 때마다 밥을 사주었다

내가 사려고 해도 한사코 힙스럽게 거절했다

그렇다면 나는 쩡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단 말인가

쩡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린 만남과 이별을 수시로 반복하며 뫼비우스 띠처럼 끝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나는 2023년 인생 첫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인생 첫 차를 샀다

2008년형 모닝. 그 모닝은 내게 와서 모라가 되었다.


쩡: 형 축하해

모: 차는 그냥 사면되는 것!


쩡은 쌍용 나는 기아.

쩡의 토레스에 비하면 내 차는 장난감 수준이다

우리는 각자의 차를 몰고 내가 사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서 만났다

쩡은 만날 때마다 영상을 찍어 서너 편의 유튜브를 만든다

한 번의 만남으로 여러 편이니 가성비 쩐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자주 만나주질 않으니 한 번에 뽕을 뽑아야겠지

나는 매번 쩡의 그런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우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카톡으로 생사를 주고받는다

쩡은 톡으로 사진과 영상으로 대화하길 좋아한다

예의상 말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밑도 끝도 없는 사진 영상들로 이젠 별다른 감흥이 없다

날이면 날마다 페이스톡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성난 몸을 자랑한다

그간 쩡의 몸 구석구석을 잘 살펴 펴보았다

눈 동그랗게 뜨고서

쩡이 올리는 유튜브의 댓글 다는 건 언제나 나의 몫

이제 지칠 법도 한데 쩡이는 어쩐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아니한다

그래 멈추면 너는 죽는다


이모배우가 죽고 나서 누구랄 것도 없이 각자의  우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고 번갈아 가며 죽어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냥 죽으면 그만인 것을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를 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묻힌 젊음에 왜 아침은 오지 않는 것인지

땅거미가 깔린 어둠의 그 밤은 왜 평안한 한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인지

얼마나 더 많은 터널을 지나야 젊은 날의 어둠에 환한 불이 켜지고 불투명한 미래를 찬양할 수 있는 것인지


쩡과 나

각자의 유튜브에는 그간 찍어 온 영상들이 아름답게 아카이브 되어 있다

양준일의 노래는 올리자마자 대박이 났고 내 영상중 조회수 천 회가 넘는 몇 안 되는 대박 영상이다

그 외에는 미비한 조회수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좋아서 기록하는 일

그중 유난히 맘에 들지 않는 한곡 이상은의 외롭고 웃긴 가게

내가 찍자고 했지만 나는 차마 보지 못하는 정말 외롭고 이상한 영상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도 아닌 것이 아파트 옥상에서 빨간 튜튜를 입고 대체 뭐 하는 짓인지

지워 달라고 했지만 쩡은 늘 지만 잘 나오면 그만이다

지금은 "에구구구" 한다 하더라도 더 나이가 들어 하나하나 보면 그때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서 그 젊음이 많이 그립겠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음! 가능한 최대한 많이 남겨야 한다

올림픽 정신으로서 더 자주 더 많이!

항상 위트 있고 멋진 영상을 만들어 주는 쩡이에게 그저 무한 감사를

누가 내게 이런 선물을 할까

쩡이는 어쩌면 내가 외로워 디지지 말라고 신이 보낸 선물일지도 모른다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고 절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우리가 여태 함께 하는 게 참 아이러니다

둘의 대화는 언제나 호흡이 척척이다

내가 개같이 던져주면 찰떡같이 받아친다

내 난해하고 뜬금없는 단어를 반응하기란 절대 쉬운 것이 아니거늘

허허허 우리의 인연에 그저 감탄만 나온다

인간사 참 알 수가 없다

정작 애를 쓴 관계는 틀어지기 일쑤이고 그렇다면 혹시 전생에 우린 부부였을까


쩡과 나는 매일 아침 생존을 확인한다


쩡: 형 뭐 해?

나: 묘지산책

다음날

쩡: 형 오늘은 뭐 해?

나: 묘지산책

다다음날

쩡: 형 오늘도?

나: 어

쩡: 형 그거밖에 할 게 없어?

나: 어

쩡: 좆나 웃기네


쩡: 형 자?

나: 네

쩡: 형 죽었어?

나: 네

쩡: 형 잘 가

나: 네


모: 하염없이 비가 와

쩡: 비와?

모: 너 집에 창문 없지?

쩡: 있어

모: 하염없이 눈이 와

쩡: 눈 와?

나: 너 집에 창문 없지?

쩡: 있어


쩡: 형

나: 얼어 죽을 형이야?

쩡: 그럼 뭐라고 해

나: 여보라 고해

쩡: 여보

나: 옳지


쩡: 형은 날 버렸어

모: 네

쩡: 형 역겨워

나: 침 뱉어


쩡: (쩡의 한숨) 휴우

나: 넌 행복해

쩡: 왜 이래. 하루하루 좆같아

나: 아가야 말을 이쁘게 하거라

쩡: 네


나: 여보

쩡: 네

나: 여보

쩡: 네


쩡: 형

나: 누구

쩡: 형

나: 차단할게요

쩡: 네


나: 아가야

쩡: 네

나: baby

쩡: yes


쩡: 형 나 몸 어때

나: 좋아

쩡: 형 내 몸 좋지

나: 네


쩡: 여보

나: 자지 깔까?

쩡: 누구

나: 사방지예요

쩡: 아 네


나: 나가 놀아

쩡: 할 게 없어

나: 기레

쩡 : 형 인생은 심심함의 연속인 거 같아

나: 기레


나: 나 오늘 주유하려는데 뒤차가 빵방 거려서 못하고 그냥 나왔어

쩡: 개 웃기네

나: 무서워 디져

쩡: 형 그거 레전드다

나: 웃겨디져

쩡: 미쳐부러

나: 냐하하


쩡: 형 나랑 한번 할래?

나: (웃음)

쩡: sex

모: 넌 깡이 없어서 못해

쩡: 왜 이래

모: 넌 힙합도 아니야

쩡: 나 18cm야

모: 꺼져


모: 쩡이 존재에 감사해

쩡: 나도

모: 아니 다행이구나

쩡: 기레


모: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쩡: 네

모: 떠날 거면 날 죽이고 가

쩡: 네

모: 약속해

쩡: 네

모: 혈서 써

쩡: 네


ladies & gentleman

I give you cyborg jjung

you give him beautiful and warm hearts

thank you





작가의 이전글 이같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