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츄리

by mori




전생이 훌리건인 흥미로운 냉장고 이야기로 시작되는 카스테라를 읽다가

정확히 16, 17 페이지가 시원하게 안 펴졌다. 원인은 제본 본드가 밀려 나와 두 페이지가 중심을 기준으로 다른 종이와는 다르게 좀 넓게 붙어있었다. 그냥 그대로 볼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이내 다음 이 페이지를 지나갈 사람들도 있을 테니 길을 터주기로 했다.

신속하지만 정교한 집도가 바로 이어졌다. 책을 오므린 다음 왼손 엄지는 16, 오른손 엄지는 17을 꽉 잡고 천천히 책을 한계치까지 펼쳤다.

양장본의 단단한 책 표지에 맞춰 샴쌍둥이 같은 두 페이지는 묘한 떨림과 함께 안쪽 깊숙한 곳까지 완전히 분리되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붙어있던 자리에 찢어진 고급 페스츄리의 텍스쳐가 남았다는 것이다.

카스테라 사이에 페스츄리라니..
이래도 괜찮은 걸까?

냉장고 진동 만큼의 알 수 없는 감정이 남는다.

지하철역을 나와 걸으며 박민규 작가님에게 살짝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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