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훌쩍 넘긴 갈대들 사이로
한발 들어서자
본능적으로 느끼던 방향 감각이
사라졌습니다.
태양은 오른쪽에 떠있고
강은 앞에 있었는데
바닥을 딛고 들어서면서
기준점과 연결된 끈이
모두 끊어져 버린 겁니다.
태양은 갈대 넘어 붉고
강물 위로 새는 날아가지만
결국 전 이 밀도 높은 공간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지평선과 수평선은 사라지고
오직 갈대의 부서지는 실루엣만이
주위를 감쌉니다.
바람의 반짝임에 눈이 멀고
떠나는 철새들의 수다를 아래에서 엿듣다 보니
방향이 그렇게 중요했던가요.
바람 불어 사각사각 따뜻하고
포근한 이곳이 아늑해졌습니다.
어느새 길이 막히고
떠나지 말 것을 했습니다.
당신의 품에 있을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