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떡볶이, 한잔

by mori

와인? 시원한 맥주 아니면 깔끔하게 소주를 할까, 먹나 남은 막걸리를 끝낼까? 퇴근 후 샤워 비누거품을 따뜻한 물로 씻어낼 때면 짧은 행복의 선택에 놓인다. 하지만 고민은 술이 아니라 어떤 음식과 즐길 술을 선택하냐는 문제이다. 술은 음식에 맞춰 먹어야 되니까.


타일에 묻은 벽의 물기를 이케아 와이퍼로 능숙히 닦아내며 아침에 한 다짐은 말끔히 잊은 듯 자연스럽다.



"오늘부터 저녁 안 먹어야겠다."
뒷걸음으로 내려오며 다소 큰 혼잣말을 한다.

아침마다 어떤 의식처럼 오르는 하얀 발판은 중력이 나를 당기는 강도를 말해준다. 로또를 사고 희망으로 숫자를 확인하듯 혹시나 하며, 오늘은 몸이 가벼운데 혹시나 하며. 하지만 역시 그냥 기분 탓이다. 익숙한 숫자가 무심하게 반짝인다. 이렇게 정확한 디지털 체중계는 정이 없다. 감성 결여다. 소수점 아래 한자리 숫자까지 사람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에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바늘이 낫다. 적당한 평균값이나 마음에 드는 숫자를 고를수도 있으니 그편이 좋다. 온 지구가 날 얼마나 원하는지 이렇게 소숫점 아래까지 싫은 거다.

"진짜 안 먹을 거야?"

"어, 안 먹으려고"
확인하려는 물음에 의지의 꼬리는 다소 내렸지만 정말 오늘 아침엔 생각이 없었다.



"오늘 저녁은 뭐야?"
12시간이 지나고 같은 자리 같은 사람에게 다른 말을 한다.

"국물떡볶이 하는데, 조금만 먹던가"

"오, 국물떡볶이 맛있겠다. 어제부터 먹고 싶었는데"
어제부터 먹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샤워 커튼 너머로 떡볶이 냄새가 날 때부터 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물떡볶이와 어울릴만한 술을 고르는 것으로 이제 행복의 기운이 솟는다.


국물떡볶이와는 어떤 술이 어울릴까. 다소 어려운 문제인걸. 장고 한 구석 빈약한 주류 리스트 떠올리며, 이번엔 정말 떡볶이는 조금만 먹어야지 다소 작은 혼잣말로 머릿속 윈도우 창을 하나 더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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