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덜미로 날아든 물에 건조한 숨을 고르다 멈추었다. 이마와 뺨으로 날아든 한주먹의 물은 잠시 올려둔 물안경의 빈틈을 노리고 눈꺼풀 사이로 스며들었다. 힘주어 눈을 감아 짜내고 뒤를 돌아본다. 상급자의 하얀 발바닥이 보이나 싶더니 다시 한번 더 물을 차내며 거품 속으로 사라졌다.
두 번째 날아든 물방울 피해 급히 얼굴을 돌렸다.
어느 한 곳 젖지 않은 곳이 없는 수영장이지만 의지로 담근 물의 무게와 타인이 뿌린 물의 무게는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생각하며 가장자리에 기대어 팔을 걸쳤다. 물에 몸을 살짝 띄우고 수면의 찰랑거리는 간지러움을 턱에 맞춘다. 시선이 물제비를 뜨며 건너편 끝에 닿아 가는 발차기의 물보라를 쫓는다.
매번 편도에 한 번씩 멈춰 몸에 산소를 채우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쉬지 않고 턴을 하고 있었다. 진한 회색의 수영복은 고급스러운 광택이 돌았고 검은 물안경은 물에서 태어난 커다란 눈망울 같았다. 특히 수영복의 경우는 가까이 지나갈 때면 만져 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였다. -이것은 순수한 감정으로 성적인 면이 제거된 맑은 감정이란 것을 밝힌다.- 윤기가 흐르는 말의 목덜미나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게 되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지방이 적절히 축적된 유선형의 몸매는 마치 바다사자를 연상시켰다.
무한히 턴을 반복하는 아름다운 바다사자는 물제비의 시선이 멈추지 않을 더 거대한 물이 필요해 보였다. 그녀는 답답한 상급자 라인에서 정형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멀리 물보라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턴을 하는 저 신호에 맞춰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바닥에 가지런히 그려진 아른거리는 타일을 향해 팔을 모아 나도 힘껏 벽을 밀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