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made by 꽃엄마

부모에게 바치는 내 방식의 헌정

by 모리화



나는 자격증을 딸 때마다 집에서 작은 수여식을 한다.


제각각 다른 모양의 자격증을 마치 상장을 수여하듯 주는 그분은

한집에 살고 있는 90이 넘은 나의 친정 엄마다.


언젠가는 잠옷 바람으로,

한 번은 현관 앞에서 급하게.

형식은 늘 제 멋대로이지만

그날은 엄마가 높은 회장님이 되는 것이다.

.

아직도 내 건강을 먼저 챙기며 살뜰히 보살피는 엄마,

이게 재미가 될 거라는 것도 생각했지만,

워낙 배움의 가치를 높이 두는 양반이니

사실 난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미처 수여식을 하지 못했던 2년 전의 자격증을 발견했다.

옳거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1년 전부터 엄마랑 노는 장면을 기록하고. 릴스도 올리고 있다

둘이서 커플룩도 만들고 꽃말 퀴즈를 하는 그런 영상이다

고맙게 꽃엄마라는 별명도 얻으셨다.


우리의 영상은 대본이 없다.

그날의 아이디어와 에피소드가 있을 뿐이다.


새로운 수여식을 앞두고 이번엔 엄마의 의상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카메라 앞에서 진짜 회장님처럼 보이도록.

장소도 집이 아닌 꽃집을 배경으로 했다.


항상 본문을 또박또박 읽고

마지막엔 “축하합니다!”를 빠짐없이 외쳐주던 양반.


자격증을 펼쳐 보이며 수여식을 시작했는데,

하필 그 내용이 영문에다 그것도 필기체 꼬부랑글씨가 가득했다.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모르는 단어는 물어가며 어떻게든 읽어보려 했을 학구열 높은 엄마였다.


그날은 제일 앞에 쓰인 First Class만 또렷하게 읽더니

갑자기

“불러블러블러~”

예상치 못한 장면에 우리 모녀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수여식을 그렇게 끝내버린 회장님.


워낙 신중진중 절제력 끝판왕인 그녀의 무거움을 덜어내고자

지난 1년 동안 영상 놀이를 핑계 삼아

이 딸내미는 꽤 노력을 했다.

제발 좀 가벼워지라고.


장난기가 자란 것 같기도 하고,

순발력이 생긴 것 같기도 해서 너무나 반가웠다.

릴스 영상으로 올렸던 이 장면은 조회수도 많았지만

좋은 사례로 참고하겠다는 시니어 기관의 연락도 있었다.


‘엄마와 저렇게 놀 수 있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요.’

하며 후회 섞인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했고,

‘남의 영상인데도 위로가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뭉클했다.

엄마와의 이 작은 놀이가

어떤 이에겐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 일’로,

어떤 이에겐 ‘따듯한 마음으로 회상할 수 있는 일’이 된다고 하니

서로 응원을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

특별한 장소나 큰돈을 들인 것도 아닌데

우리의 부모를 높여 드리는 유쾌한 놀이 하나를 만들었다는 생각.

그 자체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나 역시

나중에 나중에~

글자가 잘 안 보이고, 말도 어눌한 그런 날이 내게 오면,

나도 엄마처럼 “블러블러블러~” 하고 읽을 거다.

그래서 그때 곁에 있던 누군가가 웃어준다면,

그 자체로 즐거울 것이다.


이 영상을 올리며 난 이렇게 제목을 달았었다.

“난 Made by 꽃엄마.”


그건,

내 방식의 헌정이었다.

놀이였지만 나의 뿌리를 기쁘게 세워드리는 작은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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