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18 이거 누가 만들었어요?

어쩌면 이리 다 다를까?

by 모리화



"황금비율"


아마 학창 시절 미술 과목에서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피타고라스가 말한 숫자 1:1.618.

가장 안정되고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수치라고 하는 거.

이 수치는 단지 이론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F4 용지의 비율,

지갑 속 신용카드의 크기조차도

이 황금비율을 따르고 있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진 균형.

황금비율은 그렇게,

우리 사회의 기본값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 피타고라스의 수치는 그야말로 디자인의 기본 중에 기본인 이론인 동시에,

플로리스트 시험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나 원형 리스를 만드는 수업에선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재료 배치나 시선이 머무는 지점,

심지어 묶는 리본의 위치까지~


분명 이 수치는 그 황금비율이란 이름에 걸맞게 보기 좋고 편안한 비율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게 실기 시험이라면 지키지 못했을 경우엔 큰 감점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리스 수업을 할 때도 반드시 이 수치를 소개한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참고하는 분들도 있고,

아예 종이 위에 스케치를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만들기 시작하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 생긴다.

똑같은 재료가 주어졌지만 모두 다 다른 비율이 생기는 것이다.

충분한 양의 소재가 있어도

유난히 간결하고 날렵하게 마무리하는 분들이 있다.

또 어떤 이는 풍성함보다 밀도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워진 공간보다 가득 찬 틈이 편하다고 말하며

끝까지 덧붙이고 또 덧붙인다.


가끔은 재료가 남더라도

더는 올리고 싶지 않다며

한참을 보고만 있다가 단호히 마무리 짓는 이도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1: 1.618을 지키지 못한 경우,

이게 시험이라면 감점 대상이다.

안배가 부족하다고,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순간마다 속으로 미소 짓는다.


피타고라스를 몰라서가 아니다.

세상의 기준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의 리듬대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게 완성된 리스는 다 다르고, 다 예쁘다.

공통의 주제를 공통의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작품에는 각자의 속도와 시선이 담겨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모두가 똑같은 황금비율을 따를 수는 없다.

누군가는 5:5의 균형이 어울리고,

누군가는 7:3의 리듬이 편안할 수 있다.

깨어 있는 시간과 쉬는 시간,

노동과 놀이,

함께함과 혼자 있음.

그 이상적인 비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비율을 찾아가는 것이

어쩌면 인생 전체의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비율을 안다는 건

스스로의 균형을 인식하고 만들어가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워 보이기 전에

내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비율,

그게 내 삶의 황금비율이 아닐까?

오늘 수업에서 만들어진 리스도 그랬다.

누군가에겐 조금 짧고,

누군가에겐 꽉 차 보이고 그게 또 누군가에게는 답답해 보이고 그랬겠지만

그 모든 리스가

‘그저 자신의 비율대로 고유하게 만든 결과물’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다 달라서, 하나도 똑같지 않아서

난 그게 그렇게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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