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으로 좀 보내주세요.

릴스 하나로 떠나는 바캉스

by 모리화


여름휴가 계획을 써보라는 챌린지를 받았다.

어쩌나... 이번 여름은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는데.

그런데 이 '휴가'라는 단어가 갑자기 나를 데려온 곳은

지난겨울 나의 인스타에 올렸던 하나의 릴스였다.

세상 내가 그렇게 뻔뻔하게 길거리 한복판에서,

밤늦은 시간이라고는 하나,

카메라를 들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굴 수 있었던

영상 속 장면은 바로 이거였다.




"깜깜한 퇴근길, 하얀 눈이 퍼붓고 있었다.

알싸한 바람까지 더해져 정말 미치게 좋았다.

도로는 반짝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어깨엔 하얀 가루가 소복이 내려앉았다.

정류장 바로 뒤에는 파리바게뜨가 있다.

따뜻한 노란 불빛이 좋아서, 나는 늘 그 천막 밑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마감을 준비하는 사장님과 꼭 눈인사를 나누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바쁘다.

그리고 나도 천막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펑펑 내리는 그 함박눈을 맞고 싶어서였다.

눈을 감자, 저절로 스위치가 켜졌다.

시아의 ‘Snowman’.

마치 어금니 하나 빠진 듯한 그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몇 시간이고 반복해서 듣고 싶었다.

어쩌자고 그녀는 이런 노래를 만들어서

나를 영하의 북극으로 가고 싶게 만드는지.

버스가 헤드라이트를 반짝이며 다가왔다.

마지막 버스였다.

하지만 썩 반갑지 않았다.

"에잇 이 놈의 막차가!"

한 번쯤은 상상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집이 아니라 북극으로 가는 버스라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당시엔 너무 진심이었다.

시아의 노래가 진짜로 자동 재생됐고,

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서 영상을 찍었다.

어둠과 눈, 거리의 사람들과 시아의 목소리, 마지막 버스 불빛까지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졌던 장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한 일이었다.

32초짜리 영상과 그 속에 담아 놓은 짧은 글 하나.

그날 밤 나의 감동이 그대로 살아 있다, 기록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지금 난 Sia의 「Snowman」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구간으로 만든 ‘북극으로 좀 보내주세요’ 이 영상을

몇 번째 반복 재생 중이다.

그렇게 이 여름, 휴가 계획이 없었던 나는

오늘 글쓰기 챌린지 덕분에 특별한 바캉스를 체험 중이다.

내가 만들었던 릴스 한 편으로.



참고로 이 가사는,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던 구간.

32초 8마디의 구절이다.

I want you to know that l'm never leaving

이것만 알아줘요. 난 떠나지 않아요

'Cause I'm Mrs. Snow,

'til death wa'll be freezing

얼어 죽을 때까지 난 snow 부인

Yeah, you are my home, my home for all seasons

그대는 나의 집, 사계절 나의 집

So come on, Let's go

그러니까 같이 가요

Let's go below zero and hide from the sun

영하로 가서 피해요, 햇빛을

I'll love you forever where we'll have some fun

즐거운 그곳에서 영원한 사랑을

Yes, let's hit the North Pole and live happily

북극에 가서 행복하게 살아요

please don't cry no tear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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