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란 말도 언제나 뜻이 있다.
꽃을 사러 오는 손님들에게 나는 몇 가지 질문을 건넨다. 꽃을 고를 때 필요한 정보라기보다, 그 사람의 마음이 꽃에 잘 담길 수 있도록 방향을 잡기 위해 묻는 것이다. 질문으로 상대의 마음이 조금 더 열릴 수 있도록, 꽃에 마음이 담길 수 있도록, 꽃이 마음을 대신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도구가 바로 질문이다. 내가 자주 하는 질문 다섯 가지는 이렇다.
1. 어떤 용도로 쓰실 예정이신가요?
꽃에도 분위기가 있다. 같은 장미꽃이라도 졸업식에 어울리는 장미와 병문안에 어울리는 장미는 다르다. 축하, 위로, 고백, 감사를 담는 꽃들도 그렇다. 해서 누구에게 무슨 일로 쓸 것이냐 물으면 실수를 줄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 건넬 꽃인지 알게 되면 꽃의 색깔, 포장, 구성의 윤곽이 먼저 잡힌다. 모리화 꽃집에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 이 질문을 먼저 던지면 신기한 표정을 짓곤 하신다.
2.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까요?
“꽃으로 말을 걸어요.”라고 시작하는 모리화 꽃집 주제가가 있다. 주제가에는 사랑해요, 반가워요, 수고했어요, 축하해요라는 가사가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 AI에게 부탁해 내가 만든 노래다.
이런 말을, 이런 가사를, 꽃과 함께 전달할 수만 있다면, 받는 쪽도 주는 쪽도 마음을 좀 더 알아차릴 수 있을까 해서 주제가를 만들었다.
그래서 묻는다.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이냐고. 필요하다면 꽃말을 설명하고, 간단한 카드 문구를 제안하기도 한다. 사안에 따라서 애교를 더할 문구도 직접 알려주는 편이다. 손님이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 해줄수록 더 적절한 조합이 떠오르기도 한다.
가끔 무뚝뚝한 손님들이 “그냥요”라고 해도 그 속엔 다양한 의미의 그냥이 들어있다는 걸 난 경험으로 안다. 가격에 대한 고민, 관계의 거리, 감정의 농도, 밀당의 기술, 체면의 정도까지.
그걸 읽어내기 위해 나는 질문에 정성을 들인다.
3. 언제 꽃에 물을 주실 수 있나요?
“아 예뻐라!” 꽃을 보자마자 나오는 이 첫마디가 참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또 있다. 예쁨을 오래 유지시키는 것.
그래서 난 묻는다. 언제 꽃에 물을 주실 수 있냐고. 만약 장시간의 데이트 후 집에 돌아와 꽃에 물을 준다면, 그 집 꽃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저녁 약속에 선물할 꽃인데 점심부터 꽃을 가져가는 사람, 밤새 차 안에 두었다가 다음 날 전해 줄 예정인 사람 등. 이렇듯 각자의 사정을 다 알아야 한다. 그래야 꽃을 처음 받았던 그 느낌이 오래가도록 처리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꽃은 금방 힘을 잃는다. 계절, 시간, 장소에 따라서. 받는 사람이 꽃을 언제쯤 물에 담을 수 있는지를 알아야 포장을 어떻게 할지, 수분 처리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예쁨을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유다.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4. 가장 최근에 주신 꽃을 기억하시나요?
“빨간 장미, 이번에도 똑같이요?”
꼭 한 가지 꽃과 한 가지 색만 찾는 손님도 있다. 그만큼 상대방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경험상, ‘이번엔 조금 다르게’가 더 좋은 어필이 될 때가 많았다. 같은 장미라도 색을 바꾸거나 포장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움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지난번엔 어떤 꽃 드렸었죠?”
요즘엔 남자 손님들이 꽃말을 먼저 묻기도 하고, 찍어 둔 꽃 사진을 보여주며 더 자세한 정보를 주려 노력한다. 상당 부분은 내가 꾸준히 질문해 온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니 흐뭇하다. 그리고 그런 손님들의 마음이 예뻐서 정성을 더 기울이게 된다.
5. 예산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나요?
“얼마면 예쁠까요?”
자신이 감당할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그 예산으로 하면 예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데, 금액을 높이긴 부담스럽고, 그래서 걱정을 섞어 한 질문이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말한다.
작은 꽃다발도 충분히 예쁘게 만들 수 있다고. 작다고 대충 만들지 않는다고. 오히려 더 정성스럽게 만든다고.
예산을 묻는 이유는, 그 범위 안에서 가장 마음을 잘 담을 수 있는 구성을 하기 위해서다.
의도를 듣고 나면 금액을 더 추천하기도, 내가 먼저 줄이기도 한다.
꽃을 만드는 시간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나는 묻고, 듣고, 상상한다. 이 마음엔 어떤 꽃이 어울릴까. 이 이야기는 어떤 색과 어울릴까.
질문은 늘 같지만, 꽃은 늘 달라진다. 그게 내가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