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 Sep 21. 2023

뒷모습

진심은 뒷모습에 있다

어떤 사람 A가 한참을 통화 하고 나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전화를 끊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땐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먼저 전화 끊겠습니다, 하고 상대측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 순간이 아찔했다.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던 적이 떠올랐다.


통화를 할 때는 분위기가 좋고 서로 좋은 말이 오고 갔지만, 한숨을 쉬는 모습이 진심 혹은 본심이라고 상대는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 역시 그렇게 앞뒤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는지 돌이켜보았다.


내가 살아오며 상처받는 부분도 그런 부분이었다. 호의라고 생각했는데 호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뒤에서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 그 사람은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언니가 나를 뒤에서 험담을 하고 다녔다든가 앞에선 내 머리가 예쁘다고 칭찬하던 사람이

뒤에서는 사실은 내가 말은 안 했지만~이라며 다르게 얘기했다는 걸 알았을 때,


사람은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뒤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니 확신을 했다.


그래서 나는 호의와 호감을 바로 믿지 않기로 했다.


누구나, 다 자신이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직업상 나에게 친절하던 모습과


사람에게 대하는 모습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실상을 믿기보다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믿는 존재가, 그 실체가 더 확실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겼다. 내가 믿는 신처럼 말이다.


내가 없는 데서 나를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내가 가고 나서 뒤돌아설 때 표정이 어떨지


나와 한참 수다를 떨고 나서 끊는 전화에 한숨이 느껴질지 말지


그 뒷모습


바로 그게 진심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측은지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