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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릴 Oct 16. 2018

내 인생은 어떻게 되려나

#2  

  사월님의 노래를 끊임없이 듣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우울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될 것 같다. 파티에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곧 가겠다고 말하고는 혼자 방에 들어와 선물 받은 이탈리아 와인을 마신다. 예전 같으면 우울하다는 이유로 파티에 달려갔겠지만, 언제부턴가 우울할 때면 혼자 있고 싶다.  이런 기분으로 나가면 사람들 앞에서 웃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럼 또 혼자가 되고 그럼 외로워질 테니까. 차라리 방 안에서 혼자 그 외로움을 감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잘 웃을 수 없다니. 나는 원래 잘 웃는 편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 회사 복도에서 최대한 심각한 표정으로 다니곤 했다. 꾹 다문 입술과 살짝 숙여진 고개. 그 모습은 상사를 마주칠 때면 내가 힘들게 일하다가 잠시 화장실 가는 거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성희롱적인 발언을 장난이라는 이유로 지껄어대는 사람들이 말 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택한 방식이었다. 


 근데 여기 와서 참 많이 웃는다. 복도에서 친구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살짝 미소 짓고, 심지어 길에서 낯선 이를 만나도 웃게 된다. 얼마 전에 낮잠을 자다가 더 이상 자면 머리가 아플 것 같아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갔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밖으로 나갔는데, 내 얼굴에 미소가 어린것을 보고 스스로 깜짝 놀랐다. 이제는 산책하면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눈인사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 무표정을 정말 싫어한다. 가끔 나도 모르게 내가 찍힌 사진들을 보면, 아빠와 똑 닮은 내 모습에 절망한다. 조금 삐죽 나온 입과 축 쳐진 입술. 내가 싫어하는 아빠의 모습 그대로다. 근데 여기서 지내다 보면 이 무표 졍이 고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 무의식의 표졍도 바뀐다면, 내 인생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나를 들뜨게 했다.


이렇게 잘 웃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문득 밀려오는 불안감은 역시 피할 수가 없다. 솔직히 이 곳의 생활이 끝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얼핏 알겠는데 그걸 업으로 삼을 만큼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그런데 돈은 정말 중요하니까. 인연으로 삶이 이어진다는 데, 나는 왜 모든지 이렇게 노력해야지 뭔가 이어지는 것 같지? 하는 투정도 든다.  한국 돌아가면 너무 늦은 거 아닐까.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나는 나 스스로 헤쳐나가지 않으면 정말 살 방법이 없어. 


그니까 한 마디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려나. 싶은 거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빨래를 개었다. 빨랫대에서 양말을 무려 5번이나 떨어트렸고. 갠 빨래를 3번이나 떨어트렸다. 게다가 나름 여름옷 정리한다고 캐리어를 펼쳤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계속 무언가를 빠트렸다. 캐리어를 꼼꼼히 닫아 옷장 안에 낑낑 넣고 뒤돌면 까먹은 여름옷이 침대에 떡하니 있었다. 이 짓을 3번이나 반복하니까 그만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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