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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릴 Apr 02. 2019

덴마크 섬사람들

이 섬은 이상하다 


이 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손으로 돌돌만 담배를 피우면서  S와 섬을 한 바뀌 산책하는 시간이다. 지내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담배를 펴도 되지만 스태프는 금연을 해야 한다. 애매하게 스태프에 포함된 내 앞에서 학생인 C는 말보로 한 개비를 흔드는 장난을 친다. 그렇다고 담배를 포기할 순 없지. 나와 S는 일하는 중간 어떻게든 짬을 내 잠시 학교를 벗어난다. 


 S는 나에게  담배 피우러 나갈래?라고 묻지 않고, 잠시 산책 갔다 올래?라고 묻는다. 


그럼 나는 청소일에 최적화된 반팔과 체육복 바지 위에 스웨 테와 야상, 머플러를 걸치고 얼른 문 앞에 대기한다. S를 찾는 사람은 많기 때문에 S는 산책 갈래?라고 묻고도 10분이 지나서야 학교를 빠져나온다. 그동안 나는 이리저리 S를 살피며 교장 몰래 손으로 담배를 만다. 덴마크 담배 값이 비싸서 말아 피기 시작했는데, 매번 철저히 실패해 불이 아예 붙지 않거나 모양이 무너진다.


 S는 이 섬에서 태어나 15살 때 '저 코펜하겐으로 떠나요'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20대 초반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아이를 가졌고, 경계성 인격장애를 보이는 남편과 이혼해 혼자 아이를 키웠다. 본인의 아버지가 지은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연결되어 있고 큰 창이 있는 아틀리에 같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아픈 아버지를 보내며, 엄마를 돌보며 그렇게 지내왔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섬에는 4000명의 인구가 산다는데 지난 2달 동안 내가 길가에서 본 사람들은 채 100명이 안 되는 것 같다.  S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 대부분 이 섬에서 평생을 보내고, 젊은 시절 잠시 코펜하겐으로 떠났다가도 결국 다시 돌아온다. 큰 키에 하하하 하고 웃는 S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걸지만 사실 이 섬에서 그녀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S는 담배 피우는 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지나치고, 특이한 사람들은 나에게 따로 언급을 해준다. 그렇게 그녀는 통해 나는 이 섬사람들을 만난다. 


이 섬은 이상하다. 

수줍어서 눈도 못 마주치는 청년이 알고 보면 마약 판매상이고, 

근사한 콧수염의 비니 아저씨는 한 겨울에도 슬리퍼만 신고 다닌다. 


한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멀리서 그녀를 본 S는 난 저 사람을 평생 알아왔어. 우리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을 텐데 어떻게 삶은 버텨왔는지 늘 궁금해라고 내게 말하며 그녀에게 인사한다. 그녀는 아주 말랐고, 안경을 썼지만 검은 머리에 흩트러진 단발머리다.  쌩쌩 자전거를 잘도 타는데 알고 보니 심한 마약중독이다. 그녀는  의처증 남편이  창문 밖으로 사람과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때리는 삶을 견뎌왔다. 그리고  그 미친 남편은 그들의 딸을 지속적으로 강간했다. 지속적으로 유린당한 큰 딸은 결국 큰 정신병을 얻었고 둘째는 그래도 아이 다섯을 낳고 나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남편은 죽었고 그들 모두 여전히 이 섬에서 지낸다. 




여자가 지나간 도로 위 창문 하나는 늘 열려있다. 거기가 바로 M의 집이다. 

S가 사랑하는 M. 나는 M과 S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S는 M을 21년 전 버스에서 만났다. 당시 6살이었던 M은 어떻게 옷을 입는지, 씻는지도 모르지만 마약은 판매할 줄 아는 아이였다. 버스에서 마약을 팔고 있던 M에게 S는 다가가 손과 가방에 있는 것을 다 내놓으라 말한다. 그렇게 둘의 21년 관계가 시작된다. S는 소년을 집으로 데려와 어떻게 씻는지, 입는지, 먹는지, 사람과 대화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M을 어떻게든 그의 아버지 - 6살 아이를 마약 팔게 만든, 알코올 중독자- 에게 떼어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M은 S를 사랑하게 된다. 마치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생각하고 평생 따르게 되는 거위의 처럼 M은 S는 각인되었다. S는 계속 부정했다. 너는 나를 엄마처럼 사랑하는 것뿐이야. 성인이 된 M은 S와 키스하고 싶어 하고 자고 싶다고 계속 말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언제나 S가 M을 더 사랑할 거라는 걸. 


담배 두 개비 피고 돌아오는 길, 

학교에 돌아가면 이 섬에서 가장 재미있는 남자 P가 S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보름달이 환했던 밤, P는 나에게 물었다.


P: 보름달이 왜 환한 줄 알아?

나: 글쎄

P: 그건 보름달이 뜰 때 여자들이 생리를 하기 때문이야

나: 진심이니 아니면 농담이니

P: 진짜야. 보름달이 여자들의 정기를 받아서 그래

나: 뭔 개소리야. 나 지금 생리 안 하는데

P: 모든 것은 100%가 아니야. 예외들의 존재가 세상을 재밌게 만들지

나:.... 


이 섬은 정말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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