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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Nov 23. 2021

강아지 좋아하세요?

두 번째 걸음

생각해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식사하셨어요?]와 같은 일상적인 말로 [강아지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최근 들어서는 이런 질문이 오가는 것을 본적도,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다. 왜일까?



예전에는 [강아지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의 이유에 ‘이 사람은 동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전제가 깔려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반대로 향하고 있다. 오늘날 이 질문은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듣기에 더욱 자연스러운 질문은, [강아지 좋아하세요?]라는 말보다 [반려동물 키우세요?]라는 질문으로 변화하였다.


이렇게 질문의 형태가 바뀌게 된 시점은 정확히 꼽을 순 없겠지만, 숫자로 통계수치를 보면 그 이유를 추측해볼 수는 있다. 현재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은 총 1,448만 명,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2020년 말 통계 기준.) 이렇게 수치로 보니 왜 우리나라 정서에 더 이상, [강아지 좋아하세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된 것인지가 분명하게 보인다. 친구들 4명이 모이면 그중에 적어도 한 명은 반려인이 있다는 말이니, 강아지를 좋아하냐는 질문은 그 의미나 필요성이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와는 맞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요즈음은 이렇게 질문한다.


[혹시 반려동물 키우세요?]



통계상 4명 중 1명은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을 할 테니, 그리고 나머지 3명 중 누군가는 어떤 반려동물을 키우냐며, 종류는 무엇이냐며, 사진을 보여달라고 까지 할 테니 어쩌면 그 3명 중 적어도 1명 이상은 잠재적 반려인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까지 따져보니 이제 4명 중 적어도 2명은 반려동물에게 우호적인 사람이 되었다. 다시 말해 인구의 절반 이상, 즉 50% 이상이 반려동물 친화적 인간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하니 이제 우리의 귀에 강아지를 좋아하냐는 질문은 당연히 어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앞으로의 질문은 [반려동물 키우세요?]에서 [어떤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계시나요?]로 변화하였으면 좋겠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세상은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울까.



Instagram @mori_park

Youtube : 펫크리에이터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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