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걸음
뉴욕의 아파트들 중에는 세탁기가 없는 곳이 꽤 많다.
그래서 주말이면 으레 큰 이불이 든 큰 이케아 쇼핑백과 빨래가 잔뜩 든 백팩을 들쳐 매고 공용 세탁소로 향하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다.
빨래를 맡기고 온 엄마가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 장난기 많은 친구가 엄마가 들고 있던 세제를 물고 놓지 않는 희한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보이며 지나갔다.
하하, 하하!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에 가던 길을 멈추고 모두가 잠시 자리에 서서 귀여운 실랑이를 관람했다.
주인은 진땀을 뺐지만 지나가던 이들의 입은 모두 위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코미디 극장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일상 속 날것의 귀한 선물 같은 웃음이었다.
Youtube : 펫크리에이터 모리
Instagram : @mori_park
글/사진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