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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Apr 14. 2022

작은 존재를 위하여

열일곱 번째 걸음

앉아있던 자리에 햇볕이 뜨겁게 내려앉아 사람들의 곁을 떠날 줄 몰랐다.


강한 더위도 그러나 센터 직원의 미소를 감히 앗아가진 못했던 걸까. 그녀가 유기견이 앉아있는 자리 옆에 작은 분홍색 양산을 펼쳐 놓으며 개를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



"더워도 조금만 참자. 좋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함께 기다리는 거야."


네발 친구를 위해 양산을 펼쳐 드는 그녀를 보며, 

여름 철 매미의 생과 같은 것이 찰나의 순간 내 안에서 희미하게 일어났다 금세 가라앉았다.


알맞은 온도와 적절한 음식을 제공되는 완벽한 환경에서 지내는 한국 펫 샵의 강아지들과

개를 위해 양산을 양보할 줄 아는 마음씨 좋은 인간 앞에 앉아있는 거리 위 유기견의 삶.


과연 둘 중 어느 삶이 더 나은가에 대한 그런 쓸데없고도 무의미한 질문.



그러나 그것은 본디 결코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절대적으로 외면받아서는 안될 그런 사소하고도 한없이 무거운 질문이었다.



.



훗날 우리나라에서도 펫 샵이 사라지고 사진 속 다소 낯선 광경을 한국의 거리 곳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면. 나는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거닐며 딱 한 사람만을 찾아다닐 것이다. 



네발 친구를 위해 양산을 양보할 줄 아는,

한 여름의 생긋한 미소를 가진 사람.


작은 존재를 위할 줄 아는 그런 사람.





Youtube : 펫크리에이터 모리

Instagram : @mori_park




글/사진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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