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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묶인 강아지

제1화

by 모리박

여기 입이 철사에 꽁꽁 묶인 채 시장을 떠도는 강아지가 있어요. 강아지 앞에 한 인간이 나타납니다.


“도움이 필요하니? 나와 함께 희망행성으로 가자.”



인간의 말에 곧 하늘에서 아이스크림 모양을 한 열기구가 내려옵니다. 참 맛있고 귀엽게 생긴 열기구에요.

그러나 인간에게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강아지는 인간을 섣불리 따라나서지 못합니다.

그리고 강아지는 높은 곳이 무서워요.


“괜찮아. 정 무섭다면, 내가 널 안고 탈게. 두 눈을 꼭 감고 있으렴.”


강아지는 인간의 말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인간이구나.’


마음이 놓인 강아지는 이내 인간의 품에 안겨 잠이들고 맙니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포근하고 따뜻한 품 속에서 강아지는 하늘을 나는 꿈을 꾸어요. 하늘을 마음껏 날던 강아지의 귀에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강아지가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요.


"아흠-"


어, 하품을 할 수 있어요! 어느새 입에 묶여있던 철사는 사라지고 없어져 강아지는 입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습니다. 강아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전히 인간의 품에 안긴 채 사방을 둘러봅니다.


세상에, 이곳은 어디죠?


버섯모양의 초콜릿들과 별사탕이 쏟아지는 폭포, 마시멜로우 나무와 솜사탕 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와-’


강아지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인간이 말해요.


“이곳은 상처받은 동물 친구들을 위한 희망행성이란다.”


“희망행성이요?”


“곧 알게 될거야.”


인간은 강아지와 키를 맞추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요.


“그전에 먼저 네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니?”


“저는...저는...”


강아지는 며칠 만에 자유로워진 입을 열어 이름을 말해보려 해요. 하지만 왤까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요! 숫자로 된 이름이었던 것 같긴 한데 말이죠.


사실 강아지는 강아지 공장에서 탈출한 친구에요. 그곳에는 숫자로 불리는 수많은 강아지들이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었답니다. 강아지의 이름은 526번이었지만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요.


“괜찮아. 이름은 기억 못할 수 있단다. 사실 대부분의 버려지거나 학대당한 친구들이 그렇거든. 네게 새 이름을 지어주어도 괜찮을까?”


강아지가 고개를 끄덕여요.


“포레 어떠니? 영어로 포레버는 영원히 이라는 뜻이고, 포레스트는 숲이란 뜻이야. 뭐든 포레- 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좋은 의미가 되지.”


포레…


강아지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요. 그동안은 이름을 불렸을 때 한 번도 기뻤던 적이 없었거든요. 이름이 불리면 포레는 언제나 무서웠어요. 이름이 불리고 나면 아픈 주사를 맞아야 했거든요. 포레라는 이름은 왠지 듣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기분 좋은 포레가 꼬리를 살랑이자 인간이 말해요.


“이제 포레의 희망을 찾으러 가볼까?”


별사탕 폭포를 지나자 머핀집이 나타나요.


“여기서 너의 희망을 알아볼거란다.”


머핀집 안에 들어서자 또 다른 인간이 나타납니다.


“안녕? 나는 너의 희망을 찾아줄 희망제작자 호퍼라고 해. 너의 희망이 뭔지 알아볼까?”


호퍼가 포레의 입을 살펴보며 말해요.


“많이 아팠겠구나. 음.. 이건 어떨까?”


호퍼가 포레의 입에 동그란 마카롱을 갖다대며 말해요.


“아니지 아니야... 가운데가 뚫려있어야겠는걸?”


호퍼가 바움쿠헨을 가져와 포레입에 끼어주어요.


포레의 고개가 푹 떨어집니다.


“아이고, 너무 무겁나보구나. 그럼 이건 어떠니?”


이번엔 호퍼가 도넛을 가져와 포레의 입이 끼워줍니다.


“그렇지! 이게 좋겠어.”


포레는 갑자기 입이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걸 깨닫습니다. 도넛에 가려 눈은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전보다 세상을 더 잘 보게 된 것 같아요.


“너의 마음의 눈이 열린거란다. 도넛이 네게 진정한 세상을 보여줄거야.”


포레와 인간은 호퍼의 집을 나섭니다. 달콤한 도넛향이 나는게 포레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포레야, 너의 희망은 도넛이란다. 앞으로 도넛이 언제나 너와 함께일거야.”


달콤한 도넛 냄새에 취해 앞서나가는 바람에 포레는 미처 인간의 말을 잘 듣지 못했어요. 뒤돌아 인간을 향해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이런, 인간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간은 보이지 않아요. 그때 생선 모양을 한 작은 과자 하나가 지나가며 말합니다.


“뭘 찾고있니?”


“나...나는 인간을 찾고 있어.”


“인간?”


"큰 머리 두개를 달고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인간에게 이름을 미처 물어보지 못했어요. 생선과자는 알았다는 듯 말합니다.


“아, 희망님을 말하는거구나! 보아하니 이곳에 막 도착한 신입인가보군. 난 고래밥이야.”


포레를 도와준 인간의 이름은 ‘희망’인가봅니다. 자신을 고래밥이라 소개한 생선과자는 왜인지 지느러미가 한쪽에만 달려있습니다. 고래밥도 구조되어 이곳에 온 걸까요?


“그런데 어딜 가던 참이지?”


어딜가야 할까요? 포레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해요.


“나가는 길을 아시나요?”


“나가는 길? 인간세상으로 다시 나가는 길 말이야?”


포레가 맞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쪽으로 가면 지구로 돌아가는 길이야. 그런데 왜 돌아가려는 거야?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닐텐데.”


포레는 지난날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동안의 삶이 분명 좋진 않았어요. 포레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해요.


“꼭 만나야 할 친구가 있어요.”


고래밥은 상관 없다는 듯 알겠다며 왼쪽으로 허공을 헤엄쳐 나가요. 포레는 고래밥이 가리킨 방향으로 길을 떠납니다.


조금 걷다보니 곧 와플로 가득한 마을이 나타나요. 꿀 강 끝에 희망행성의 끝이 보입니다. 그때 꿀벌 옷을 입은 인간이 포레를 향해 다가옵니다.


“안녕, 밖으로 나가려 하니?”


“네.”


“바깥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니? 밖에는 무서운 인간들이 있어. 그곳의 인간들은 희망을 모두 짓밟는단다. 도넛을 잃고 싶지 않다면, 그냥 여기 있는게 좋을거야.”


꿀벌인간이 포레의 도넛을 톡 건들며 포레에게 말해요.


“꼭 만나야 할 친구가 있어요. 구하러 가겠다 약속했어요.”


확신에 찬 포레의 태도에 꿀벌인간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냅니다.


“정 그렇다면 여기 꿀단지를 가져가렴. 도움이 될거야.”


포레는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꿀단지를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꿀단지를 뒷 주머니에 꽂아넣고는 낭떠러지처럼 보이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낭떠러지 앞에는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 모양을 한 지킴이들이 서있어요.


“나가려고?”


“네.”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가 서로를 바라보며 포레에게 물어요.


“왜?”


벌써 같은 질문만 세 번째입니다. 포레는 자꾸만 같은 질문을 물어보는 이유가 궁금해져요.


“원래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해요.”


“너 저 낭떠러지 아래에 무시무시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건 알고 있지? 그곳엔 절망이 가득해.”


“네 알아요. 하지만 친구를 만나야 해요. 구하러 간다 약속했거든요.”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는 눈빛을 교환하더니 문을 열어줘요.


“네 결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저기 앞에 보이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네가 구조되었던 곳으로 도착할거야. 행운을 빌어.”


포레는 감사하단 말을 남기고 낭떠러지로 걸어갑니다. 겁은 나지만 친구를 위해 포레는 용기내어요. 발을 떼자마자 포레가 아래로 떨어집니다!


“으악~!!!!”



작가의 인사말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도넛 낀 강아지 포레의 이야기로 돌아온 모리입니다. <도넛 낀 강아지 포레와 희망행성>은 지구 밖 어딘가에 학대 당하거나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행성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판타지 소설입니다.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닿아 유기동물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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