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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을 구하러

제2화

by 모리박

“어이! 저리 비켜!!”

“어머 쟤 길을 잃었나 봐.”

“엄마! 저기 강아지가 있어요!”


포레는 다시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여긴 포레가 떠돌던 시장이에요. 복잡한 시장을 벗어나 다시 원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리 위의 냄새를 킁킁 맡습니다. 그때 도넛이 방향을 알려주려는 듯 반짝이기 시작해요.


‘이쪽이다!’


도넛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한참을 달리고 나니 눈앞에 포레가 살던 집이 나타나요.

이곳에 다시 들어가면 어쩌면 포레는 다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요. 먼저 나오면 꼭 데리러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포레가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행성2 3.jpg


“어머! 526! 너 정말 돌아왔구나!”

“세상에, 정말로 돌아온 거야?”

“그럼 뭐 하나, 이제 또 잡힐 텐데. 조심해! 주인이 곧 돌아올 시간이라구.”


포레는 강아지 공장에 함께 갇혀 지내던 다른 철장 속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같은 철장에서 생활하던 친구에게 가요. 친구는 잠을 자고 있어요.


“527! 일어나! 내가 돌아왔어!”


포레가 부르자 문을 등져있던 527이 고개를 들어 포레에게 말해요.


“526! 너구나!”


주인에게 반항을 하다 입과 목이 조이는 벌을 받고 며칠째 격리 중이던 포레와 527은 며칠째 물과 밥을 먹지 못해 기운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어요. 포레는 이제 도넛 덕분에 힘이 펄펄 넘치지만 527은 걸을 힘도 없어 보입니다. 주인이 올까 두려워 포레가 자꾸만 주변을 살피며 말해요.


“어서 나가자! 내가 나가는 법을 알아.”


포레는 점프해 철장을 열고 527을 꺼내주어요. 목줄은 쇠로 되어있어 차마 풀지 못한 채 527이 철장 밖으로 나옵니다. 포레는 도넛 덕분에 왠지 몸이 전보다 날렵해진 것 같다고 느껴요.


“너희들 모두 나갈 수 있어. 모두 탈출하자!”


포레가 친구들을 향해 말하지만 모두 두려운 듯 선뜻 나서지 못해요. 여기 친구들은 대부분 임신을 했거나 막 출산을 해 몸이 건강하지 못한 강아지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우린 도망갈 수 있는 힘이 없어. 너희라도 어서 나가렴.”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442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철장 앞으로 다가와 말해요. 곧 출산이 임박했어요. 벌써 5번째 출산입니다. 이번에 무사히 출산을 한다고 해도 너무 늙어버린 442는 주인에게 끌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어째서 늙은 강아지들이 자꾸 사라지는지 강아지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때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와요.


“주인이다! 주인이 돌아왔어!”


강아지들이 꼬리를 잔뜩 말은 채 몸을 웅크리고 구석으로 돌아가요. 포레는 527을 부축한 채 서둘러 철장을 빠져나옵니다. 저 멀리 주인이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오고 있어요.


“어서 가자!”


달려 나가는 포레와 527, 그러나 주인은 둘을 발견하고 소리칩니다!


“어…야!! 너네 거기 서!!!”


포레와 527은 주인이 걸어오는 반대편 방향으로 달려보지만 아뿔싸! 이쪽 방향이 아니에요. 밖으로 나가려면 주인이 있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어쩌지!”


그때 포레의 도넛이 다시 한번 빛나기 시작해요. 포레에게서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납니다.


“할 수 있어! 주인이 오는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리는 거야! 하나 둘 셋 하면 뛰어!”

“아냐, 난 할 수 없어!”

“할 수 있어! 날 믿고 앞으로 달려 나가!”


527이 알았다는 듯 끄덕입니다.


“하나, 둘, 셋!”


둘은 달려오는 주인을 향해 내달립니다. 그때 갑자기 527의 목에 단단히 묶여있던 쇠 목줄이 527의 발에 감기고 말아요! 포레가 주인을 비껴갈 때 527은 그만 주인에게 잡혀버리고 맙니다. 주인이 바닥에 떨어뜨린 비닐봉지 안에서 주사기가 쏟아져 나와요.


“깨갱!!”


527의 비명소리에 포레가 달리다 말고 멈춰 뒤를 돌아봅니다.


“요놈 어딜 도망가려고!”


주인이 527의 몸을 꽉 잡고 흔들어댑니다. 포레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어요. 그때 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꿀단지! 꿀단지를 써!!”


포레가 희망행성에서 꿀벌인간에게 받아온 꿀단지를 꺼내듭니다.


“꿀단지를 주인에게 던져!”


포레가 목소리대로 꿀단지를 주인에게 던지자 꿀이 주인의 몸에 쏟아 내리며 굳기 시작합니다.


“어어 이거 몸이 왜 이래!?”


그 사이 주인의 손을 벗어난 527이 포레에게 달려와요.


“괜찮아?”

“응!”


주인은 온몸이 굳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눈동자만 돌돌 굴려 포레와 527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어요.


“저게 대체 뭐야 526?!”


포레는 답하려 했지만 내리쬐는 햇빛을 보곤 얼른 527의 손을 붙잡습니다.


“햇빛이 너무 강해 꿀이 곧 녹겠어! 어서 도망가자!!”


둘은 정신없이 앞으로 또 앞으로 내달립니다. 숨이 찬 527이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되자 둘은 잠시 멈춰 서요.


“우리 이제 어떡하지?”


527이 포레에게 묻습니다. 쇠 목줄에 조인 목의 상처가 더 깊어진 것 같아요. 527에게도 도넛이 필요할 것 같은데 포레는 어떻게 해야 희망행성에 갈 수 있는지 까진 알지 못해요. 그때 포레 안에서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옵니다.


“희망이 필요해!라고 외쳐!”


포레는 자꾸만 알 수 없는 소리가 나는 곳을 손으로 주섬주섬 만져봅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둘을 향해 달려오는 게 느껴져요!


“주인이야!!”


달려오는 주인의 손에는 무시무시한 도끼가 들려있습니다.


“어떡해!!”


그때 포레가 크게 소리칩니다.


“희망이 필요해!!”


포레는 급박한 상황에서 몸 안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알려주는 대로 외쳐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당황합니다. 주인이 점점 가까워지자 둘은 다시 도망가려 합니다. 그때예요!


쿵!


언제 나타난 건지 포레와 527 옆에 아이스크림 열기구가 도착해 있어요! 포레가 서둘러 527을 데리고 열기구에 올라탑니다.


“빨리!!! 빨리 올라가야 해!!”


527이 급히 말해보지만 열기구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까이 온 주인이 점프를 하며 열기구에 도끼를 내리꽂아버립니다. 이런, 열기구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해요!


“안돼!!”


주인이 열기구를 엉금엉금 기어 타고 올라오려 합니다.


“이제 꿀단지도 없는데! 어쩌지!”


그때 도넛이 반짝 하자 포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527! 이걸 받아!”


열기구 위쪽으로 줄을 잡고 올라간 포레가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손으로 퍼서 527에게 건네요.


“이걸 주인에게 던져!”

“뭐?!”

“어서!!”


527이 주인의 머리에 아이스크림을 던져요.


“으아악!!!”


주인은 머리에 아이스크림을 뒤집어씁니다. 주인의 온몸에 남았던 꿀이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섞여 꿀이 다시 차가워지기 시작해요. 계속해서 둘은 주인을 공격합니다. 주인은 아랑곳 않고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만 다시 굳어가는 꿀 때문에 쉽지 않아요. 마침내 주인의 온몸에 아이스크림이 가득 묻습니다. 꿀이 굳어 더는 팔을 움직일 수 없어요.


“으아아아아악~!!!!”


주인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아래로 떨어집니다.


“해냈어! 우리가 해냈어!!”


그 사이 내려온 포레와 527이 얼싸 부둥켜안고 환호를 지릅니다.


“아야!”

“앗, 미안!”


포레가 527을 부둥켜안으며 쇠 목줄을 건드렸나 봐요. 목줄을 풀어보려 포레가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괜찮아, 희망님을 만나면 해결해 주실 거야.”

“희망님?”

“응, 다 괜찮아질 거야.”


포레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527은 일단 무서운 주인에게서, 그리고 지옥 같았던 철장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스르르 잠에 들고 맙니다. 포레도 피곤했는지 곧 527 옆에서 잠에 빠져들어요. 마치 둘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아이스크림 열기구는 한쪽에 도끼가 꽂힌 채 희망행성을 향해 조금씩 천천히 날아갑니다.



(+그림 속 포레의 혀가 뒤집어진 하트모양인 이유는,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실제 강아지 포레의 혀도 하트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사에 입이 묶여 제 이빨에 혀가 잘린 탓인데, 캐릭터 속 귀여운 하트모양 뒤에는 이 같은 아픈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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