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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친구들

제3화

by 모리박

쿵!


희망행성에 다시 돌아왔어요. 포레와 527에게 희망님이 다가옵니다.


“포레야, 무사히 친구를 구해 다시 돌아왔구나.”


527은 낯선 인간이 나타나자 포레의 등 뒤로 숨습니다. 희망님은 포레가 지구에 다녀오는걸 알고 계셨나 봐요.


“괜찮아. 희망님은 착한 인간이야.”


포레가 말하자 527이 여전히 포레의 등 뒤에 숨은 채 얼굴만 빼꼼히 내밀어요. 희망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해요.


“안녕, 나는 희망이란다. 이곳 희망행성의 중심이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희망님의 미소를 본 527은 그제야 포레의 등 뒤에서 나와 포레 옆에 섭니다.


“내겐 너의 희망이 벌써 보이는구나. 음...그래, 달쿠미 라는 이름이 좋겠어.”

“달쿠미요?”

“그래, 너의 새 이름이란다.”


새 이름이란 말에 527이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옛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새로 선물 받은 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요.


“포레야, 달쿠미의 희망을 찾으러 가보렴. 어디로 가야할진 알고 있지?”

“네, 희망님!”


포레는 달쿠미와 함께 희망제작소를 향해 걸어갑니다. 얼마 걷지 않아 곧 희망 제작소에 도착해요.


“포레구나! 이번엔 친구를 데려왔네!”


희망제작소의 호퍼가 포레를 반깁니다.


“네. 제 친구 달쿠미에요. 달쿠미야, 호퍼님은 내게 도넛을 선물해주신 분이야. 호퍼님이 너의 희망을 찾아주실 거야! 호퍼님,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물론이고말고! 음.. 달쿠미는 목이 아프구나... 목이 아픈 친구들은 벌써 이곳에도 많지. 인간들이 어찌나 목줄을 세 개 묶어놓는지.... 묶어놓기만 하면 다행이게! 묶어놓고 그대로 방치해 몸이 자라버리면 목줄이 목을 파고들어 상처를 입게 된단다. 그동안 내가 목이 아픈 강아지들에게 선물한 디저트로 산을 만들고도 남을 거야! 허허.”


호퍼가 진짜라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하다 호탕하게 웃어 보입니다. 그런 모습에 달쿠미도 긴장을 풀고 함께 웃음을 지어 보여요.


“달쿠미야, 너도 포레처럼 도넛을 껴보겠니?”


호퍼가 초콜릿으로 뒤덮인 도넛을 가져와 달쿠미의 목에 껴보려 합니다. 하지만 도넛이 너무 작아 맞지 않아요.


“아이고, 이건 안 되겠구나. 그럼 이건 어떨까?”


행성2 4.JPG


이번엔 호퍼가 달쿠미에게 식빵을 내밀며 말합니다. 달쿠미는 식빵을 목에 껴 봐요.


“아! 너무 폭신하고 좋아요!”


달쿠미는 갑자기 모든 것이 포근한 식빵처럼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목에서 느껴지던 아픔도 사라졌어요!


“달콤한 토핑이 있으면 더 좋겠는걸?”


호퍼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식빵은 무엇이든 바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지. 이곳을 나가 쭉 가다보면 쨈강이 보일거야. 거기서 원하는 쨈을 골라 바르도록 해. 더 기분이 좋아질거다.”


포레와 달쿠미는 호퍼의 말대로 쨈강으로 향합니다. 쨈강에 도착하니 딸기쨈, 블루베리 쨈, 망고 쨈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쨈들이 여기저기서 예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어요.


달쿠미는 블루베리쨈이 좋은가봅니다. 달쿠미가 쨈을 바르는 동안 포레는 주변을 둘러보아요. 쨈이 흐르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전에 왔을 땐 꿀벌 옷을 입은 인간과 고래밥,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 와 같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그때 등 뒤로 슉!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포레가 주변을 둘러보아요.


슉!


포레가 놀라 이리저리 몸을 돌립니다. 혹시 못된 주인이 이곳까지 쫓아온 걸까요? 갑자기 잔뜩 겁먹은 포레가 꼬리를 잔뜩 말고는 용기를 내어 소리가 난 쪽으로 가봅니다.


“웅얼 웅얼 웅얼-”


엇 뭘까요? 무언가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포레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맞지? 분명 돌아온 게 맞다니까!”

“같은 개 맞아? 인간 세상에 돌아가서 다시 돌아왔다는 게 말이 되?”

“기다려봐, 내가 다시 슬쩍 보고 올게.”


거대한 바나나 나무 뒤에 숨어있던 꿀벌인간이 나오려는 순간 다가온 포레와 정면으로 마주칩니다.


“꺅!”


꿀벌인간이 짧은 비명소리를 내곤 깜짝 놀라 다시 나무 뒤로 몸을 숨깁니다. 꿀벌인간을 본 포레는 긴장을 풀고 나무에 바짝 다가가요.


“거기서 뭐 하세요?”


포레가 묻자 곧이어 나무 뒤에서 꿀벌인간, 포크, 그리고 마쉬멜로우 몸을 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들켰네, 하하. 너가 정말 다시 돌아 온건 지 확인해본거야.”


꿀벌인간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으며 웃어 보입니다.


“주신 꿀단지 덕분에 친구를 구해올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오, 그래! 나의 꿀단지가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이야. 네 친구도 희망을 찾았니?”

“네! 달쿠미야 이쪽으로 와봐, 친구들을 소개해줄게!”


아직도 정성스레 식빵에 쨈을 바르고 있던 달쿠미가 그들에게 다가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달쿠미에요.”

“안녕, 나는 꿀 강을 책임지고 있는 허니야.”

“나는 마쉬멜로우 나무를 만드는 마쉬라고 해.”

“안녕, 나는 희망행성의 지킴이 포크야.”


모두 인사를 나누자 허니가 포레에게 의아한 듯 묻습니다.


“그런데 꿀단지 사용법은 어떻게 알았니? 그러고 보니 내가 주기만 했지 어떻게 쓰는지는 알려주지 못했는데.”

“아- 그건 말이죠..”


포레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몸 이곳저곳을 살펴봅니다.


“왜 그래?”

“그게.. 제 속에서 무언가 제게 계속 알려주었거든요!? 분명 이쪽- 어디에서 들려왔는데..”


그때 포크가 갑자기 포레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해요.


“요- 이 녀석 너 또!”

“네? 저요??”


포크가 흥분해 손가락질 하며 말하자 포레는 좌우간 영문을 알 수 없어 당황합니다. 달쿠미도 덩달아 다시 긴장해 포레의 팔을 꽉 잡아요.


“너- 너 이놈 또 내려갔다 왔구나! 이번엔 못 봐준다! 내 희망님께 알리겠어!”


포크가 위협적으로 포레에게 다가오자 포레가 놀라 뒤로 넘어집니다. 그때 포레의 옷 속에서 무언가가 슉- 하니 튀어나와요.


“아이 참 –포크아저씨도! 무사히 다녀왔으면 반갑다 인사를 해줘야지! 그리고 저 달쿠미 친구를 구하는데 내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구!”


세상에, 고래밥이 언제 포레 옷 속에 들어갔던거죠?


“너 언제부터 내 옷 속에 있었니?”

“너가 친구를 구하러 내려간다 길래, 나도 심심해서 잠깐 숨어서 같이 다녀올까 했지! 그런데 너가 정말로 그런 무서운 곳에 갈 줄은 몰랐지 뭐야!“


당당한 고래밥의 태도에 모두가 어이없단 표정이 되어요.


“난 네가 잠시 둘러보다 다시 여기로 올 줄 알았거든. 너 진짜로 죽을 뻔 한건 아니? 네가 죽으면 난 여기 다시 올라 올 수 없다구! 그래서 네게 꿀단지 사용법을 알려준거야. 넌 열기구를 부르는 주문도 몰랐잖아? 내가 없었으면, 넌 아직 여기가 아니라 저기 있었을거야.”


고래밥이 짧은 지느러미로 땅 아래쪽을 가리키며 우렁찬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 모습을 보던 포크가 격양된 목소리로 말해요.


“얘는 상습범이야. 지난번에도 가족을 구하러 가야한다는 개를 몰래 따라갔다가 그 친구가 다시 주인에게 잡히는 바람에 못 돌아올 뻔 했거든. 희망님께서 나서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고래밥 과자가 되어 인간의 발에 밟히거나 먹혔을 텐데, 희망님은 자비로우시기도 하지-”


얘기를 들은 고래밥이 포크를 향해 끙! 하더니 머리 위에서 물줄기를 뿜어내요.


“아이 차가워! 고래밥, 그만두지 못해!”

“쳇! 흥이다, 끙!”


다시 한 번 물줄기를 맞은 포크가 얼굴을 닦으며 말합니다.


“고래밥 네 녀석 또 한 번 더 지구에 갔다가 걸리는 날엔 내가 너를 찍어 지구로 보내주겠어! 아무도 몰래 말이지!”


허니가 둘을 말려보지만 둘은 여전히 씩씩거려요. 포크도 고래밥이 걱정되어 그러는 것 같아요. 포레는 어쨌든 고래밥이 고맙습니다.


“그런데 혹시 다시 돌아왔다는 그 개는 가족을 구해왔나요?"


포레의 질문에 포크와 꿀벌, 마쉬가 서로를 바라봐요. 마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돌아갔을 땐 이미 가족은 모두 도살장에 팔려간 뒤였어. 개장수 집에 있었거든. 주인이 철장을 열어두고 가는 바람에 아빠만 먼저 도망쳤는데 도망치자마자 차에 치였다지 뭐야. 그렇게 희망님한테 구조 되서 여기로 오게 된 건데, 이 작자가 글쎄 너처럼 다시 가족을 구하러 지구로 가야 한다는 거야. 우린 꼭 가야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보내주고 있어. 안 그럼 다시 돌아오기 영 힘들거든. 괜히 갔다가 다시 잡히면 주인은 더 보안을 철통같이 할테니까.”


주인이란 말에 달쿠미가 다시 포레의 팔을 꼭 잡습니다.


“희망님께 가족을 구해달라고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나요..?”


포레가 묻자 이번엔 포크가 말합니다.


“잘 들어, 친구. 지구는 지구만의 체계를 갖고 돌아가. 가족들이 도살장에 팔린 건 지구에 여전히 개를 먹는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고, 그 문화가 잔재하는 한 희망님도 어찌 할 도리가 없어. 우린 주인이 버리거나 오래 떠돌아 여기에 온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경우에만 도울 수 있지. 우리가 너무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 우리의 정체가 발각될 수 있거든. 그렇게 되면 이 행성은 사라지고 말거야.”


포크의 말이 맞다는 듯 허니와 마쉬가 고개를 끄덕여요.


“그리고 구조되어 이곳에 온 이후에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미처 매듭 짓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딱 한번만 주어지지. 넌!”


마쉬가 갑자기 포레의 눈앞에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말합니다.


“넌 그 한번뿐인 기회를 잘 잡아 성공한거고. 뭐,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하나..”


마쉬가 이리저리 공중헤엄 치며 다니던 고래밥을 보며 말끝을 흐립니다. 고래밥은 정신없이 혼자 놀이에 빠져 마쉬의 말을 듣지 못했어요.“


“사실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하거든.”


허니가 말합니다.


“모두가 성공하지 못했지.”


이번엔 포크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정정하듯 말하자 마쉬와 허니가 고개를 끄덕여요.


“희망님도 아마 많이 놀라셨을거야. 너가 정말로 친구를 데려왔으니.”

“고래밥이 도와줘서 구할 수 있었어요.”

“그래, 고래밥은 원래 자꾸 지구에 내려가면 안 되지만.. 어쨌든 도움이 되었으니 천만 다행이다.”


포크가 여전히 고래밥에게 눈총을 보내며 그래도 인정한다는 듯 말합니다.


“그럼 이제 저희는 뭘 하면 될까요?”


포레가 모두에게 물어요.


“너희? 이제 남은 생을 편히 이곳에서 보내면 되. 이곳엔 너희처럼 구조되어 온 친구들이 많이 있어. 난 교대시간이 되어서 가봐야 하니까 허니 너가 이 친구들을 안내해줘. 반가웠다, 달쿠미야! 난 이만-”


떠나는 포크를 보며 허니가 다소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포레와 달쿠미에게 말합니다.


“어쩌지..? 나도 꿀을 만들러 가봐야하는데..”


허니가 마쉬를 보며 말하자 마쉬도 바쁘다는 제스쳐를 취하며 말해요.


“나도 마시멜로우를 따러 가봐야 해. 요즘같이 해가 좋은 날에는 다 자란 마시멜로우를 빨리 따지 않으면 금방 눅눅해져버린다니까.”


모두의 시선은 이제 여전히 공중헤엄을 치며 혼자 놀이에 빠져있는 고래밥에게 향합니다.


“고래밥, 네가 이 친구들에게 행성을 좀 소개시켜줄 수 있겠니?”


허니가 고래밥에게 묻자 마쉬가 대신 답합니다.


“안될 소리! 쟤는 무리로 어서 돌아가야지.”


그때 놀이를 멈추고 다가온 고래밥이 말합니다.


“무슨 소리! 걔네들은 다 멍청해서 같이 놀아도 재미가 없어. 내가 둘에게 행성을 소개해줄게! 포레, 달쿠미! 가자!”


고래밥은 다른 친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또 딴 길로 샌다거나 하면 안 된다! 너희 엄마아빠에게 이를거니까 명심해!”


마쉬가 고래밥에게 당부하며 자리를 떠납니다. 곧 이어 허니도 모두에게 활짝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나요. 고래밥은 흥- 하며 물 분수를 찍 내더니 그들이 떠난 곳과 반대편으로 헤엄쳐 나갑니다.


“뭐해? 가자!”


달쿠미와 포레는 고래밥을 따라 나섭니다.


고래밥을 따라 가는 길은 아름답고 예쁘고 달콤합니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다니, 포레는 이제야 정말 희망행성에 와있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삶은 이곳에서는 영원히 잊을 수 있을 것 만 같아요.


앞으로의 삶은 계속 저 찬란한 무지개떡 다리처럼 예쁘고 아름답겠죠?



(+ 희망님은 527의 이름을 지어줄 때 옷에 묻어있던 꿀을 보고는 '달쿠미'란 이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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