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고양이와 사진 찍기 (1)
작년,
브런치 첫 글로 반려동물과 사진 찍기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가 생각난다.
이제 곧 해외로 떠나기 때문에 한국의 반려동물과 촬영할 기회는 조만간 없을 것 같아
나처럼 반려동물 촬영을 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별것 아니지만 나의 소소한 노하우를 전하려 한다.
내 인생 첫 동물친구였던 반려견 아롱이를 떠나보낸 뒤
아롱이와 함께 사진을 많이 남겨놓지 못한 것이 큰 후회가 되었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반려묘 모모와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고양이와 사진 찍기란 참 쉽지 않아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봐야 그나마 건질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사실 고양이마다 모두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고양이에게 적용되는 딱 이거다! 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나도 모모뿐 만 아니라 수많은 반려묘들과 촬영을 해보았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딱히 순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거나 섹션별로 나누어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신 내가 그동안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 들을 편하게 이야기할 테니 개떡 같은 글도 찰떡같이 잘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고양이와의 촬영에 앞서 내가 항상 하는 일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이다.
일단 본인이 키우는 반려묘이든, 다른 사람의 반려묘이든
촬영에 앞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를 파악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시간은 반려묘의 성격에 따라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의외로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도 있다.
쪼꼬는 내가 그동안 촬영했던 고양이들 중 가장 그 시간이 짧게 걸렸던 고양이인데,
아직도 쪼꼬는 나에게 고마우면서도 떠올리면 "걘 진짜 고양이 같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친구다.
일반적으로 고양이 촬영은 실내보다 야외에서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에 노출되기 때문에 일단 고양이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게 되는데, 쪼꼬같은 경우엔 내가 지켜보려 자리를 잡는 순간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던 첫 번째 고양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촬영 내내 자동차나 자전거 소리에 반짝 놀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가장 협조적으로 촬영에 임해 준 아주 엄청난 고양이였다. 그래서인지 이날 촬영한 사진들은 나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초창기 사진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꼽는 나만의 베스트 사진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럼, 왜 쪼꼬는 이렇게 촬영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던 걸까?
내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아마도 주인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라는 것이다. 쪼꼬와 주인 달리아는 종종 집 앞 산책을 다닌다. 다시 말해 쪼꼬는 밖이 전혀 두렵지 않은 외출 냥이인데, 특히 촬영 장소가 집 근처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이 이해가 가게 된다. 아마 외출이 잦지 않은 다른 고양이였더라면 어디든 구석진 곳을 찾아 도망 다니기 바빠 촬영은커녕 자칫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쪼꼬의 대범한 성격에도 한몫을 했을 것 같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더구나 촬영이 처음인 쪼꼬에게 나와 지켜보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는 쪼꼬 본인의 성격이 전혀 고양이 같지 않고 친근했기 때문이었다. 참 이상하고도 고마운 친구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쪼꼬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다.
보통은 실내가 되었건 야외가 되었건 모든 고양이들에게 지켜보기의 시간은 필수적이다.
지켜보기를 하는 동안 가만히 있지 말고 얘기도 걸어보고, 눈인사도 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가 오늘 너와 종일 함께 할 테니 잘 지내보자는 첫인사를 아주 예의 있고 조심스레 건네는 것이 지켜보기의 마음가짐이다.
글이 길어짐에도 내가 계속해서 지켜보기를 강조하는 것은 시작 단계인 지켜보기를 소홀히 한다면 그 이후의 촬영은 고양이와 주인은 물론, 촬영자에게도 고된 시간이 될 것임이 물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촬영에 있어서 지켜보기는 여러분의 촬영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아주 조심히 잘 꿰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서로가 눈에 익었다면, 혹은 지켜본 후 판단하기에 본인의 고양이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인다면
촬영을 시작해도 괜찮다. 만약 위 사진의 나처럼 집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라면 촬영 준비물은 간단하다.
카메라, 간식 끝.
이때 간식은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첫째. 촬영 시 카메라에 올려놓아 시선을 자연스럽게 카메라로 유도한 뒤 찰칵.
둘째. 긴 촬영 시간이 아닌 단 5분의 촬영이라도 고양이는 심술이 나있다. 간식으로 기분을 풀어주며 찰칵.
이때 촬영 셔터는 어떻게 누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사는 가족에게 부탁하는 것이고, 혹시 나처럼 형제도 셔터를 눌러달라 부를 친구도 뭐도 없다면 애초에 타이머가 되는, 혹은 연사가 가능한 사진기를 준비하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나는 매번 DSLR을 사용하지만, 나처럼 전공으로 할게 아니라면 요즈음은 핸드폰도 연속 촬영 기능이 있으니 굳이 비싼 카메라를 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약 촬영이 어느 정도 쉬워졌다 생각이 되면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촬영해보는 것 또한 추천한다. 나 같은 경우엔 이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촬영 전에 미리 스케치를 하고, 소품 배치를 생각한 뒤 촬영을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집에서 촬영하는 경우엔 집에 각종 귀여운 장난감들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이용해도 좋으며, 혹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다면 소품은 이미 다 구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미리 사이트에서 어떤 소품이 있는지 확인한 후 괜찮은 소품은 충분히 이용해 보길 바란다. 예상치 못한 귀여운 콘셉트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소품을 사용할 때에는 지켜보기가 끝난 후 소품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품이 세팅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지켜보기 시간을 갖고 자연스럽게 프레임 안으로 유도하는 것이 최상이다.
나는 이 방법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서 소품 준비를 하는 동안 옆에 대기하던 고양이가 숨어버려서 긴긴 시간을 기다렸던 적도 있었고, 지켜보기가 끝났지만 또다시 지켜보기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니 소품은 무조건 미리, 전부 세팅이 된 후 지켜보기의 시간을 갖고 촬영하길 바란다.
아마 소품을 이용해 촬영하려면 혼자만으론 벅차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촬영할 준비가 되면 소품이 말썽이고, 소품이 잘 세팅되어 있다면 고양이가 마구 움직일 것이다. 이 둘 모두를 잘 촬영하려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 또한 이러한 촬영들은 모두 조력자와 함께하는데, 이때 조력자는 고양이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가족이 가장 최고의 조력자이긴 하지만, 내 고양이와 인사를 나눠본 적이 있는 친구 정도여도 아주 무난할 것이다. 아예 안면식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글쎄. 고양이는 그 사람의 눈을 피해 도망 치바 빠 촬영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미리 고양이의 성격을 잘 따져서 조력자를 구하길 바란다.
1편. 고양이와 사진 찍기 (1)의 내용은 여기까지이다.
갑자기 쓰다 만 것 같이 끝나버린 이유는
다음 2편의 내용에서도 고양이와 사진 찍기 내용을 이어 쓰기 위함이다.
아직 고양이 촬영에 관해할 얘기가 많이 남아있다 :)
그다음에는 강아지 촬영 이야기를 하려 한다.
글이 이렇게 까지 길어질 줄 몰랐는데,,,
내 브런치 글 중 최장이 아닌가...!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
다음 편에서 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