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고양이와 사진 찍기 (2)
지난 편에 이은 이번 고양이와 사진 찍기(2) 편.
지난 편의 내용을 복습하자면
고양이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지켜보기.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촬영을 하고자 한다면 소품은 지켜보기 전에 미리 세팅을 해 놓기.
위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지난 편 보기 > https://brunch.co.kr/@moripark/33
오늘은 그다음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지난번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친절히 1번 2번 하면서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떡 찰떡! 이번에도 찰떡같이 읽어주시길.
반려동물 촬영을 할 때는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까지 촬영이 이어진다.
그 긴긴 시간 동안에는 촬영을 하는 나도, 촬영을 당하는 반려동물과 주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켜보기가 끝난 뒤 촬영이 술술 풀릴 거라 예상한다면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고개를 저어 드리겠다.
사실 나도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었다. 언제 어떻게 행동할지 모를 동물들을 촬영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아는 사진작가분이 그랬다. 가장 힘든 촬영 셋 중 하나는 동물 촬영이고 나머지 둘 중 하나는 여배우라고..) 특히나 고양이 촬영은 고양이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까지가 매우 짧기 때문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조심히 촬영을 진행해야 한다. 촬영 시 가장 피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꼽자면 아래와 같다.
필요 이상으로 고양이를 만지지 말 것.
카메라를 자주 코앞까지 들이대지 말 것.
찍고 싶은 포즈가 있더라도 무리해서 강행하지 말 것.
반면 내가 가장 강조하는 팁은 아래와 같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촬영할 것.
잘 안다. 이딴 당연하면서도 애매한 팁을 얻으려 긴 글을 읽자니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1편과 2편, 그리고 앞으로 써나 갈 글의 핵심 요지임을 어쩌겠는가! 지금 나의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 전문 모델이 대다수를 차지할 확률은 극히 낮다. 아니, 혹시 모델이 자신의 고양이와 촬영을 하기 위해 내 글을 읽고 있다고 해도 별반 다를 것은 없다. 촬영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이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메라를 들기 전에 잠시 생각을 해 보길 바란다. 나도 촬영이 참 어색한데, 내 고양이는 어떻게 느낄까?
새까맣고 딱딱한 카메라는 고양이들에겐 아주 이상한 존재이다. 게다가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나를 쫓아다니며 요상한 찰칵찰칵 소리를 낸다면 그 존재는 곧 아주 귀찮은 존재로 변모하게 된다. 여러분의 고양이가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 순간 안타깝지만 쉬운 촬영은 물 건너갔다. 앞으로 고양이는 카메라를 들기만 해도 고개를 돌려버릴 것이고 가까이 다가갈라 치면 앵글 밖으로 도망치듯 사라져 버릴 것이다. 마치 나의 세 번째 촬영처럼 말이다.
시오와는 아주 더운 날 테라스가 딸린 카페에서 만났다.
나이가 조금 있는 냥이인지라 아주 쉬엄쉬엄 촬영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말했듯이 고작 세 번째 촬영이었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따지기에 나는 너무나 아무것도 몰랐다. 내리쬐는 땡볕 아래에서 시오와 시오의 주인인 옥 작가님, 그리고 나는 더운 숨을 몰아가며 힘겹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참 막무가내였다. 아주 루즈하게 촬영을 해도 뽑을 건 다 뽑아내는 지금과는 달리 그 당시엔 과한 열정 탓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촬영을 하려고 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어찌나 열성적이셨는지. 아직까지도 옥 작가님과 시오에겐 참 미안한 일이다.
사진 속 꽃잎을 얹고 수정구 같은 맑은 눈을 하고 있는 시오를 사람들은 그저 예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저 사진은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드는 사진이다. 사진에 담긴 저 눈이 사실은
지금 뭐함?
저리 가
짜증 나
너 아직도 거기 있니
등등
아직도 시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미안했다 시오!)
반면 위 사진 속 고양이 종철이의 (부를수록 구수한 이름이다.) 눈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게 뭐지?
종철이는 까맣고 동그란 물체가 초점을 잡으려 윙윙 돌아가는 게 이상하고 궁금하다. 이 사진은 내가 촬영 초반에 별생각 없이 찍은 것으로 애초에 눈을 찍으려 했다거나, 종철이를 정면으로 찍을 의도는 없었다. 그저 종철이의 주인인 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다 얻어걸린 사진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물 흐르듯 촬영하기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그저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며 커피도 한잔 해가며 촬영을 위한 촬영을 하지 않는 것.
언제든 고양이가 귀찮은 기색을 비치면 즉각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촬영할 것.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자연스러운 반려동물들의 모습을 담는 일이 꽤나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촬영을 시작할 때 "뭐,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묻는 모델분들께 하는 말은
"그냥 고양이랑 편하게 놀면 돼요. 촬영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물론 나에게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 아직까지 쉽지는 않다.
매 촬영마다 언제 잠에서 깨어나 울지 모르는 애기와 함께 촬영하는 것과 같은 긴장감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고양이 촬영 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 촬영은 나를 굉장히 배려심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며 나는 그런 나를 바라보는 일을 하나의 재미로 느낀 지 오래되었다.
두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오늘의 글도 역시 예상보다 길어져 한 가지 팁만을 전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는
나의 모든 글을 대변하기에 정말 중요하다. 다음 편에서도 역시 고양이 촬영 얘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떠나기 전에 강아지 얘기를 할 수 있으려나;
ps. 지난 편이 카톡 채널에 선정되면서 조회수가 급격히 늘었다.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선정 감사합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