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내려놓는 연습

by 아침사령관


금요일 회사 송년회가 있어 참석했다. 약 100명 정도가 모인 자리였고,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회식이었다. 프로그램 개발 회사답게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과 나의 나이를 비교해 보니, 나는 이미 한참 어르신 축에 속해 있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젊은 혈기로 회식 자리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1차가 끝나면 2차, 3차까지 이어지며 회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던 멤버였다. 회식 문화를 좋아했고, 회사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시간에 진심이었다. 회사 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회식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을 쌓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단체 회식에 참석하니 분위기는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 역시 이제는 최고참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고, 젊은 친구들과는 분명한 간극이 느껴졌다. 어색하게 자리를 지키다 1차가 끝나기 전,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웃고 떠들며 시끌벅적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후배들을 바라보며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이제는 그들을 위해 조용히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예의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가 어렸던 시절, 회식 자리에서 일찍 자리를 뜨시던 선배님들이 있었다. 그때는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보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끼어야 할 자리와 끼지 말아야 할 자리,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이 어른의 덕목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욕을 먹는 경우는 대부분 자리를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있어야 할 곳과 있지 말아야 할 곳을 잘 선택할 줄 알아야 멋진 어른이 된다. 어제의 회식 자리에서 나는 일찍 자리를 뜨는 것이 맞았다. 한 번도 회식 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떠난 적이 없었기에, 그날의 선택은 나에게도 낯설었다. 조금은 쓸쓸했다. 웃음소리를 뒤로한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나는 내 모습에서 아쉬움도, 세월의 야속함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순리다.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어제의 경험을 통해 나는 내 나이를 직시했고, 나의 위치 또한 분명히 알게 되었다.



각자의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다. 이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그들과는 다른 길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모험가의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역할과 새로운 위치, 그것이 지금의 내가 찾아야 할 모습이다. 젊은 세대가 할 수 없는 일도 분명히 존재한다. 신중년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 후반전의 숙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해진 길을 따라 걸었던 전반전을 지나, 정해지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서는 후반전의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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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여전히 청춘이지만, 나는 조금씩 중년을 준비한다. 청춘의 마음을 놓아주고 중년을 받아들인다. 가슴속 뜨거운 열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조용히 갈무리하며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끝까지 지금처럼 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짧은 쉼 이후에는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 리셋 버튼을 눌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추억 속에 간직한 채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가득 찬 인생을 하나씩 비워 내고, 다른 인생으로 채워 가는 과정.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다. 조금씩 나를 새롭게 세팅하며,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 또한 반짝이는 인생으로 살아가고 싶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변화할 수 있고,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멋진 중년을 하나씩 준비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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