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8시 20분. 평소 같았으면 아내는 출근 준비로, 아들은 등교 준비로 분주해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아들만 밥을 다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내는 아직 잠옷 차림으로 식탁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출근 안 해?”
“오늘 연차야. 자기는 왜 출근 안 해?”
“엇! 나도 오늘 연차인데.”
우리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참을 웃었다. 크리스마스에 친척 지인이 집에 찾아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늦게 돌아가는 바람에 연차에 대해 미처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나는 다음 날 아내만 출근하고 나 혼자 집에서 쉬겠거니 생각하며 잠이 들었던 것이다.
왜 우리는 미리 말하지 않았을까?
나의 경우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하루의 쉼을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독서에 집중하려는 계획 정도였다. 반면 아내에게는 분명한 일정이 있었다. 오전에는 동네에서 아는 언니네 집에 가 집 구경을 하고, 오후에는 가까운 친구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무계획인 나와 달리 아내는 계획이 있었다.
요즘 우리 부부는 각자 또는 함께 행동한다. 결혼 15년 차가 되면서 각자의 취미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아내는 최근 중국 배우 류우녕의 열성 팬이 되어 지난주에는 중국에서 열린 콘서트에 다녀왔다. 중국어 학원에 다니며 중국어 공부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영웅을 좋아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이제는 십분 이해된다.
처음에는 연예인, 그것도 중국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내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은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취미나 좋아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낼 출구(EXIT)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좋아하지 말라고 말리기보다는 응원하고 격려하는 편이 훨씬 낫다.
나는 최근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나가고 있다. 2년 동안 온라인으로만 이웃들과 소통해 왔는데, 이제는 직접 만나 관계를 맺고 나의 정체성도 확인하며 이웃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온라인 소통도 물론 좋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또 다른 신선한 자극을 준다.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우며 ‘글이 삶이 되는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나 역시 그런 인생을 꿈꾼다.
‘내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곧 나’라는 말처럼, 주변 환경을 새롭게 세팅하며 새로운 사람들로 나의 평균을 바꾸고 있다. 매일 술을 마시며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나누던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 지금은 분명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고 느낀다.
우리 부부의 최근 변화는 어쩌면 삶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맞벌이 부부로 일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부족했다. 나는 나의 일로, 아내는 아내의 일로 바빠 서로를 지켜볼 틈조차 없었다.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각자에게 삶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고, 아내는 중국 배우를 좋아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조금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연차도 서로 공유하지 않나? 이 부부, 부부 맞아?’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각자 바쁘다 보면 말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도 생긴다. 그렇다고 그 이유로 서로에게 화를 내지는 않는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뿐이다. 몰래 연차를 써서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오해를 살 만한 일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부부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존재다. 서로 협력하되,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
따로 또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면, 부부는 더 멋진 인생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 아침의 작은 성공이 모여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만듭니다
# 아침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