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안탈리아 뮤지엄, 올드 빌리지
거대한 신들의 모임에 다녀온 듯했다. 감히 신들을 구경하다니...
안탈리아 박물관은 신들이 이야기를 건네는 곳이었다.
오스만 가옥을 활용한 박물관도 그렇고 호텔로 카페도 마켓도 모두 그렇다.
오래된 돌이 그대로 인테리어가 되었다.
안탈리아 교통카드 구입 실패
뮤지엄은 우리가 묵고 있는 올드타운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트램을 타 볼까 했다. 교통카드 구입하는 기계 앞에서 1회권을 구입하려니 잘 되지 않았다. 옆에서 터키인 아저씨가 도와주겠다면서 50리라를 불쑥 넣고, 교통카드를 빼줬다. 우리는 그저 1회권만 원했는데 다회권이 발행되고 말았다. 영어가 잘 안 통하는 상황이었다. 지나가는 터키 여자 분하고 구글 통역으로 대화 끝에 내린 결론. 코로나 시국이라 1회권 구입이 어렵단다. 코로나 이전에는 50리라 다회권으로 두 사람의 트램 사용료를 지불해도 상관없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반드시 한 사람당 하나의 카드를 구입해서 HES코드를 등록해야 한다고. 오직 한 번만 타고 말 트램 교통카드를 50리라를 주고 또 하나 구입해서 코드 등록하는 것은 너무나 번거롭고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트램 타보는 경험은 이스탄불에서 하기로 하고, 50리라는 엔젤쉐어한 셈 치고, 그냥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안탈리아는 고대도시가 발달했던 지역이다. 우리는 안탈리라에 도착하기 전 벌써 시데, 아스펜도스 그리고 페르게를 거쳐오지 않았나? 뮤지엄에는 이 모든 고대도시들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그득했다.
입구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코너. 전시관 처음은 구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유물들이다. 기원전 10,000년 전부터 시작되는 유물들이었다. 이후, 기원후 5세기경 로마시대로 넘어간다. 당시 향유 혹은 오일을 담았던 병들도 아름답고, 그림들도 매우 세밀하다. 양 쪽에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동이들도 섬세하고, 헬레니즘 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메가리안 타입의 볼은 매우 특별한 기술이었던 것 같다. 그릇의 아랫면에 여러 디자인이 주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변기로 사용된 양 손잡이가 달린 도자기도 독특했다. 군사용 혹은 여행용 물병도 디자인이 좋았다. 고대도시 리마이라, 페르게, 아리칸다, 크산토스 등의 소개와 그 시대의 유물들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페르게에서 출토된 대리석 동상들이 다수 전시된 방이다.
유난히 눈길을 끈 동상은 춤추는 여성상이었다. 치마를 흩날리며 우아하게 춤추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로마시대 때 이렇게 즐겁게 춤추는 사람들이 살았다....
전시관에는 아프로디테, 사냥하는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라, 제우스, 헤르메스, 이시스, 하르포크라테스, 아폴론, 헬리오스, 헤카테 등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총출동된 듯했다.
책에서만 보던, 그림으로만 보던 그리스에 나오는 거대한 신들의 모임에 다녀온 듯했다. 감히 신들을 구경하다니... 안탈리아 박물관은 신들이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곳이었다.
원형극장에서 어떤 대리석상이 출토되었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준 것이 압권이었다. 원형극장 앞의 무대는 그저 썰렁하기만 했는데, 실제의 모습은 위엄 있고 화려했다는 것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위층에는 신들이 그리고 아래층에는 인간상들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신들이 전시실을 가득 메웠다. 이미 페르게 원형극장을 보고 온 터라, 원형극장 정면에 이 신들이 함께 있었을 거란 상상을 하니,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든다. 원형극장 무대 위층 가운데는 디오니소스가 그리고 양 옆으로 헤르메스, 헤라클레스, 마르시아스, 아리아드네, 티쉐, 헤라 신이 그리고 아래층에는 알렉산더, 황제들의 석상들이 배치되었다.
옆 전시실에는 석관들이 즐비했다. 석관에도 특징이 있어서, 보통은 메두사 머리가 보이는데 황제나 고관 귀족들의 석관에는 좀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들을 담고 있었다.
박물관 2층에는 고대도시 '파타라'에서 태어나 '미라'에서 돌아가신 '성 니콜라스'의 유해가 전시되어 있었다.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이 성 니콜라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옆에는 이콘(icons)이라 명명되는 그림들이 걸려있는데, 사람들에게 종교를 가르치고, 정통 기독교 종교의 의식에서 예배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만든 그림이라고 한다. 이 그림들은 예수의 일생, 선행, 예수와 12명의 제자 그리고 사도 요한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었다. 안탈리아 지방에 이런 이콘들이 가득했다는 것은 이 지역에 그리스도 정교회 교인이 많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박물관을 나와 다시 올드 빌리지를 산책한다. 햇볕이 비추지만 여전히 알싸한 날이다. 해를 정면으로 받는 벤치가 있는 작은 마켓 겸 식당에서 토스트와 석류주스를 점심으로 먹었다. 그저, 치즈와 햄이 전부인데, 워낙에 빵이 맛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맛난 토스트로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이후로 난 종종 토스트를 사 먹었다.
하드리아누스 문은 올드시티와 뉴시티를 나눈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 잠시 하드리아누스 문 밖으로 나가서 박물관을 돌아보고, 다시 문 안으로 들어와 하루 종일 오래된 집들과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안탈리아의 옛 모습에 빠져들었고, 저녁을 먹을 무렵 다시 하드리아누스 문 밖으로 나가서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잠자러 문 안으로 들어왔다.
이블리 미나레를 가진 모스크는 돔이 여섯 개로 구성된 14세기에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작은 규모의 벽돌로만 구성된 단순미가 좋았다. 모스크를 가기 전 시계탑도 매우 고풍스러웠다. 그 옆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던 마드라사 건물이 있는데, 현재는 쇼핑몰로 사용하고 있다.
칼레이치 박물관은 오스만 전통가옥과 그리스 정교회를 개조한 박물관이라 한다. 안탈리아의 옛 모습과 전통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 이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리나 항구를 걸어보았다. 배들이 가득하고, 오래된 성벽이 곁에 있고, 바다 건너에는 올림포스산이라고 일컬어지는 높은 산이 함께 보이는 이곳은 아마도 최고로 아름답고 낭만적인 항구가 아닐까 추측한다. 관광객들에게 배를 타라고 모객을 하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을 기다리고, 어부는 그물을 손보고, 한쪽에서는 낚시를 하고, 추위를 조금이나마 없애줄 커피와 차이를 팔고, 데이트를 하고, 우리처럼 여행객들은 사진을 찍는 이곳 항구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안탈리아 여행을 이제 마무리하려고 한다.
안탈리아 올드타운은 우아하다. 마을 전체가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 159년에 세워진 도시라니 2천 년이 되었다. 로마시대를 거쳐 셀축 시대, 현재 안탈리아에 이르기까지 가장 아름다운 동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골목마다 집들이 참 예쁘다. 옛 돌 건축을 그대로 활용한 부티끄도 그렇고 오스만 가옥을 활용한 박물관도 그렇고 호텔도 카페도 마켓도 모두 전통건축양식을 조화롭게 끌어들여 별도의 인테리어도, 화려한 외부 장식도 필요 없었다. 모든 골목이 거의 다 아름다웠고, 우리 숙소도 그 안에 있다.
칼레이치 마을은 올드 빌리지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하는데, 우리 숙소 이름이 칼레이치 호텔이다.
2022년 1월 26일, 안탈리아 올드 빌리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