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같은 이슬람문자예술

#18 부르사

by 아샘
모스크내부를 장식한 이슬람문자예술은 직접적인 표현의 그림보다 좀 더 고차원적으로 보인다. 현대미술의 상징과 파격을 닮았다.






부르사의 아침


톱하네 시계탑을 찾아나섰다. 어젯밤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던 높은 부르사타운성벽 속에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탑이 보인다. 6개의 단으로 나뉜 시계탑 꼭대기는 화재감시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탑이 있는 공원에서 부르사 시내 전망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튀르키예는 주요 도시마다 도시명이 있는 포토존이 있는데, 부르사 싸인 포토존은 유난히 예쁜 것 같다.

공원에는 1326년 오스만제국의 건국자이며 1대 술탄인 오스만 가지의 무덤 건물이 보였다. 건물 안에는 그의 가족들 무덤까지 한꺼번에 놓여 있었고, 아침이라 경전 읇는 소리와 함께 기도하는 분도 계셨다. 또 입구에는 두 명의 경비대가 서 있었다. 들어갈 때는 밀랍인형같았는데, 방문 후 창틈으로 보니 움직인다. 앗, 살아있는 경비대원이었네.

근처에는 오스만가지의 아들, 오르한 가지의 무덤건물도 있다. 이 건물은 교회건물에 지었다고 되어 있고, 바닥의 14세기 타일 모자이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도 무덤이 많지 않은가? 왕들의 무덤이. 우리나라에 비하면 이 곳의 무덤은 소박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작은 건물안에 관이 놓여 있는 것이 전부니까. 다만, 오스만제국의 관들은 좀 독특해서 네모난 관 앞에 터번모양의 기둥(?)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의 머리 같았다. 유명한 분일 수록 터번모양의 기둥은 좀 더 화려하고 컸다.


이 곳 톱하네 시계탑 공원은 유네스코 유산이기도 했다. 성벽 안은 올드시티. 오스만풍의 집들과 골목길을 걷다보니 작은 모스크가 나와서 살짝 들어가 보았다. 아침의 모스크는 늘 청소하시는 분이 계신다. 다 둘러보고 나오는 데 음료수와 과자를 하나씩 준다. 종교는 원래 이렇게 베푸는 곳이었다. 한 바퀴 돌고 일명,'술탄게이트'로 걸어나왔다. 이 문은 매우 중요한 문이었다고 한다. 부르사를 들르는 모든 방문객들이 이 문을 통과했고, 근처에 생선마켓과 허브마켓이 있어, 피쉬게이트, 민트게이트라고도 불렸다 한다. 이 게이트는 1418년에 리노베이트되었다고 하니, 참 오랜 도시이기도 하다.


부르사 성벽을 따라서 대형 카페가 있다. 성벽길을 따라 주욱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여유가 있다면 이 곳에서 차 한잔쯤 하고 싶은 곳이었다.





울루자미


여섯개의 돔으로 유명하다는 곳이다. 1399년 오스만의 술탄, 바옌지드에 의해 니코폴리스 전쟁 승리기념으로 건립되었는데, 셀주크 투르크 양식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12개의 코끼리 다리가 20개의 돔을 받치고 있는데, 멀티 돔 모스크의 훌륭한 예라고 한다. 들어가니, 정 중앙에 분수대가 있고, 그 위로 투명한 돔이 보였다. 이 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아라비안 폰트가 가득했다.



찾아보니 '쿤데카리기법'의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 기법을 사용한 예술작품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이 곳 울루자미라고 한다. 성당과 달리 모스크에서는 사람을 숭배하는 성화가 없는데, 대신 이런 폰트예술, 캘리그라피라고 불릴 수 있는 코란의 글귀를 상징하는 아라비아문자를 이용한 예술은 성화 못지 않게 화려하고 아름답다. 이런 문자예술은 직접적인 표현의 그림보다 좀 더 고차원적으로 보인다. 마치 현대미술의 상징과 파격을 닮았다. 쿤데카리란 목재를 비롯한 여러 재료 조각을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서로 맞물려서 연속적인 무늬를 만드는 기법으로, 12세기 부터 이슬람 전역에서 사용되었으며 오스만 장인들은 습기나 열에 노출되어도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는 뛰어난 기술력과 기하학적 패턴의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부르사에서 유명한 모스크여서인지, 고요하고 청소하는 분만 달랑 있는 다른 모스크와는 달랐다. 아침부터 방문객 뿐 아니라, 조용히 기도드리는 분들이 꽤 많았다. 한 쪽 면에 앉아 코란을 읽는 분들도 계셨다. 창문가에서 정면(메카)을 향해 앉아 고개 숙인 여성의 모습이 퍽이나 눈에 띄었다.

모스크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뿐만 아니라, 기도하는 구역도 다르다. 남자들은 정면에 앉을 수 있는데 여자들은 정해진 구역이 따로 있다. 뒷부분이나 측면이나 그런 곳이다. 나 같으면 종교 이전에 이러한 차별적 행위가 용납되지 않아, 알라신께 항의라도 해야 할 법한데, 구석진 자리에서도 조용히 뭔가를 향해, 뭔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차별조차도 넘어선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자르 ( 에미르한, 코자한 )


울루자미 옆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예쁜 바자르가 펼쳐져 있었다. 사각형의 안뜰이 있고, 그 위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서적을 파는 곳도 있었다. 아늑하고, 고풍스럽고, 예뻤다. 오래된 건물 같아 옆에 표지판을 보니 에미르한 이라고 적혀있다. 예전에 여관으로 쓰였다고. 운치있다. 계속 걷다보니 약간 넓은 바자르 건물이 나왔다. 상점들을 지나니 또 바자르가 펼쳐진다. 귀금속과 스카프들과 도자기들이 지천이다. 그곳은 코자한이었다.

아침이라서 차이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이를 배달하는 사람들이 가장 바쁜 듯 했다. 바자르 내 가게 옆에는 벽걸이 전화가 있는 것이 보이는 데 그것으로 차이를 주문한다고 한다. 상인들이 여관에 머물며 안뜰에서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였겠다는 상상을 해 봤다. 이렇게 아름답고 아늑한 쉼터가 있었다....그 때에....그 때에도 차이를 팔았을 것이다.






주말르크즉 마을


부르사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옛마을. 실레마을이나 쉬린제 마을처럼 부르사 대도시 주변의 작은 마을이다. 예전에는 가장 컸다고 한다. 마을은 조용하고 운치있고 눈 두는 곳마다 아름다웠다. 예쁜 집들과 예쁜골목을 구경하다가 카페에 들어가 터키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한다.

아주 허름한 집을 카페로 개조했는데, 마당이 예뻐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난로를 피워놓아 아늑했다.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아 그저 커피한잔 주문했을 뿐인데도 정성을 가득 담아 커피를 내 오셨는데, 카페 주인은 영어가 잘 되지 않음을 미안해 하는 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온화하게 웃으셨다. 벽에는 그림들로 가득했다. 그 수준도 대단했다.


큰도시에서 차로 20-30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을 둘러보는 여행은 렌터카여행의 잇점이자 여유로움이다. 코니아의 실레마을, 셀축의 쉬린제 마을 그리고 이 곳, 주말르크즉 마을 이렇게 세 곳을 돌아보았다. 그 중에서도 이 곳 주말르크즉은 수줍으면서 순진한 듯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었다. 마을에서 파는 물건들은 약간 촌스러웠다. 하지만 손때가 잔뜩 묻어 있었다. 사는 집 마당과 방 한 켠을 카페로 꾸미고, 벽에는 예쁜 그림을 장식으로 걸어놓고, 난로에서 막 끓는 주전자는 터키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부르사의 작은 마을이 왠지 가장 좋았는 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파는 물건들이 촌스러워서인지도, 사람들이 수줍어서인지도, 커피가 너무나 따뜻해서인지도 모른다. 금요일의 마을이라는 뜻의 옛마을, 주말르크즉 옛집에서의 커피한잔은 오랫동안 좋은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에스키 카플리카(Eski Kaplıca) 온천


유명한 온천이 있다고 해서, 한번 들러보았다. 우리나라 목욕탕과 비슷했다. 다만, 속옷은 입고 들어가던가, 수영복을 입던가 해야 한다. 러빙(일명 때밀이)과 맛사지도 받을 수 있다.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 대리석으로 된 큰 욕조에 물이 차 있고 주위 벽을 따라 수도가 있다. 수도 밑에 작은 개인용 대리석 항아리가 군데 군데 놓여 있고, 개인용 바가지도 동(설마 금은 아니겠지?^^)으로 만들어진 것 같이 운치가 있었다. 동양인은 혼자 밖에 없어 많이 낯설었지만, 우아한 바가지로 내 몸에 물을 뿌리면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은 한번쯤 해 볼 만한 경험이다.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상상하는 것 보다 좋다.

우리나라 목욕탕에 가는 것처럼 개인용 샴푸와 비누 등을 작은 백에 담아서 가져가면 된다. 안 가져가도 탕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비누와 샴푸가 있고, 수건도 비치되어 있다. 다만, 러빙과 맛사지를 받으려면 여자들은 비키니 수영복(원피스 수영복 말고)을 입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오후 늦게 이스탄불로 들어왔다. 튀르키예까지 비행기로 3시간도 안 걸리는 곳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짬을 내기로 한 우리 집 2호와 사비하괵첸공항에서 만났다. 내일부터는 이스탄불에서 튀르키예 여행 후반부를 즐길 예정이다.



2022년 2월 4일, 이스탄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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