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톱카프 궁, 아야 이레네
정말로 미로처럼 답답하다.
이따금씩 안뜰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골목이 나오는 데 그 속에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톱카프 궁 극치의 화려함은
바로 이 하렘 속에 숨어 있었다.
톱카프 궁전은 15세기 중순부터 19세기 중순까지 약 4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군주가 거주한 곳이라고 한다. 총면적은 70만 평(231만 제곱미터), 벽 길이만도 5km나 된다고. 본래의 규모는 오늘날의 시르케지 철도역과 귈하네 공원을 포함하면서 마르마라 해 방향의 아래쪽까지 분포했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다.
인터넷에 관련한 좋은 사진들이 있어, 이곳에 소개한다.
초기 톱카프 궁의 규모(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Istanbul.Topkapi006.jpg)
바다,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본 톱카프 궁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opkapi_Palace_Seen_From_Harem.JPG)
톱카프 궁 내부(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Istanbul.Topkapi006.jpg)
궁전은 크게 네 구역 그리고 하렘으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정원은 일반인들도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아야 이레네( 성 이레네 성당 )가 있다.
두 번째 정원은 부엌과 디완(내각) 건물, 정의의 탑이 있고, 시계와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 번째 정원은 황제와 고위 관료들만 드나들었던 곳이라 하며, 도서관과 모스크 및 개인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오스만 제국 시대의 각종 보석과 보물들과 무함메드의 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마지막 정원은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작은 정원과 바그다드 파빌리온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렘이란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는데, 여성들이 살던 곳으로 술탄의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키던 공간이기도 하다. 약 250개의 방이 있었다고 하는데, 미로처럼 생긴 곳이다.
제1정원, 아야 이레네
4세기경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지어진 이 성당은 콘스탄티노플 정복 이후 모스크로 바뀌지 않고 무기고로 사용하면서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한다. 성화 등은 없고 그저 건물만이지만 건물 자체만으로 우아함이 풍겼다. 다만, 공사 중이어서 전체를 다 조망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제2정원, 경의의 문, 부엌 궁 전시물
고급스럽고 화려한 식기류들과 부엌 그리고 차문화 등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더 많은 진귀한 물건들이 많았지만 사진이 허락되지 않았다.
제3정원, 지복의 문, 도서관
도서관은 우아했다. 책은 눕혀있고, 천정 등의 디자인은 매우 정교하며 화려했고, 사방의 벽과 창틀 디자인 모두 아름다웠다. 공간 자체에서 풍겨 나는 품격이 있었다.
제4정원, 안뜰, 바그다드 파빌리온(누각)
마지막 정원은 바다 전망이다. 안뜰과 분수대가 보였고, 크지 않은 누각이 있다. 1600년대 바그다드를 되찾은 기념으로 세웠다고 한다. 내부의 화려함과 정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렘 1, 하렘 입구, 내시들(?) 공간
작은 문을 통해 하렘으로 들어간다. 처음 나오는 공간은 주방 겸 일명 내시들 공간이라고 하는데, 여인들의 시중을 들던 사람들이 기거한 공간이다.
하렘 2, 술탄의 모후와 술탄의 공간
안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술탄과 술탄의 어머니가 기거하던 공간이 나온다. 그 내부는 으리으리하다. 침실, 응접실은 물론 목욕탕까지 온통 화려한 대리석과 금으로 장식되어 있다.
하렘 3, 안뜰
중간중간에 안뜰이 있다. 이런 안뜰이 없었다면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그저 분위기만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을 올린다. 하렘은 할 말 많지만 할 말이 나오지 않는 공간이다. 일단, 여성들을 따로 기거하게 한 그 시대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관람 시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말로 미로처럼 답답하다. 이따금씩 안뜰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골목이 나오는 데 그 속에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톱카프 궁 극치의 화려함은 바로 이 하렘 속에 숨어 있었다.
톱카피 궁이 있기 전에 이곳은 비잔틴 궁이 있던 공간이었다. 로마의 황제가 비잔틴으로 수도를 옮겼던 이유가 혹시 이곳 지중해 바다 때문은 아니었을까?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 세상의 모든 처음과 끝은 바로 이 비잔틴 근처의 바다와 육지를 지칭했을 것이다. 바다와 닿은 이 궁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심이다. 세상 모든 이들이 동경하고 사랑한 도시였을 것이다.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 사람들은 이천 년 전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바다가 너무나 가까운 도시, 2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스탄불을 돌아보며 바다를 배경으로 궁을 지었던 로마제국과 오스만 제국을 상상하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톱카프 궁을 돌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다. 우리는 늦은 오후의 태양이 가득한 술탄 아흐메드 광장 근처 벤치에서 튀르키예 샌드위치와 오렌지주스를 먹으며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스탄불에는 또 하나의 궁이 있다. 오스만이 세우고 초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라는 돌마바흐체 궁. 뮤지엄 패스로는 들어갈 수 없다. 별도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우리는 톱카프 궁으로 족했다. 그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스탄불의 영광과 그들의 삶을 넘치도록 가슴에 담았다.
2022년 2월 11일 이스탄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