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이슬람 과학기술박물관, 귈하네 공원
이슬람 학자 스스로 자신들의 학문이 우위에 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서양의 유명한 철학자의 의견을 박물관 처음 장면에 걸어둠으로써 자신들의 학문이 이미 우수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뮤지엄 패스가 있어서 정할 수 있는 일정이 있다. 바로 이슬람 과학기술 박물관 방문하기다. 덕분에 귈하네 공원도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이슬람의 과학기술은 아마도 동로마제국, 비잔틴제국 때부터 비롯되었던 것 같다. 고대로마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킨 곳이 비잔틴제국이었고, 오스만 제국이 이어 이 제국을 점령하면서 그 과학기술은 그대로 전달되고, 일부는 서부 유럽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본다. 중세시대 서유럽 학자들은 아라비아어를 배워서 이슬람 과학기술 서적을 번역하여 기술문명을 받아들였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니, 이곳의 뛰어난 과학기술이 어땠는지 과. 알. 못이라도 관심이 갔다. 볼 수 있는 것만,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보고 와도 충분하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과학기술박물관으로 향했다.
이 박물관은 아름다운 공원 안에 있다. 박물관을 가려다 그냥 공원만 걸어도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는 데 그때는 또 얼마나 예쁠까?
박물관 입구에 펼쳐진 지구본이 특별했다. 9세기에 아바시드 칼리프 학자 그룹이 만들었다는 세계지도로, 이들은 그리스 선조들의 지구의 설계를 발전시켰고, 여기에 천문학과 수학을 통해 얻은 위도와 경도의 네트워크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900년대 만든 지구본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니! 정말 반가웠다. 귈하네 공원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야외 전시물이다.
박물관을 들어가면 괴테의 글이 첫 부분에 걸려있다.
" Who himself and others knows here is rightly guided : Orient and Occident are no more divided."
동양과 서양은 더 이상 나뉘지 않는다... 는 이야기. 서양의 최고 철학자가 동양사상에 대해 배척하지 말자라는 이야기, 또한 이슬람 언어를 배우는 것을 독려했다는 이야기까지 함께 걸려 있다.
이 박물관의 독특한 점이다. 박물관은 이슬람 학자 스스로 자신들의 학문이 우위에 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양의 유명한 철학자의 의견을 박물관 곳곳에 걸어둠으로써 자신들의 학문이 이미 우수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네덜란드의 동양학자 자코버스 골리우스를 소개하고, 아랍-안달루시아의 철학자가 서양철학에 얼마나 널리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 프랑스계 아랍인 요셉 에르네스트 르낭을 소개하고, 아랍-이슬람 과학에 관한 200개 이상의 기사를 발표한 에를랑겐(독일)의 학자, 아이하르트 비데에만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등 박물관의 곳곳에는 서양 학자들의 아랍-이슬람 학문 언급에 대한 소개 내용이 빼곡히 걸려있다.
그들의 과학적 성과를 그대로 소개하는 것보다도 더 강한 아랍-이슬람 과학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감이다.
박물관에는 천문학, 시계 기술, 물리, 수학, 의료, 지리 등 분야별로 과학적 성과물들을 전시하고 그 성과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등을 때로는 비디오로 때로는 모형으로 때로는 사진들로 제시했다. 약간의 과학기술적 배경지식을 갖고 있다면 흥미롭게 다가가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그저 그 원리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충분히 인상 깊은 박물관이었다.
측정과 관측 분야
시계 기술
의료기술
물리분야
지리분야
과학기술박물관을 둘러보고 귈하네 공원에서 머리를 식히며 하늘을 바라보아도 좋고, 커피 한잔해도 좋은 곳이다. 꼭 한번 둘러보시길. 귈하네 공원 문을 나가면 또 바로 고고학 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과 공원은 참 잘 어울리는 공간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오전 일정 이후 오후에 탁심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던 ( 우리 집 2호가 공부하는 곳으로 다시 떠나야 해서…) 우리는 오후에 좀 힘든 일을 겪었다. 파트너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체크카드를 넣었다가 카드는 나오지 않고, 계좌 속의 돈이 다 나가버린 것이다. 일종의 사기사건. 쇼핑하다 부랴부랴 합류한 우리들은 2호의 즉각적인 대처로 한국 카드회사와 은행에 전화를 걸어 카드와 계좌 거래를 중지시키고, 튀르키예 현지 은행에도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다행히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던, 얼마 전 40년 만에 튀르키예에서 만났던, 그 파트너의 친구에게 돈을 빌려 나머지 여행( 어제, 카파도키아 항공기와 차량 렌트를 이미 완료했었다...)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을 당하긴 했지만 그 시간 우리와 함께 여행하면서 재빠른 도움을 주었던 2호가 참 고마웠다. 또한, 파트너의 친구는 선뜻 큰 선행을 베풀었다. 힘들었지만, 마음 내고 위로받았던 순간이다. 어쩌면 이 순간이 여행 중 가장 귀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영사관에 전화했고, 카파도키아 여행을 끝낸 후, 영사관 실무자와 함께 은행과 경찰서를 찾아가서 관련 서류를 받아 귀국할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 덕택에 계좌는 비었어도 마음은 풍부해졌다.
2022년 2월 12일 이스탄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