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벌룬 투어로 살아가는 사람들

#27 카파도키아 벌룬투어

by 아샘
벌룬을 실어 나르는 사람,
벌룬 투어를 위해 새벽에 관광객을 픽업해 오는 사람,
벌룬이 뜰 수 있게 미리 불을 피워 준비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벌룬이 잘 멈추도록 도와주는 사람,
벌룬을 조종하며 관광객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는 사람....
그저 하늘로 풍선이 뜨는 장면만 연상했지,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 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카파도키아로 이동


저가항공 터키쉬 에어라인 출발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사비하괵첸으로 갔다. 2호를 보냈다. 셋이서 하는 여행에서 다시 둘이 되었다.


카파도키아는 원내 튀르키예의 첫 여정이었다. 누구나 카파도키아를 위해 튀르키예에 오지 않는가? 누구나 카파도키아 벌룬을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꼽지 않는가? 우리 역시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 앙카라에 이어 카파도키아로 갈 예정이었다. 기록했다시피 차량 렌트 첫날 기록적인 폭설로 사프란볼루도, 카파도키아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튀르키예 여행을 하는 중 항공사에서 일방적으로 귀국일을 연기하게 되었다는 메일이 왔을 때 우리는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였다. 여행을 며칠 더 할 수 있어서. 그때만 해도 카파도키아를 갈 수 있을지는 미정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최종 결정을 했다. 길지 않은 남은 날이니 모험이지만 가보기로.


카파도키아로 가기 위해 네브세히르와 카이세르 중 우리는 새벽에 떠나는 카이세르로 갔고, 그곳에서 차를 렌트했다. 렌터카 업체가 공항 밖에 있어서 기다리는 것이 좀 힘들었다. 가능하면 공항 내에 있는 업체를 예약하면 좀 더 편할 것 같다.


우리는 카파도키아의 아바노스에 숙소를 잡았다. 키질이르마크강이 흐르고, 새벽녘 벌룬이 떠오르는 것까지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새벽부터의 이동때문이었을까, 전날 겪은 힘든 사건 때문이었을까, 몸이 많이 안 좋아 숙소에서 충분히 쉬었다. 마침 가져온 타이레놀로 몸살 기운을 다스렸다.


늦은 오후 드라이브를 하며 괴레메와 네브셰히르와 위르귑 그리고 우치히사르를 돌아보고 아바도스 올드타운을 산책했다. 그리고, 여행사에 들러 벌룬 투어를 예약했다. 날이 흐렸지만 벌룬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픈 몸이 다 나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벌룬 투어


새벽 6시. 벌룬 투어 장소로 데려갈 차가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차에는 이미 4명이 타고 있었고, 이어 5-6명 정도를 더 태웠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이런 차량이 얼마나 될까? 이 겨울에 벌룬을 타겠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저 벌룬 1-2개만 뜨는 건 아냐? 하는 잠깐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드디어 벌룬이 뜨는 장소에 도착한 듯했다.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벌룬 같은 비닐이 앞에 펼쳐졌다. 밖에 나가 보니 거대한 벌룬이 누워 있었고 몇 사람이 곁에서 뭔가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너무 추우니 차 안에서 기다리는 말을 했고, 그래도 궁금해서 밖에 나가 벌룬이 펼쳐지는 걸 구경했지만, 아직도 벌룬은 우리 거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무 추워 차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뒤 날이 조금 밝기 시작했다. 차창 너머로 또 하나의 벌룬이 보이기 시작했다. 궁금해서 차 안에서 나왔더니 또 하나의 벌룬 옆에 벌써 3개의 벌룬이 펼쳐지고 있었고, 우리 바로 옆에도 또 하나의 벌룬이 넓어지고 있었다..... 와우, 저쪽에서는 벌룬이 1-2개 위로 뜨고 있었다. 또 저 멀리 몇 개의 벌룬이 펼쳐지는 것이 보였다.

이제 완전히 사람들이 나왔고, 벌룬은 이제 누웠다가 바로 세워졌고, 불을 붙이며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숙소명을 확인하더니 벌룬에 타라고 한다. 벌룬 조종사는 두 사람, 주 조종사는 매우 유쾌한 사람이다. 인사를 하고는 이제 여러분을 데리고 하늘로 가겠다. 출발 전 가장 중요한 것을 알리겠다. 투어 끝나고 도착 시 절대로 고개를 밖으로 내놓지 말아라. 자, 연습하자! 시작~ 하면서 연습을 시킨다. 이윽고, 출발.

아! 벌룬이 여기저기서 하늘로 출발한다. 360도 전체 구역에서 한, 두 개씩 올라간다. 마치 춤추는 것처럼! 아! 이 많은 벌룬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이 겨울, 이 시간에도 이 카파도키아의 벌판 한가득 벌룬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비록, 구름이 많아 일출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비록, 눈 쌓인 카파도키아라서 아름다운 색의 대비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비록, 너무나 추워서 사진 찍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 광활한 카파도키아 작은 골짜기 골짜기마다 숨어 있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이 아름다운 풍선들을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던 이 경험은, 아마도 영원함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벌룬은 하늘로 천천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를 반복하며 카파도키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를 1시간여, 또 천천히 내려왔다. 다 내려와서도 3-4명의 스태프들은 벌룬 줄을 잡아당기고 벌룬을 실어 나를 트럭에 싣느라 꽤나 힘을 써야 했다. 그리고 풍선이 조금 접혔을 무렵 우리들도 벌룬 바구니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우리를 싣고 왔던 픽업 운전자는 테이블을 깔고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끝냈다. 우리는 모두 무사히 내려온 것에 감사하며 조종사가 샴페인 터뜨리는 것에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기쁘게 한잔 마셨다. 팁박스가 놓여 있었다. 조종사는 함께 한 스텝들을 위한 팁을 부탁했다.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팁을 준다.



카파도키아의 새벽, 벌룬 투어로 살아가는 사람들


벌룬 투어....

그저 하늘로 풍선이 뜨는 장면만 연상했지,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 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벌룬을 싣고 가는 사람, 벌룬 투어를 위해 새벽에 관광객을 픽업해 오는 사람, 벌룬이 뜰 수 있게 미리 불을 피워 준비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벌룬이 잘 멈추도록 도와주는 사람, 벌룬을 조종하며 관광객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는 사람.... 1인당 비용이 100유로에서 85유로까지 제안되었을 때 우리는 가장 싼 비용을 선택했지만, 돌아보니 이 투어는 고도의 조종기술과 안전기술이 필요한 투어였다. 카파도키아는 벌룬 투어 이벤트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우리가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카파도키아 벌룬을 꿈꿀 때 이들은 생업으로서 벌룬 투어를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무사히 투어를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괴레메 야외박물관


괴레메의 바위들은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이들 기묘한 바위들 속에 교회를 만들고, 집을 만들어 살았다. 대부분 5-12세기 로마와 이슬람의 핍박을 피해 이곳에 들어온 기독교도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야외박물관에 들어가면 바위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며 바위 속에 만들어 놓은 교회를 구경하게 된다. 구조는 교회의 구조와 거의 같고, 크기만 약간 작다고 보면 된다. 제단과 기둥이 성당의 모습과 비슷할 뿐 아니라 아직도 남아있는 프레스코화 속에는 온갖 성화가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물로 많이 훼손되기도 하고 바래기도 했지만 일단 들어가 보면 동굴 속에 그렇게 교회의 모습을 재현한 것에 놀라게 된다. 교회는 거의 10여 개는 되어 보이고, 다크 교회란 곳은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하는데, 들어가 보면 깜짝 놀랄 만큼 교회의 성화가 아주 선명하게 가득한 모습이다. 성화들은 기본적으로 예수상, 동정녀 마리아상, 예수의 탄생과 기적 그리고 마지막 만찬 등을 주제로 한 것들이며 예수의 제자들도 다수 보인다.


대리석이라 다듬기가 수월했다고 하지만 거대한 바위 속에 교회의 돔과 기둥과 재단 등을 그대로 재현한 것을 보며 종교란 무엇인가를 돌아본다. 또한 그 수고로움에 숙연한 마음이 들뿐이다.



데린쿠유 지하도시


지하도시는 기원전 히타이트 시대부터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후 로마와 비잔틴 시대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확장되었다고 하는 데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다고 한다. 다만, 교회가 있는 것으로 보아 로마와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이곳을 은신처로 삼은 기독교인들이 대표적으로 추측될 수 있다고.


지하도시는 내부에 작은 방, 곳간처럼 쓰이는 공간, 부엌처럼 불에 그을린 곳, 교회처럼 생긴 공간, 비상시 출입구를 막을 수 있는 바위문, 그리고 환기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작은 굴을 따라 이 집과 저 집을 연결한 것 같은데, 아직도 많은 곳이 미 개발 중이라 하니 그 거대함에 혀를 내 두를 뿐이다.


굴 집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했다고 하니 자연재해를 피하기 위한 지혜일 수도 있겠다. 아주 오랜 시간 전에 살았던 원시인들에겐 말이다. 하지만 로마와 오스만의 찬란한 시대를 이런 동굴에서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기만 하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이곳에 오면 눈물을 흘리고 기도를 드릴 것 같다.



성 테오도로스 트리온 교회(Uzumlu church)


데린쿠유 지하도시에서 나오니 포토존이 보였다. 그저, 사진이나 찍을 까 하고 조금 걷다 보니,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교회 이름도 모르겠다.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성 테오도로스 트리온 교회란다. 교회는 내부는 볼 수 없었고, 그저 건물만 덩그러니 보였다. 폐허가 된 교회....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슬람 국가에서 대부분의 교회는 이렇게 방치되었을 것이다. 조금만 손질하고 관리하면 박물관이나 작은 음악당이나 문화센터 같은 곳으로 써도 될 만큼 운치 있는 곳인데 말이다.





항아리케밥


카파도키아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하지만 이스탄불에서 너무나 비싼 가격으로 파는 걸 보았기 때문에 항아리케밥은 무조건 비싼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 숙소 근처 아바노스의 올드타운 입구 옆에 있는 'Konak Kebap Corba'집에서는 매우 저렴한 항아리케밥을 팔았다. 우리는 하나에 60리라인 항아리 케밥에 밥을 추가해 아이란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카파도키아 뮤지엄 패스


괴레메 야외박물관만 돌아보는 데 130유로가 들고, 데린쿠유 지하도시와 카이마클리 지하도시를 둘러보는데 120유로가 들기 때문에 카파도키아 뮤지엄 패스 230리라짜리를 구입했다. 이 패스로 젤베 야외박물관과 파샤바 계곡까지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구매는 아니었다. 다만, 괴레메 야외박물관이나 지하도시를 구경하는 것 모두 바위 속에서 일상을 보냈던 사람들, 지하에서 일상을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삶을 상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한 두 곳만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어느 곳을 둘러보든 상관없이 볼 만하다. 대신 우치히사르 성채나 오르타히사르 성채의 경우는 뮤지엄 패스를 이용할 수 없고 다시 입장료를 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앞에서 그냥 돌아왔다.

카파도키아에서는 할 것들이 참 많다. 우리처럼 동굴이나 지하도시를 구경하여도 좋고, 그저 계곡 트래킹을 해도 좋고, 스쿠터를 타도 좋고, 말을 탈 수도 있다. 그래서, 뮤지엄 패스를 반드시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022년 2월 13일~14일, 카파도키아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신들의 학문이 우위에 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